지난 1~2년간 한국 언론을 뜨겁게 달군 용어 중 하나는 ‘MZ세대’다. MZ세대라는 용어는 2018년 11월, 20대 전문 연구기관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에서 발행한 ‘트렌드 MZ 2019’에서 처음 사용했다. 이후 언론과 각종 마케팅 홍보자료에서 ‘MZ세대’가 빈번하게 쓰이며 확산했다. 하지만 MZ세대는 10대부터 40대를 포함하는 용어임에도 10대, 20대를 대상으로 남발하며 대중에게 혼란을 초래했다. 
이후 Z세대 다음인 ‘알파(α)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했고, 2023년 9월 『알파세대가 온다』라는 책이 출간돼 알파 세대에 대한 본격적인 담론 형성이 시작됐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세대인 알파세대에 대해 알아보고, 베이비부머세대, X세대, 밀레니얼세대, Z세대를 거치며 이어진 끊임없는 세대 담론 속에서 알파세대를 대하는 자세를 고민해 보자.

알파세대는 누구인가?
<알파세대의 의미>

 Z세대로 하여금 모든 알파벳이 끝났다. 호주의 사회학자 마크 매크린들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로 그리스 알파벳의 첫 글자인 ‘알파(α)’를 사용했다.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의미를 좀 더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또 그만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새롭게 변했기 때문이다.

<알파세대의 범위>

 노준영 작가의 책 『알파세대가 온다』에 따르면, 알파세대는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보통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말하지만, Z세대의 범위가 기존 2004년에서 2009년으로 넓어진 것처럼 2024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도 포함될 수 있다. 
 알파세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2010년생은 2024년 기준 만 14세로 중학교 2학년이다. 이들은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부모, 친조부모, 외조부모, 이모, 삼촌 등 8명의 친척이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열어 가족의 소비가 한 아이에게 집중된다는 의미의 ‘에잇 포켓(8-pocket)’, 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키우는 외동아이라는 뜻의 ‘골드 키즈(Gold kids)’라는 신조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Z세대와 알파세대는 다른가?>

 견해에 따라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에 태어난 Z세대와 알파세대를 같은 선상에 두며 두 세대를 묶어 ‘잘파(Zalpha)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Z세대와 알파세대는 분명한 차이점도 있다. 
 첫 번째, 알파세대는 성장 과정에서 팬데믹을 겪으며 선생님, 친구들과 직접 만나 상호작용하는 공간이던 교실이 가상공간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Z세대는 사회에 진출하고 나서 팬데믹을 만났다. 따라서 가치관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에 팬데믹으로 인해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여야 했던 알파세대와는 차이가 있다. 
 두 번째, Z세대는 모바일과 아날로그의 중간 지점에 있지만, 알파세대는 때에 따라 모바일만 존재한다. Z세대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인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로 불리며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친숙하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Z세대에게는 모바일 세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범위 내에서 아날로그를 즐기고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LP가 있다. LP를 재생하려면 전용 플레이어인 턴테이블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시장 음반 판매 데이터를 보면 LP를 구매한 10대의 대부분은 LP가 뭔지 알지 못했다. 심지어 50%는 턴테이블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알파세대는 LP를 장식품이나 가수의 굿즈 정도로 인식했다. 반면 Z세대는 모바일과 아날로그가 동시에 존재하며 LP를 굿즈로 구입하기도 하지만, 음악을 듣기 위해 사기도 한다. 또한 LP의 아날로그 감성을 아는 비율도 꽤 높다.

알파세대의 특징
<디지털 온리(Digital-Only)>

 알파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기기를 접했으며 아날로그 방식을 경험한 적이 없다. 이들은 디지털 퍼스트(Digital-First)가 아니라 디지털 온리(Digital-Only)인 세상에서 태어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 디지털 신인류다. 대부분의 환경이 디지털로 만들어진 여건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해 인식과 세계관에서 아날로그와 가상의 구분이 없다. 가상공간에 대한 인지도가 뛰어나며 가상공간 내에서 현실과 같은 몰입감을 느끼며, 가상공간의 프로젝트에 잘 어우러진다. 다시 말해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이들에게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또한 알파세대는 이미지와 영상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기본적 수단으로 사용한다. 틱톡,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와 같은 숏폼 영상 화법에익숙하며, 그들의 대화 방식도 길고 복잡하기보다는 직관적이고 단순한 것을 선호한다. 이들은숏폼을 자주 접하며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적극적인 제작자기도 하다. 많은 알파세대가 영상편집에 익숙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글보다는 영상과 이미지로 표현한다. 또이들은 어떤 세대보다 메타버스와 AI에 익숙하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과 현실을 지어주는 웹3.0 시대를 상징하는 개념 하나인데, 알파세대는 로블록스,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등 메타버스 플랫폼의 가장 열렬한 사용자이자 참여자다.
 

<‘나’ 중심적 사고>

알파세대는 사고 중심에 있어 Z세대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나’와 ‘공동체’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것에 비해 ‘나’를 더 생각한다. 이기적이란 말이 아닌 가치의 중심이 자신에게 있다는 뜻이다. 자신을 위한 행동, 자신을 위한 소비 등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학습자중심 교과 연구 학술지에서는 이러한 알파세대의 ‘자기중심적 태도’는 에잇 포켓(8-pocket)의 영향을 받아 이전 세대인 Z세대와 비교해 더욱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세대의 커뮤니티 활동에서도 이런 특징이 드러난다. 이들은 철저히 자신들의 관심, 즉 커뮤니티의 목적에 집중한다. 커뮤니티의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최소한 커뮤니티 주제와 연관된 이야기들이 나와야 적절히 반응한다. Z세대가 커뮤니티를 ‘수다’ 공간으로 인식하며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사회적 관계를 넓히고 커뮤니티 주제와 상관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기도 하는 것과는 다르다. 알파세대는 커뮤니티에 들어온 목적 자체가 공통된 관심사를 나누기 위해서인 만큼 상호작용을 하며 인간관계를 넓혀가더라도 커뮤니티에 들어온 목적 자체를 놓치지 않는다. 
 또 다르게 이야기하면 알파세대의 관심사는 ‘나’ 라고 할 수 있다. 개인주의 성향과 더불어 ‘나’의 관심사가 결합하면 모든 행동이 ‘나’를 위한 행동이 된다. 따라서 나의 관심사와 일치해야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알파세대는 인터넷을 통해 어른보다도 뛰어난 정보력을 가지고, 표현하는 데에도망설임이 없다. 가고 싶은 곳을 직접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알파세대의 움직임은 곧 자신의 관심사와 연결되고, 모든 관심사가 ‘나’에서 출발할 수 있다.

알파세대에게 주목하는 이유

<소비시장에서 알파세대를 주목하는 이유>

 KT경제경영연구소,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제공한 ‘키즈 산업 규모 추이’ 따르면 알파세대를 타깃으로 한 키즈 산업은 2007년 19조 원에서 2017년 40조 원으로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성장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50만 명의 알파세대가 매주 태어나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2025년이면 세계 알파세대 인구는 22억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그들의 조부모인 베이비붐세대를 추월한 숫자다. 이러한 이유로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 AI와 함께했고 사고방식과 소비 패턴이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른 알파세대가 주목받고 있다. 

<알파세대가 부모의 소비 의사 결정에 영향>

 알파세대는 2010년에서 202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로, 아직 부모에게 종속된 소비를 할 것 같은, 소비시장의 중심으로 가기에는 어려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어린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는 부모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의 주머니를 여는 힘에 있다.
 알파세대는 초저출산 시대에 태어나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의사 결정에 아주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 조부모, 그 밖의 가족과 지인들은 그들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주머니를 열어놓는다. 하지만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알파세대 역시 부모가 자녀의 물건을 사주지만, 부모의 영향력이 다르다.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생각해 골라오면, 자녀는 자신의 취향이 아닐지언정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파 세대는 자신의 생각이나 취향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부모 세대가 오히려 아이들의 생각이나 취향에 맞춰 소비해야한다. 부모는 자녀와 소통하고, 자녀는 일찍부터자신의 선호도를 반영한 소비를 하는 것이다.

<뛰어난 디지털 콘텐츠 사용>

 알파세대의 디지털 콘텐츠 사용 비중은 그들이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소비 주체로서 잠재성을 보여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2017년 알파세대의 디지털콘텐츠 사용 비중은 4%에 불과했으나, 2021년에는 70% 가까이 늘어 4년 만에 약 65%가 증가하는 놀라운 수치를 보여줬다. 이는 알파세대가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소비 주체로서의 비중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유재석 씨가 모델로 등장하는 ‘엘리하이 학습지’는 ‘엘리하이’를 반복하며 중독성 넘치는 CM송을 제작해 광고에 내보냈다. 이는 알파세대가 SNS로 퍼 나르는 ‘밈’을 노린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익숙한 알파세대는 중독성 넘치는 CM송에 공감하고 해당 브랜드를 인지해 학습지를 선택할 때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분에서 엘리하이 학습지의 마케팅 프로젝트는 알파세대의 특성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알파세대를 대하는 자세

‘알파세대’라는 Z세대와는 또 다른 세대가 소비시장에서 주목받으며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러한 새로운 세대를 대하는 자세는 과거 있었던 일에서도 배울 수 있다. ‘MZ세대’라는 키워드를 사용할 때 “심심한 사과·사흘 모르는 MZ세대...초·고교 국어 수업 늘린다”(2022년 8월, 서울신문), “BTS 병역특례, MZ세대 73%가 반대한다”(2022년 9월, 스포츠서울) 등 3040과 관련 없는 10대에 관련한 내용에 MZ세대라는 키워드를사용하고, 20대 대상 조사를 MZ세대의 답변이라고 하는 등 용어의 남발로 대중에게 혼란을 줬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Z세대의 61%가 자신을MZ세대로 부르는 것에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해당 조사에서 1996년생 B 씨는 “보통 언론에서 MZ세대를 쓸 때 요즘 애들은 이상하다는 반응이 많아 MZ세대란 단어를 들으면 불쾌하다”고 말했다.
 또한 세대 구분에 대해서 학계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디어오늘을 통해 “일반적으로 학계는 세대론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 자체를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원인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필립 코헨 미국 메릴랜드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자신의 SNS에 “세대 구분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대중에게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고 사회과학 연구를 방해한다”고 말했다. 특정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의 무분별한 사용은 사람들에게 용어에 대한 혼란과 피로감을 가져오며, 더 나아가 특정 세대에 대한 선입견까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알파세대의 등장을 잘 모르는 한 세대를 이해하며 서로 소통하기 위한 정도로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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