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카도 패닉

김  세  이/사회대·사회복지학과·2021 입학

 

눈을 뜨고 일어났다. 고시원보다 약간 클 뿐인 원룸의 맞은편 벽에 붙여진 거울 속에서 이수지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확인이라기보다는 그냥 보는 거지만. 거울 속에서 초록색 덩어리가 움직인다. 저만큼 큰 벌레가 있을 리도 없고 대체 저게 뭘까. 이수지는 자신이 아직 꿈 속인지 진지하게 생각한다. 혹여 곁에 벌레가 있는 건가 싶어 주변을 확인해 본다.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저 커다란 초록색은 무엇인가? 잠이 덜 깨어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애써 가늘게 떠본다. 눈 비비면 시력 나빠진다는, 어머니의 잔소리는 저기 어딘가로 미루어 놓고서. 초점이 잡히자 그제야 거울 속 물체를 인지할 수 있다.

저거 아보카도잖아.

이수지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아보카도는 저 먼 나라의 과일류로 현 대한민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수지의 목 위에 붙어 있는 커다란 아보카도는 아무래도 희귀하지 않을까 싶다.

거울이 잘못된 것인가. 팔짱을 끼고서 생각에 잠긴다. 어머니도 왜 저런 휑망그런한 곳에다 거울을 붙여놓았는지 모르겠다며 부정 탔을 거라도 굳게 믿었다. 전 세입자가 붙여놓고 간 거울 덕분에 이수지는 매일 아침 자신의 시답잖은 꼴을 확인할 수 있다.

어휴 기운 안 좋게 왜 여기다가 거울을 붙인 거야. . .

이사를 오던 날 그의 어머니가 거울을 뜯어버릴 것처럼 가장자리를 손톱으로 긁으며 했던 말이다. 거울 가장자리의 종이와 먼지의 때들이 일어나며 균열이 생기려 할 때, 혹여 세입자들이 엉뚱한 짓을 하지 않나 지켜보고 있던 집주인이 매의 눈초리로 그것을 포착했다. 그는 그 육중한 몸매에 걸맞게 쿵쿵하며 걸어와 어머니의 손을 다소 무례하게 떨쳐내었다.

집 벽에 흠집이라도 나면 어쩌려고요! 어머니는 몸을 굽신거리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삿짐에서 겨울옷을 꺼내던 이수지는 늘 그렇듯 숨죽이고 자신도 죽이고 있었다. 집주인이 나간 후 어머니는 자신이 집주인에게 그런 모멸과 수치를 느끼고 있을 때 대체 무얼 했냐며 물었다. 그래서 손톱, 콘크리트, 생채기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너는 참 엉뚱한 생각밖에 못 하는구나.하지만 엄마, 정말 아보카도가 보인다구요.

이수지가 입을 뻐끔거린다. 하지만 거울 속의 이수지는, 아보카도는 입을 움직이지 않는다. 입이 없으니까. 아보카도니까. 이번엔 생각이 아니라 환각…. 인가. 이수지는 거울 속의 큰 아보카도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일어난 지 어언 10분이 되었다. 평소 같으면 벌써 세수하고 식빵 하나 구운 것을 다 먹어 치웠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 믿기지 않는 일이 이수지의 발목을 잡는다.

거울 속의 아보카도가 고개를 기울이면 이수지도 따라서 머리가 움직인다. 이수지가 머리를 흔들면 아보카도도 도리질한다. 천천히 일어나서 거울에 다가간다. 웃기게도 목부터는 완전한 인간의 형태 그러니까 이수지의 몸이다. 머리만 아보카도이다. 겉은 짙은 초록색에 긴 타원형의 노란 과육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것이 동그란 갈색 씨앗을 품고 있는 아보카도 단면. 그것이 이수지의 얼굴이다. 그렇지만 손을 들어서 얼굴을 만져보면 분명히 부드러운 살과 움푹 들어간 눈,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느낄 수 있다. 착각이겠지. 요즘 너무 피곤해서 그런 걸 거야. 자기 세뇌를 하며 이수지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세면대 거울에서 물을 끼얹으면 어쩐지 시원해하는 것 같은 아보카도를 애써 무시하면서.

오늘은 월요일. 오전 8시. 출근할 시간이다.

이수지가 들어간 곳은 대한민국에서 이름이 알려져 있고 밥 벌어먹기 좋다고 알려진 사기업이다. 회사는 그런 것에 자부심을 가지며 직원들에게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그에 따라 직원들이 너 죽네 나 살래 하며 서로를 밀어 넣는다. 그동안 위의 높으신 분들은 그것을 흐뭇하게 보며 직원 간의 건강한 경쟁이야말로 회사의 발전을 가져온다며 굳게 믿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건강한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수지는 딱히 불만이 없다. 세상의 원이 그려져 있고 이 회사는 그 원의 중심쯤에 있어서 사회에 속해있고 원 가장자리의 보이지 않는 그곳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그 안락함을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직원 카드를 찍고 회사로 들어간다. 큰일이다, 라고 이수지는 생각한다. 왜 큰일이지? 하고 자신에게 물으면 어느새 아보카도가 되어버린 상상 속의 자기 머리를 쥐어 잡으며 소리친다.

그야 다른 사람들의 머리도 다 아보카도 모양이잖아!!!

출근길에는 지각하지 않으려고 빠르게 오느라 사람들 모습에 신경을 못 썼다. 숨을 고르고 회사 안에 들어가니 모두의 머리가 아보카도로 보인다. 직원 카드를 찍는 곳에 가서 줄을 서는데 아보카도들이 마치 자신의 먼지를 세척해 주길 바라는 착한 채소들처럼 나란히 줄 서 있는 광경이 약간 웃겼다. 다른 점이라면 이제 그들은 회사의 자기 부서 자리로 돌아가서 먼지만 주구장창 쌓이고 진짜 아보카도는 썰리든 진열되든 한다는 거겠지만. 그게 그건가. 이수지는 앞 사람의 향수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금목서 향이 난다. 자신의 생일이 가을이라서 그때 피는 금목서가 좋다고 했던….

김 대리님?

어머, 수지 씨. 아보카도가 상냥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저 여린 목에 커다란 아보카도가 달려 있어서 똑 하고

부러질까 봐 겁이 난다. 혹시나 아보카도가 굴러떨어지면 자신이 받아서 목 위에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들은 주말은 어떻게 지냈는지 이번 프로젝트의 멤버는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 부서에 도착했다. 이수지가 근무하는 곳은 홍보부서. 그나마 특기인 그림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온 곳이다. 그림보다는 보고서나 글 교정이 주 업무지만 아무튼. 회사의 얼굴을 담당하는 부서인 만큼 사람도 많다. 이수지는 자리에 앉기 전 부서를 전체적으로 살핀다. 몇몇이 아는 체를 하며 고개를 꾸벅 숙인다.

낭패다. 전부 아보카도다.

일단 침착하게 다시 주위를 둘러본다. 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 이수지의 바로 왼쪽에 앉아있는 사람은 새로 들어온 강 사원이다. 아까 인사를 했는데도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다시 손을 흔드니 참 밝은 사람인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수지의 바로 앞에는 김 대리가 아까 마시다 만 커피와 오늘 일정이 든 수첩을 책상 위에 놓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의 업무를 준비하는 모양새에 누가 누구인지 파악할 틈도 없이 일단 자리에 조심히 앉는다. 컴퓨터를 켜서 일할 준비를 하는 척을 하며 눈으로 주위를 힐끔거린다. 고개를 쓱 내밀고 보는 모양새가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하지만 남이 보기엔 더 이상했나 보다. 밝은 성격에 더불어 호기심도 참 많은 강 사원이 칸막이 너머로 고개를 내민다. 그가 소근거리며 어디 불편한 곳이 있냐고 묻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얕게 미소 지어주고는 강 사원의 궁금증에 대해 몇 가지 답을 알려준다. 그리고 오늘도 한 아름 들어와 있을 것이 뻔한 메일함을 열어서 하루의 진정한 시작을 연다. 점심은 배가 아프다는 이유로 불참. 다행스럽게도 오늘은 회의 없음. 거의 다들 출장 업무. 이수지도 출장 업무가 있었지만, 자료만 전달하고 오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서 한시름 덜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운이 좋을 수는 없지…. 라고 생각하던 때에 아보카도와 눈이 마주쳤다. 기실 눈이 있을 리가 없으니 그냥 그런 느낌을 받은 거지만. 희미한 금잔화 향기. 김 대리다. 김 대리는 클립이 잔

뜩 붙여진 종이들을 내밀었다.

이 사원.

이거 인사팀 박 주임한테 좀 갖다줘.

인사팀 막내면.

저번에 얼굴 봤지? 박신후 주임. 그 얼굴에 점 세 개 있어서 내가 신기하다고 했던 사람. 외모를 갖고 신기하다고 하면 실례이지 않냐는 생각과 함께 모두 아보카도인데 얼굴 갖고 어떻게 찾으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과연 아보카도 과육에 검은 점 세 개가 찍혀있을까. 찍혀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이상할 것이다. 이수지는 제발 그 주임이 사원 카드를 목에 걸고 있기를 바라며 문을 나섰다.

사물은 아보카도로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모던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라며 회색과 흰색으로 점철된 회사 건물을 본다. 따스한 느낌을 주기 위해 놓았지만, 오히려 너무 튀어 보여서 눈살이 찌푸려지는 노란 꽃들과 자기 계발을 위해 회장님이 기증한 원목 책장의 누가 썼는지 모를 도서들. 모두 다 제 모양대로다. 하지만 사람의 얼굴만큼은 왜인지 모르게 아보카도이다. 한숨을 폭 내쉬며 도착한 인사팀은 홍보팀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수많은 아보카도가 컴퓨터에 초록빛 과육을 처박고 일을 하고 있다. 그 진풍경에 넋이 나가 멍하니 있자 누군가가 어깨를 건드렸다. 뒤를 돌아보자 역시 아보카도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인사팀 박 주임님에게 자료를 넘겨야 해서요.

그러고 보니 신후씨가 자료 받아야 한다고 말하긴 했는데. 홍보팀에서 오셨어요?

네.

박 주임이면 자기 자리에 앉아 있어요. 저기, 왼쪽 뺨에 점 세 개 있는 사람 보이시죠? .

아. . .

제가 대신 갖다주고는 싶은데. . .

아보카도가 곤란하게 미소 지으며 자신이 든 짐을 들어 보였다. 아보카도가 미소 지을 일도 짐을 들 일도 없겠지만 이수지는 그저 수고하신다는 상투적인 말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는 어디며 뺨에 점이 세 개 찍혀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하다못해 얼굴에 있는 흉터나 부각된 특징, 예를 들면 화장 같은 점이 있다면 (아보카도에 분칠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웃기긴 하지만) 그나마 알아볼 수 있겠건만. 곤란해하는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자 어떤 친절하고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아보카도가 칸막이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묻는다. 뭐 때문에 오셨어요?자료를 박 주임님에게 넘겨야 해서요. 혹시 박 주임님 자리가 어딜까요?아보카도는 이해했다는 듯이 반대편의 자리를 가리킨다. 박 주임님 자리는 저기에요. 근데- 따르릉 따르릉!

전화가 울린다. 이수지는 왜 아직 들어오지 않냐는 김 대리의 말에 시계를 쳐다본다. 벌써 30분이나 지났다. 젠장할 아보카도. 이수지는 수북한 종이를 훑어보고 있는 또 다른 아보카도에게 자료를 급하게 전한다. 그리고는 김 대리의 전화를 잡으며 황급히 홍보부서로 돌아간다.

이 사원. 내가 분명 박 주임에게 자료 전달하라고 하지 않았나?이수지는 고개를 숙이며 오늘따라 빡빡한 김 대리에게 연신 사과했다. 알고 보니 이수지가 자료를 전달해 주었던 박 주임은 김 대리가 말했던 뺨에 점이 세 개 달린 박신후 주임이 아니라 성만 같고 전혀 다른 사람인 박연우 주임이었다. 아니 성별도 다른데 어떻게 헷갈릴 수가 있어?

김 대리가 다시 보고서를 써야 한다며 짜증을 내었다. 이수지는 하염없이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짓을 며칠이나 해야 할까. 아득해지는 시야에 창밖의 푸른 하늘만 하염없이 쳐다본다. 사람의 얼굴이 아보카도로 보인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수지는 한숨을 쉬며 피로해소제를 들이켰다. 요새 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서 대리님이 예민하니 이해하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부서 직 원들이 준 것이다. 그 밑에는 우리도 바빠 죽겠으니 더 이상 튀는 행동 하지 말고 제발 조직 생활 좀 부드럽게 하자, 라는 내용이 깔려있었다. 지네들만 바빠? 나도 바빠. 이수지가 한숨을 쉰다. 하긴 근 일주일 동안 한 실수만 하더라도 두 손가락을 훌쩍 넘는다. 다음 인사 기간에 잘리는 것은 이수지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하얀 연기와 함께 모락모락 김을 뿌리며 허공으로 사라진다. 성별이 다르다고 하지만 몸매와 키, 옷 입는 스타일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얼굴이 아보카도로 보이는 데 성마저 똑같으면 어떻게 구분하라는 말인가? 그래. 먼저 정확히 이름을 물어보지 않고 대뜸 자료를 내던지고 온 이수지의 잘못도 있다. 하지만, 정말이지 이수지는 지금초비상사태란 말이다. 저기 저 바싹 마른 나무도 주인과 신나게 달리는 강아지도(주인은 아보카도였다) 길바닥에 눌어붙은 채 피어나지 못한 들꽃도 다 평상시와 똑같은데 왜 사람의 얼굴만 아보카도냔 말이다.

망할 아보카도!

헉

이수지는 누군가의 숨소리에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평소 같으면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잘못 들었나 싶어 찾으려 하지도 않았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잔뜩 곤두선 신경과 피로해소제 때문에 살짝 업된 기운이 이수지를 한 여자와 눈이 마주치게 했다. 내가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나?

그래서 저 사람을 놀라게 했나? 사과라도 해야 하나? 눈앞이 뱅뱅 도는 것 같은 느낌에 이수지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건 폭신한 빨간 목도리를 두른 아보카도다. 여자의 말이 진동한다.

오라가 흔들리네. . .

. . .?

뭐지 사이비인가. 이수지가 인상을 찌푸리기도 전에 여자는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사이비 아니에요!

강이지는 자신이 세간에서 말하는 ‘무당’과 비슷하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자신은 신기를 가지 고 있을 뿐, 무당이 될 만한 그릇도 성격도 되지 않아서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며 공부 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강이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수지를 쳐다보았다. 정확히는 이수지의 주변 허공을 관찰 중이다. 강이지의 눈에는 오라가 어떻게 보일지 궁금해졌다. 아보카도면 초록색 오라가 보이려나. 그럼 모든 사람의 오라는 이제부터 초록색인건가. 아니, 애초에 오라에 색이 존재하긴 할까. 오라는 정말 존재하고 저 사람은 사이비가 아닐까.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부유한다. 강이지는 뚫어져라 쳐다보아서 죄송하다며 다시 사과받았다.

아뇨, 괜찮아요. 사실 지금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곤란해하던 참이거든요.

혹시 어떤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이수지는 잠깐 망설였다. 본래의 자신이라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생활은커녕 가벼운 대화조차도 나누기를 꺼리는 성격이다. 하지만 급변한 세계와 상사로부터의 꾸중,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중첩되어 이수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누구에게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불안감. 그 기저 속의 우울감. 이것들이 이수지의 등을 떠밀었다. 떨리는 입술 사이로 한숨 같은 말이 드문드문 끊기며 나온다.

사실. . . 사람들이 전부 아보카도로 보여요.

아보카도요?

네.

그 채소 말씀하시는 거 맞으세요?

네. 초록색 아보카도. 모든 사람의 얼굴이 아보카도로 보여요.강이지는 이수지의 진중한 눈빛을 보았다. 하긴 초면인 강이지가 느끼기에도 이수지는 이러한 상황에 농담을 할 만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강이지가 진지한 얼굴로 말문을 연다.

보통 오라는 사람의 육체와 정신과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있어요. 그 둘이 삐꺽거리면 오라도 불 안정해지면서 두통이라던가 환청, 환각을 유발하기도 해요. 이수지를 뒤덮은 회색 오라를 보던 강이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로 오라가 크게 뒤틀린 건 아니에요. 하루 잘 자고 잘 먹으면 사라질 정도인데.

강이지는 혹시 큰 스트레스 때문에 식사와 숙면에 방해받고 있냐고 물었다. 이수지는 고개를 저었다. 예전부터 몸은 건강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철학에 따라 무슨 일이 있어도 밥과 수면만큼은 최소한의 선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면 대체 왜일까요?? 강이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말투에는 순수한 호기심만이 들어있었다. 그러고 보니 강이지는 학생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보호받을 어린아이. 순간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들떠있던 자신이 부끄러워져서 이수지는 괜히 뺨을 비볐다. 강이지가 옆의 불이 환하게 켜진 프랜차이즈 카페를 가리킨다. 추우세요? 카페 가서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누어 볼까요?

진짜 사이비 아니죠?

아니라니까요. 이수지와 강이지는 아메리카노를 탁자에 두고 대화를 나눈다. 대부분 이수지가 어떻게 사람을

아보카도로 인식하게 되었는지, 그로 인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강이지는 중간중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아하, 같은 간단한 감탄사로 이수지의 말에 맞장구를 치다가 결론을 내렸다. 마음을 편하게 먹을 것. 그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란다. 이수지는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소리쳤다. 그게 됐으면 이미 정상적으로 돌아왔겠죠! 이지 씨 얼굴도 잘 보이고요!

강이지는 말이 없다. 아차. 너무 심했다. 아무리 신경이 날카롭다지만 상대방에게 소리를 치다

니. 이수지가 쿵쾅거리는 심장께를 손으로 누르며 사과하려던 찰나 강이지가 묻는다. 정상적인 게 뭐에요?

어…. 일단 저한테는 사람들 얼굴이 원래대로 보이는 것이겠죠. 그러면 사람들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보이면 정상적인 거예요? 시각장애인들은 비정상적인가요?

안경 쓴 사람들은 안경을 벗으면 비정상이 되다가 안경을 쓰면 정상이 되는 건가요? 조금 웃긴다는 생각이 안 드세요?

민감한 질문에 이수지는 침묵한다. 강이지는 아메리카노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며 계속 말을

이어 나간다. 시각장애인 중에서는 혀를 차서 내는 소리를 통해 풍경을 인식한다는 분도 있다고 해요. 그리고 여자 중에서는 드물지만, 사람이 볼 수 없는 제3의 색을 보기도 하고요. 그분들이 비정상적인가요?

입을 꾹 다문 이수지를 보며 강이지는 다시 부드럽게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저는 대학원에서 깡총거미를 연구하고 있어요. 그 애는 다른 거미들과는 다르게 그물을 치지 않고 뛰어난 시력과 도움닫기로 먹이를 사냥해요. 별코두더지는 손의 촉각으로, 바다사자는 물

의 흐름을 추적해서 살아가고요. 오히려 인간이 너무 시각에 의존하는 동물인 셈이죠.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시각 말고도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말이에요. 그게 다수의 방법이 아니라고 해서 ‘비정상’이다 라는 말을 들을 필요는 없어요. 그냥 서로 다른 방법으로 사는 것뿐이에요. 제가 너무 함부로 말한 것 같네요. 이수지는 얼굴에 열이 모이는 것을 느꼈다. 조그만 목소리지만 확실하게 사과하자 강이지는 손을 내젓는다. 저도 날카롭게 반응했어요. 저 학부 때는 사회복지를 전공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주제가 나오면 저도 모르게 흥분해요. 이수지는 어느새 식어버린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다가 앞을 본다. 지금 열변을 토해낸 아보카도는 과연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당연히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는, 지을 수 없는 아보카도에게서 헛기침 소리가 나온다. 흠, 아무튼 제가 앞에서 말했듯이 인간은 얼마든지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요. 시각 말고도 촉각, 후각, 청각 등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죠. 수지 씨도 제가 앞에서 말한 동물들처럼 다른 감각을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갑자기 귀가 잘 들리거나 냄새를 잘 맡게 될 것 같지 않은데요.

이수지가 회의적으로 반응하자 강이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겠죠. 하지만 사람은 캐리어에 든 마약 냄새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예리한 감각을 가졌어

요. 그것을 이용해 보는 거예요. 지금은 병원에 가는 것 외에 이 방법밖에 없잖아요?

이수지는 향수를 이용해 김 대리를 알아챈 기억을 떠올렸다. 누군가의 특정한 냄새, 옷 스타일, 목소리 등을 이용하면 어떻게든 헤쳐나가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해쳐나가야 한다. 지금은 프로젝트 때문에 바쁘니 병원에 가더라도 다 끝난 후에 가야 한다. 그러니 현 상태로서는 강이지의 말대로 이 방법밖에 없다. 그 뒤로 이수지는 아침에 일어날 때 거울을 보는 것 외에도 또 다른 습관을 들였다. 그것은 수첩에 회사 사람들의 신상을 기록하고 그것을 외우는 것이다.

김 대리님: 금목서 향수, 상아색 정장을 즐겨 입음. 목소리나 말투 또한 단정한 편이며 특이 사항으로는 항상 부엉이 목걸이를 착용함. 누군가 준 선물인 것 같음.

강 사원: 주로 흰 와이셔츠와 검은 정장 바지를 입는 편이나 노란색, 주황색 겉옷을 입거나 물결무늬 넥타이를 입고 오는 등 포인트를 주는 옷 스타일을 선호함. 목소리는 다른 남자들보다도 낮은 편이나 말투가 발랄하기에 오묘한 느낌을 줌. 뒤에서 갑자기 이 사원니임! 하는 소리가 들리면 99%는 강 사원임.

진 주임: 남색 와이셔츠에 하얀 바지를 늘 입는다. 365일 그것만 입기 때문에 대체 집에 저 옷이 몇 벌이나 있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평소 꼼꼼한 성격을 감안하면 복장 정도는 느슨하게 입고 싶은 게 아닐까 추정 중이다. 목소리는 낮고 고향이 부산이기에 가끔 사투리를 쓴다. 이게 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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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강 사원이 반듯하게 입고 온 날은 다른 부서의 직원과 헷갈리

거나 김 대리님이 향수를 뿌리지 않고 와서 한참 동안 저 사람은 누구지…. 하고 쳐다봐서 이

상한 눈초리를 받았다. 심지어는 김 대리님과 진 주임님이 똑같은 옷을 입고 헤어스타일도 비

슷하게 한 바람에 둘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보고를 누구에게 해야 하나 헷갈리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조금씩 괜찮아졌다. 회사 생활은 오히려 더 좋아진 것에 속했다. 얼굴이 아닌 다른 특징으로 알아맞혀야 하니 더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그것이 의도치 않은 감동을 줄 때가 있었다. 예를 들어 김 대리님의 부엉이 목걸이가 아닌 귀걸이를 차고 왔을 때 그것을 지적하자 눈

썰미가 좋다고 칭찬을 받거나 한 주임님이 부산 사투리가 아닌 전라도 사투리를 쓸 때 무심코 물어보니 어릴 적은 부산에서 살았지만 좀 크고 나서는 전라도에서 살아서…. 을 시작으로 주임님과 더 가까워지거나. 강 사원의 구두가 바뀌어서 멋지다는 식으로 말하면 한참 동안 떠벌리는 것을 들어주다가 점심을 얻어먹거나. 이것을 시작으로 상대방의 취향에 맞추어서 이야기를 진행하니 처음보다는 회사 생활하기가 수월해졌다,

강이지와는 종종 만난다. 오늘은 이 주임님의 특유 손짓을 보고 눈치챘어요. 냄새가 다르고 평소 난방을 즐겨 입으시는 분이 원피스를 입으셨길래 착각했나 싶었는데 그분은 말할 때 꼭 오른쪽 손을 쥐었다 피거든요. 이런 식으로 회사 생활에 대해서 말을 이어 나가면 강이지는 흥미롭다는 듯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후에는 자신의 대학원 생활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한다. 오늘은 깡총거미가 몇 미터 뛰었으며 제임스가(강이지가 깡총거미에게 붙인 별명) 몇 마리의 파리를 잡았는지에 대해 아주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문득 이수지는 자신도 자기 일을 강이지처럼 눈이 빛나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눈이 빛나고 가슴이 뛰는 일이 무엇이 있었을까. 이수지는 아주 오랜만에 생각에 잠긴다. 이수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손에 쥐어진 크레용으로 온 집을 낙서하고 다녔다. 하지만 어머니의 바람으로 이수지는 인문고등학교에 들어가 좋은 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와 거기 좋지,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시겠다는 반응이 나올 기업에 들어갔다. 유일하게 이수지가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부서에 들어갈지였는데, 그나마 그림과 연관이 있을 것 같은 홍보과에 들어가서도 기사 몇 줄을 교정하거나 가끔 들어오는 화보 촬영이나 광고 같은 스케줄이 들어오면 김 대리님 뒤꽁무니를 쫓으며 새벽에 집에 들어와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그 과정에 감히 그림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하지만 겨우 시간을 낸 일요일 저녁, 이수지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연필을 잡아 들었다. 그림을 그만둔 지 오래되어서 어디 끄적일 만한 스케치북 같은 것도 없는지라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가져온 이면지 뒤에다가 선을 긋는다. 얼굴은…. 아보카도. 그 아래로는 목과 그가 즐겨 입는 옷을 그려 넣는다. 각이 잡혀 있지만 주인을 닮아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검은색 가죽 재킷. 그 안에는 흰색 와이셔츠. 무지갯빛 글씨로 자. 유. 라고, 쓰여 있는. 그 글씨에 힘을 담아 꾹꾹 눌러쓴다. 밑에는 기모가 들은 청바지와 갈색 워커.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서 채도가 낮게 보이겠지. 그때 이수지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던 건 흰 목에 둘려져 있던 빨간 목도리뿐.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된 계기는 강이지의 단순한 궁금증뿐이었다. 이수지의 시야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당신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알고 싶어요. 자신의 손보다 한참 높은 체온의 손을 느끼다가 이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그림은 가죽 재킷을 입은 눈 덮인 아보카도. 강이지는 그의 초상화를 받아 들고는 아주 감탄했다.

와 원래 화가였어요?

아니요. 그림은 배워본 적 없어요. 강이지는 이수지의 말에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정말요? 근데 이 초상화는 미술에 문외한인 제가 봐도 엄청 잘 그렸다는 게 느껴져요. 한 번 미술을 정식으로 배워보는 건 어때요?

강이지는 초상화가 닳을까 봐 겁이라도 난다는 듯이 그림의 귀퉁이 부분만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매만진다. 내 그림이 저렇게 소중하게 여겨질 수 있나. 이수지는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낀다. 싫지 않은 감각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러지 않았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린 어머니의 초상화를 면전에서 찢어버렸지. 이수지는 속으로 냉소했다. 그때도 환영받지 못한 그림을, 아보카도밖에 그리지 못하는 내가 그릴 수 있을까. 그 말을 밖으로 내밀었는지 강이지는 이수지를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이수지의 심장이 빠르게 뛴다. 왜 이런 심각한 이야기를 해버린 걸까. 이수지가 미소 지으며 그냥 해 본 소리였다고, 다들 부모님과 약간씩의 문제는 있지 않냐는 식으로 가볍게 넘기기 전에 강이지가 입을 열었다. 그림은 어머니를 위해서 그리는 게 아니잖아요. 물론 수지 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그릴 수도 있죠. 하지만 그것에 매달리면 안 돼요. 그건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일이에요. 나도 그렇게 살아봤는데, 너무 피곤했어요. 다른 사람에게 일일이 맞추는 건 진짜 미치게 만들거든요. 강이지의 미소에는 함축적인 과거가 들어있다.

그것의 내용물을 알 수는 없지만 너머에 있는 슬픔, 원망, 분노, 그리움 등이 아주 희미한 아지랑이처럼 흐물거리고 있어서 이수지는 입을 살짝 열었다가 닫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강이지는 다시 초상화를 바라본다. 그 눈빛이 아주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것이라 괜스레 이수지까지 볼이 화끈해진다. 그리고 얼굴이 아보카도이면 어때요. 사람을 설명해 줄 수 있는 건 얼굴이 아니라 다른 것도 많아요. 수지 씨도 회사 사람들 이제 잘 구분하잖아요. 그들의 냄새, 말버릇, 손짓 같은 걸로. 그런 걸 화폭에 담으면 되죠. 물론 그렇게 그리려면 아주 힘들겠지만요. 사실 이런 것이 진정한 그림 아닐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림에는 보이는 것 그 이상을 담으려고 그린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수지 씨는 수지 씨만의 그림을, 아보카도를 그리면 되는 거예요.

이수지는 이 모든 말을 듣고 받은 감동을 표현하기에는 머리가 매우 복잡했다. 대학원생이라서 그렇게 똑똑하신 거예요?

강이지는 웃었다. 이수지는 강이지의 조언에 힘입어 주말에 미술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물론 주말도 바쁘다. 회사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잔업에 끌려가야 하고 심심치 않게 찾아오는 모친과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그림을 배우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 미술을 사랑하며 이것이라면 아무리 시간을 쏟아도 아깝지는 않겠다였다. 하지만 일과 미술을 병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이수지는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이수지는 이때까지 수많은 선택지를 겪어왔다. 영어 유치원에 다니며 수학 학원에 다녔다. 대신 동네 친구들과 멀어지며 알파벳과 구구단을 배우게 되었다. 중학교 때는 수학과 영어, 논술 학원에 다녔다. 다니고 싶던 미술 학원은 1달도 가지 않아 그만두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는 외국어 고등학교에 가게 되었다. 지망하던 예술고등학교에는 원서도 넣지 못했다. 대학교도 직장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한 사람에 의해 좌우지 된다. 이수지 삶의 절대적인 한 사람. 이수지는 이미 늦은 반기를 흔들어 보려고 한다. 이수지는 인터넷에 사직서 양식을 검색했다.

 

그날은 언제나 똑같았다. 보통 불행한 날의 시작은 불길한 전조가 있기에 마련인데, 이수지는 그런 것 중 하나도 느끼지 못했다. 아침햇살은 부드럽고 그 손길에 골골거리는 고양이도 귀여웠다. 심지어 사람들 머리 위에 달린 아보카도도 싱그러워 보였다. 이렇게 기분이 좋은 것은 SNS에 떠드는 것처럼 퇴사 직전의 마약 같은 상태인 건가.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며 미술 학원으로 향했다. 이수지가 제일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는 곳에서 불행이 시작된다. 첫 번째는 이수지가 미술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 핸드폰의 전원을 꺼놓았다는 것. 두 번째는 하필 이수지의 어머니가 근처에서 약속을 잡았다가 파투가 난 김에 딸의 보양식을 챙겨주려고 했다는 것. 세 번째는 이수지의 어머니는 이수지 집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는 것. 1020316. 이수지의 어머니와 이수지의 생일을 치고 들어간 이수지의 집은 다양한 그림들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 이수지가 그림 수업을 마치고 휴대전화를 켜기 삼십 분 전, 이수지의 어머니는 책상 서랍에 담긴 이수지의 사직서까지 발견했다.

이수지는 핸드폰으로 들어온 몇 통의 부재중 전화의 발신인을 확인하고는 표정을 굳혔다. 엄. 마. 여느 때 같으면 같이 차 한잔하며 그림 이야기를 나누던 미술 학원 선생님에게 급한 일이 있다는 식으로 무마하고는 집으로 뛰어갔다. 현관문을 열자, 그곳에는 종이눈이 날리고 있다. 이수지의 새벽을 새워서 적은 사직서가. 하늘하늘. 이수지의 어머니는 너 잘 왔다는 표정을 하고 이수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따발총을 쏘는 것처럼 말소리를 입에서 튀겨내었다. 너 그림을 좋아하는 거 엄마도 알아. 그림 좋지. 근데 일에 지장이 가게 하면 어떻게 하니?!

 

엄마. 내 말 좀 들어봐. 왜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려고 하는 거야? 저만한 회사 다시 들어가기 쉬울 것 같아?

엄마. 내 말 좀 들어보라니까?

왜 엄마 말을 갑자기 무시하니?! 이거 다 네가 걱정되어서 하는 거잖아!

 

이수지는 속에서 올라오는 아우성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저 반들반들한 아보카도를 깨부수고 싶은 충동마저 들 정도였다. 이수지가 비명을 질렀다. 제발 내 말 좀 들어보라니까!!!!!

이수지의 큰소리는 신생아 때 밥 달라고 보채던 울음소리밖에 들어보지 못한 이수지의 엄마가 잠시 황당했다. 하지만 이내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너 지금 엄마한테 소리 지른 거야?

그래, 소리 질렀어. 그럼, 엄마는 왜 내 집에 연락도 없이 들어와서 물건 제멋대로 만지고 뒤지는 건데? 엄마는 엄마 멋대로 행동하면서 내가 조금만 나 좋을 대로 행동하면 기겁하면서 막아섰잖아. 그래서 이제까지 엄마가 하라는 대로 다 해줬어. 예술고등학교 포기하라고 해서 포기하고 대학이랑 직장도 엄마가 만족할 만한 데로 들어가면서 모든 걸 엄마에게 맞춰줬어.

. . . 내가 여기서 뭘 더 해야 해? 나 진짜 엄마 때문에 미칠 것 같아. . . 이수지의 말에는 습기가 고여있다. 그제야 딸의 표정을 본 이수지의 어머니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수지야, 엄마는 너를 생각해서. . .

나 지금은 엄마 얼굴 보고 싶지 않아. 제발 나가! 나가라고!! . . .

 

딸의 악을 쓰는 목소리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이수지의 어머니는 뒤를 돌아 나갔다. 그런 어머니의 등을 쳐다보다가 이수지는 자신도 화장실로 들어갔다. 눈물을 나오지 않았다. 세수하고 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침대에 누워서 자려는 순간, 그때야 울음이 터져 나왔다.

자신과 가장 밀접한 사람과 관계가 어그러져도 시간은 흘러간다. 강이지에게 초상화를 주기로 한 날이다. 이수지는 퉁퉁 부은 눈으로 강이지를 맞이했다. 강이지는 이수지의 초상화를 연신 칭찬했다. 사실 엄마와 만난 뒤로는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손을 대지도 않았는데. 이수지는 고작 부모와 싸운 것 갖고 감정조절이 되지 않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했다. 그래서 눈치를 보던 강이지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울고 말았다. 죄송해요, 조절이 안 돼요.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없어요. . 강이지는 이수지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강이지의 부드러운 말에 이수지는 목이 메는 듯했다. 다 안 괜찮아요. 제가 다 망쳤어요. 그림 그깟 게 뭐라고 엄마한테 큰소리치고…. 근데 엄마도…. 수지 씨. 수지 씨 잘못이 아니에요. 자신을 탓하지 마요. 강이지의 단호한 목소리에 수지는 고개를 들었다. 강이지의 갈색 눈이 단단한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저도 수지 씨랑 비슷했어요. 저희 어머니는 여자가 연구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셨어요. 그냥 적당한 학과를 나와서 적당한 나이에 결혼하면 된다고 믿으셨죠. 그래서 참 많이 싸웠어요. 그때 저도 수지 씨처럼 제 탓을 참 많이 했어요. 왜 나는 부모님의 기대대로 살 수 없는

거지?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났지? 만들어지길 잘못 만들어졌나.

... 근데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그중 하나가 상담인데…. 수지 씨는 상담을 받아볼 생각이 있나요?

이수지는 저절로 머릿속에서 소리를 지르는 엄마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이수지가 떨리는 목소

리로 묻는다. 절 이상한 사람으로 보면 어떻게 해요?

뭐, 기껏해야 아보카도일 텐데요 뭐. 과일이 걱정을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요?

이수지는 멍한 머리로 열심히 생각했다. 아보카도. 사람들이 샌드위치나 샐러드가 하다못해 튀김밥에 얹어 먹는 아보카도. 그래. 그냥 아보카도 앞에서 말하는 것뿐인데. 별일 있겠어?

강이지의 말은 힘이 있다고 이수지는 이제 믿는다. 그날 바로 상담센터에 전화해서 예약을 잡은 후 내일이자 오늘, 상담을 들으러 왔으니. 원래라면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이수지를 키우면서 그는 주변 사람들의 평판에 많은 신경을 썼다. 그중 하나의 일례로는 고등학교 때 우울증 검사를 했을 때 수치가 높게 나와 학교 안의 위 센터에서 몇 마디 나눈 것을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어머니가 학교에 항의 전화를 건 것이다. 상담 선생님이 곤란하게 미소 지으며 자신에게 내밀었던 청소년 상담센터 홍보지를 보았겠지. 가방 속에 반듯하게 접힌 전단지를 보고 내 딸이 정신병자일 리 없다며 호들갑을 떨었을 거야. 전화를 끊고 몇십분이나 이어지는 잔소리 아래에 고등학생 이수지는 절로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발갛게 익혔다. 그리고 다짐했다. 아, 이건 창피한 일이구나.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지.

나를 내보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게 해서 언제까지나 안락한 이수지의 껍질이 완성되었다. 이러한 내용들과 회사 생활의 경쟁적인 분위기,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등을 나누다 보니 시간이 꽤 길게 이어졌다. 상담 선생님은 이수지의 껍질을 깨트리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깨트리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그 껍질을 계속 문지르며 이수지의 일상에 대해 궁금해했다. 겁이 많은 이수지라도 가끔 껍질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대체 밖에서 무엇을 하나 하며 나올 정도로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나누어졌다. 어머니는 통 연락해 오지 않고, 회사의 바쁜 프로젝트도 한고비를 넘어 무언가 인생의 바쁘지만 동시에 느긋한 이상한 울렁거리는 하루에 선생님은 좋아하는 활동이 없냐고 물었다.

 

6회기가 넘은 시간 동안 수지 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네. 기분이 어떠세요? 처음에는 상담 오시길 꺼리셨는데, 지금 벌써 6회기나 되었잖아요. 이수지는 상담사를 흘긋 쳐다보았다. 여전히 아보카도다. 하지만 왜인지 따스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신기하기도 해요. 선생님 말씀대로 저는 그냥 친구가 다녀보라고 해서 다녀본 거니까 이렇게 오래 다닐 줄은 몰랐어요. 그렇군요. 그러면 여기에 지금 수지 씨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적어주시겠어요?

상담 선생님이 흰 종이를 내밀었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이수지는 약간 당황하여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아보카도는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 그 얼굴에서 미소도 눈빛도 읽어낼 수 없는 이수지는 그래, 아보카도가 뭘 하면 하겠나. 심정으로 색연필을 들어 하얀 종이 한가운데에 과감하게 색연필로 줄을 긋는다. 노랑, 주황, 보라, 하늘. . .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들이 이수지의 손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그림의 ㄱ자는 노란색으로 활기차게 구부러져서 곡선을 그리다가 ㅡ자로 건너가고 그것은 자신의 색을 보라색으로 바꾸어서 하늘로 치솟을 듯이 ㄹ로 날아간다. 마치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듯이 점점 선으로 자신의 모양을 바꾸던 글자들은 하늘색으로 마무리되어 마치 자신들이 날개라도 달린 양 의젓하게 서

있다. 떠나고 싶어라. 저 너머로 훨훨 날아가고파. 그림이 속삭이는 듯했다. 선생님은 멋진 그림이라며 작게 박수를 쳐주었다..

 

그림이군요. 그러고 보니 취미가 그림 그리기라고 하셨죠. 네에. 이수지가 수줍게 미소 짓는다. 선생님은 그러면 그림 중에서도 무슨 그림을 그리고 싶냐고 물었다. 겨울의 창백함을 담는 풍경화도 좋고 현재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아보카도를 주제로 추상화를 그려도 괜찮을 것이다. 원래 자주 그리던 초상화는. . . 아직 잘 모르겠어요. 괜찮아요. 시간은 많으니까요. 그럼 이건 숙제로 두죠. 다음 상담 때 다시 이야기해요. 이수지는 건물을 나왔다. 나오자마자 무언가 얼굴에 차갑게 닿았다. 위를 보니 새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을 그리는 것도 괜찮겠지. 입김과 함께 새어 나온 혼잣말이 사라진다. 이제는 추상화를 그리든 정물화를 그리든 무엇을 그리든 뭐라 할 사람이 없으니까.

 

. . . 이수지는 그림의 속삭임을 기억해냈다. 아마 그건 이수지의 속마음이기도 하겠지. 그림이, 이수지가 날아가고 싶다면 과연 어디로 날아가고 싶은 걸까? 하늘? 아니면 엄마? 엄마라는 말을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빨리 뛰고 지긋지긋하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 그럼에도. 살얼음이 낀 보도블록을 조심히 밟으며 엄마와 영영 이별하기는 싫다고, 이수지는 생각했다,

5일 뒤에도 그리고 싶은 그림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못한 이수지가 결국 자신의 고민을 강이지에게 털어놓았다. 강이지는 처음 만났던 카페의 카페모카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것을 빨대로 길게 들이마시고는 말했다. 그림으로 얻고 싶은 게 뭔데요?

 

얻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라. 처음에는 엄마가 금지한 것이니 더 했던 것 같다. 일종의 반

항심리 같은 것? 그러면서 진심으로 그림이 좋아졌다. 그럴 때 그만두게 됐지만. 간단하게 말하면 그림을 그리면서 느끼는 해방감 같은 것 때문이랄까…. 그릴 때만큼은 제가 자신이 아닌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 말을 듣자마자 강이지는 눈을 장난스럽게 빛내며 자신만 믿으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하천가의 터널이 있거든요. 거기에서 내일 저녁에 봐요. 뭘 할 건데요?

미리 말해주면 재미없잖아요!

 

강이지가 저렇게 즐거운 미소를 지으면 무언가 이수지의 통제를 벗어나는 일을 저지른다는 건데. 불안하다. 그래도 그 점이 좋아서 같이 있는 거니까. 이수지는 결국 강이지의 제안을 수락하였다. 변한 복장. 그것도 버릴 옷을 입고 오라니…. 저녁에 버려진 터널에서 대체 무얼 하려고 이러는 걸까. 이수지가 학생 때 입던, 살짝 작아서 이제는 버려야 할 초록색 트레이닝복과 슬리퍼를 끌고 하천으로 걸어갔다. 강이지의 말대로 도시와 시골의 경계선 외곽에 자리 잡고 있어 낮에 도시로 나가서 장을 팔려는 할머니 몇몇을 빼고는, 사람이라고는 전혀 없는 공원이었다. 터널은 이미 담쟁이덩굴들이 자신의 영역으로 점령하여 그들에게 부딪치지 않으려면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벌레와 줄기들을 쳐내야 할 정도였다. 어느 정도로 걸어가자, 누군가가 관리를 했는지 시야가 확 트이는 지점이 나왔다. 그곳에는 이수지가 깨끗한 터널 벽을 마주 보고 서 있다. 발밑에는 무수한 담쟁이덩굴과 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다. 칼로 식물을 자른 모양이다. 강이지가 이수지를 알아채고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든다. 가까이서 보니 꽤 큰 칼이 반짝이자, 이수지는 자신도 모르게 한발 물러났다. 강이지는 이수지의 반응에 미안하다며 사과하고는 칼을 허리에 맨 작은 가방에 넣었다. 왠 칼이에요?

정글도에요. 정글은 식물이 엄청 많거든요. 그걸 채집하거나 쳐내서 길을 만들 때 쓰는 거예요. 그걸 왜 가져왔어요?

강이지가 어깨를 으쓱이며 식물이 제거되고 달빛에 반사되어 흰색으로 반사된 비교적 깔끔해

보이는 터널 벽을 가리킨다. 당연히 벽을 청소하기 위해서죠. 왜요?

수지 씨, 그래피티라고 알아요?

강이지가 페인트 스프레이를 흔든다. 딸깍딸깍 소리가 커짐에 따라 강이지의 미소도 커진다. 이수지가 차마 말리기도 전에 강이지는 벽에 검은색 스프레이로 선을 죽 긋는다. 이수지는 정글도에 베인 것 같은 터널 벽을 바라본다. 만약 그렇다면 터널의 피는 무슨 색일까. 강이지의 상식 외 행동에 머리가 멍해진 이수지는 강이지가 자기 손에 빨간색 스프레이를 쥐여주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이지 씨! 허락받지 않은 그래피티는 불법이잖아요!

아이. 어차피 여긴 아무도 안 오는데요 뭘. 오면서 담쟁이덩굴 수북한 거 봤죠?

그래도. . . 들킬까봐 입구와 출구에 덩굴 몇 개 남겨놨어요. 밖에서는 안 보일걸요. 이수지는 신나게 스프레이로 벽을 칠하는 강이지를 바라보았다. 얼굴과 옷에 검은 스프레이가 튀어도 마냥 즐겁기만 해 보였다. 하긴. 누가 봐도 별 대수겠어? 이수지는 속으로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어차피 아보카도잖아. 아보카도. 이수지는 빨간 스프레이를 내려놓았다. 강이지가 그 모습을 보고 약간 실망하는 기색을 보이려던 찰나 이수지는 하늘색 스프레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강이지가 마구잡이로 칠한 검은색 바탕에 하늘색 스프레이를 분사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그리는 건가. 어느새 그래피티에 집중하여 아무 말 않는 이수지를 따라 아무 말 않기로 한 강이지는 한 발짝 떨어져 생각했다. 아니다. 하늘이 아니야. 저건 사람이야. 근데 왜 하늘이라고 생각했을까. 이수지가 손목을 꺾으니, 코가 생기고 아래로 스프레이를 휙 내리면 길쭉한 목이 생겼다. 그것을 다시 위로 쳐올려 한 번에 뒤통수를 그려냈다. 그리고 그 뒤통수를 그리다 만 이수지는 잠시 멈추고 고민하는 듯했다. 다시 손을 놀려 그가 그린 것은. . . 수많은 새였다. 금방이라도 지저귈 것 같이 사실적이고 잘 그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푸드덕이는 날개의 소리를 낼 것 같은 수많은 새. 이수지의 사람은 새로 변해 날아간다. 검은 바탕 속으로 날아가는 걸까. 그러면 이수지의 사람은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걸까. 꼭 블랙홀에 자살하는 것 같아. 그림을 다 끝낸 후 이수지가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며 중얼거린다. 가만히 그림을 보고 있던 강이지가 말했다.

자살하는 게 아니에요. 떠나는 거죠. 더 좋은 곳으로. 이수지와 강이지의 눈이 마주친다. 더 좋은 곳으로?

더 좋은 곳으로. 강이지의 단호한 말에 이수지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수지의 페인트로 얼룩진 손이 콘크리트의 거친 표면을 쓸어내린다. 너희들은 날아가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밖으로 나왔잖아. 그거면 된 거야. 한 발 내디디기면 분명 다음에는 더 나아갈 수 있을테니까. . . 그리고 이제 나가야 하는 사람은 이수지의 차례이다. 이제 이수지는 강이지와 늘 가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 마시고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내일 미술학원에 가서 먹을 점심을 미리 싸놓고

잠을 잘 것이다. 잠을 자며 생각하는 나쁜 버릇은 아직 지우지 못하겠지. 이제부터 돈은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미술로 먹고 살 수 있는지, 엄마와의 사이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계속 괴롭힐 것이다. 이런 것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제 이수지는 안다. 상담사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날아가기 위해서예요.

흩뿌려지고

깨지고

끊어버리고

산산조각나고

뜯어내고

달음박질하고

부수고

떼어내는, 그리하여

더 나은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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