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명소에 가거나 대관람차를 타면 흔히 볼 수 있는 문구가 있다. ‘00아, 우리 사랑 영원히 변치 말자~’같은. 영원한 사랑, 영원한 행복처럼 영원 뒤에는 늘 밝은 말들이 따라왔다. 그래서 나는 뭐든지 영원한 게 좋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은 영원히 내 곁에 있을 줄 알았고, 친구들과 약속한 우정도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매 순간 젊을 줄 알았던 엄마의 머리엔 하얀 물줄기가 하나씩 자리 잡았고, 언제나 나를 업어줄 줄 알았던 아빠와 나는 눈높이가 같아졌다. 학창 시절을 함께 보냈던 동네 친구들은 각자 대학으로 흩어져, 먼발치에서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사이가 됐다.

갓 대학생이 됐던 나는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길 반복했다. 아침을 열어주던 엄마 대신 알람 소리가 나를 맞이했고, 정해진 시간표에서 체스 말처럼 옮겨지기보다 스스로 움직이는 플레이어가 됐다. 그렇게 내 옆에만 있던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니 갑작스럽게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내가 떠난 것처럼, 그들도 나에게서 떠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지금 잠시 다른 곳에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멀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감쌌다. 더 이상 만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상실감과 이대로 영원히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막연함에 갇혔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과 매일 전화하고, 문자를 주고받고, 매주 만나는 것으로 달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변하듯이 내 주변도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은 어린 마음이었다. 좋은 것은 좋은 그대로이길 바랐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들은 흐르는 시간 앞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내 곁에는 그들만큼 날 행복하게 해주는 새로운 사람들이 머물다 가기를 반복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인데, 너무 오랫동안 헤어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두려웠다. 짧은 만남과 이별의 반복으로 긴 만남의 이별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라는 그들로부터, 내 기억 속 남은 추억으로 이별을 달래는 법을 배웠다. 중·고등학생 때 느림보 같았던 시간이, 이제는 너무 빨리 간다. 가속이 붙은 시간만큼 헤어짐도 더 빨리 온다고 생각하면 내게 남은 것들이 더 소중하다. 새로 만날 사람이 기대되면서도 잠시 멀어진 모든 이들이 보고 싶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정하게, 새로운 사람은 반갑게, 과거의 사람은 아름답게 남겨둬야겠다. 그러다 보면 영원하길 바라는 욕심이 딱 귀여운 만큼만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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