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나는 어렸을 적부터 실수를 많이 했다. 물컵만 보이면 물을 쏟고, 걷다가 넘어지고, 가방을 챙 기지 않고 학교까지 도착한적도 있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기한안에 맞춰서 과제를 제출하는 것은 어렵고,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은 어렵다. 근데 이런 실수는 무언가를 까먹고,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작은 행동에만 비롯되지 않는 것 같다. 인생에서 하는 모든 결정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 그리고 내가 마주하는 성공과 실패에서도 나의 실수는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결정을 원망할 때가 많았다.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더 열심히 했더라면, 더 잘 챙겼더라면 등등. 찰나의 선택의 실수로 인해 생기는 일들은 나에 대한 원망으로 인해 마주하기가 더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지 실패는 더 크게 다가왔고 이를 극복하기는 더 어려웠다. 이 를 극복하기란 어려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나만 이런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은 실수를 하면서 산다. 오늘 아침에 버스를 놓쳤을수 도 있고, 수업때 제출해야 하는 과제를 챙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실수들은 작은 실수로 끝날 수도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서 더 큰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놓친 버스 때문에 지각해서 시험을 못치게 되거나 제출하지 못한 과제로 인해서 목표한 성적을 못 받을 수도 있다. 이런 실수는 때로 원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어쩌면 내가,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실수로 인해 힘들어 하는 것은 원치 않은 결과때문일수도 있다.

간혹 보면 사람들은 과정과 결과사이에 과연 결과가 더 중요한지에 대해서 고민한다. 결과는 많은 것을 바꾼다. 일어난 순간부터 보이는 장면과 주변에 있는 사람, 오늘 당장 할 일, 그리고 앞으로의 기회들까지 결정한다. 그러니 목표까지 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결국 결과 후의 과정까지 결정해버리기에 우리는 결과에 연연하게 되는 것이다.

선택이라는 단어는 가릴 선, 가릴 택으로 만들어진다. 오늘 먹은 아침부터 학교에 갈 때 타고간 버스 좌석, 친구와 한 대화까지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경우의 수 중에 내가 가린 선택들로 내 하 루가 꾸며진다. 이처럼 내가 선택한 대학교, 선택할 직업, 그리고 선택할 배우자가 내 미래의 시간들을 만들게 될 것이다.

가끔 결정은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오늘 하루를, 혹은 삶 자체를 잘 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선택은 무게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우리는 매일의 작은 결정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 그게 큰 결정이더라도, 실패하게 만드는 요인이더라도 흔들 릴 필요 없다.

많은 사람들은 결정이라는 것이 찰나의 순간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선택이라는 것은 그러하지 않다. 선택은 우리의 평생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다. 오늘 내가 버스를 탄 간단한 결정은 결코 간단한 찰나의 결정이 아니다. 차를 사지 않고 돈을 모아 등록금을내기 위함이다. 내가 버스를 놓쳐서 시험을 못쳤기에 차를 사지 않은 결정을 원망할 수는 있다.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 나의 성과에 대한 비용은내가 책임지고 싶다는 신념을 기반하고 있는 선택일 것이다.

시험을 치지 못해서 학점이 낮아짐에 따라 내가 미래에 원하는 기업에 취직하지 못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나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지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 나에게 더 큰 가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쇼펜하우어는 우리의 삶은 실수와 우연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나는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우 리가 한 결정이 실수가 되고 실수는 실패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실수는 우리가 상상 하지 못한 우연을 만들고, 그 우연은 지금 우리가 된다. 부정적이라고 생각했던 결과들도 더 크게 보면 또 하나의 해프닝일 것이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나무 그리기를 한적 있다. 일주일동안 몇시간동안 열심히 만든 나무에 실수로 뜬금없는 남색 물감을 떨어뜨린 적이 있다. 내가 나름 열심히 만들어놓은 작품이 망가졌다고생각했다. 이때 미술 선생님께서 보시곤, 이건 실수가 아니고 ‘해피 미스테이크’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하셨다. 이 물감을 나뭇가지들 사이사이에칠하고, 하얀 점들을 찍어서 밤하늘 배경을 그려주셨다. 내 실수로 떨어뜨린 남색 물감이 아름다운 밤하늘이라는 우연을 작품 속에 그려 넣어준 것이다.

평생 실수를 한번도 하지 않고 살기는 힘들다. 그게 어떤 실수이던, 주의를 하며 살아간다면 덜 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으로서 실수를 완전하게 피해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만약 자신 의 실수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당신이 속한 상황은 분명 본인에게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작은 실수들은 밤하늘보다 더 아름다운 우연을 당신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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