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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민의 국장레터] 내가 원했던 건 달디단 신포도
  • 조수민 편집국장
  • 승인 2024.03.04 08:00
  • 호수 709
  • 댓글 1

이솝 우화 중 ‘여우와 신포도’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배가 고팠던 여우는 포도밭을 발견하고 신나 달려간다. 얼른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으려 하지만 포도는 너무 높은 곳에 있다. 여러 번 포도 수확을 시도했던 여우는 번번이 실패하고, 결국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때 여우는 자신이 실패한 포도를 향해 한 마디를 남긴다. ‘저 포도는 어차피 신포도일 거야’ 이것은 나의 완벽해지고 싶은 강박과 비슷하다.


완벽해지고 싶다. 완벽하지 못할 거라면 발걸음을 돌리고 싶다. 어쩌면 그래서 더 도전하기를 꺼리는지도 모른다. 도전하기 전부터 내가 실패할 것을 그리게 되고, 굴욕당하지는 않을까, 괜히 폐만 끼치는 것이 아닐까. 고민이 깊어진다. 생각이 많아지면 행동하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법. 결국 안전한 나의 보금자리로 도망쳐버린다. "결국 나는 얼마나 시도했던 간에 실패했을 거야." 라며 완벽한 성공을 거둔 자신을 신포도 마냥 내버려두고.


그러나 여우가 따기를 실패한 포도가 얼마나 시었을지, 달콤했을지 먹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것처럼 도전해 보기 전까지는 이 경험에서 내가 바라던 대로 완벽할지, 아니면 처참하게 실패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언제나 손을 뻗어보지도 않고 발길을 돌렸던 나는 스스로가 언제나 비겁하게 느껴졌다. 나와 비교하면 여우는 실패라도 했으니 양반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포도를 따보려고 발에 힘을 줘본다. 책임이나 관직이라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꼼꼼하거나 성실하지 못했던 나에게 편집국장이 된다는 것은 큰 도전이다. 포토샵도 다뤄본 적 없는 내가 처음으로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잡고 애를 쓰고, 새로 들어온 기자들을 가르치고, 행정 업무도 처리하면서 정체 모를 포도를 깊게 음미하고 있다. 이 포도가 허기를 한 방에 달래줄 만큼 달콤할지, 절로 침이 고이고 미간을 찡그리게 할 만큼 신맛일지 아직은 모른다. 그럼에도 눈 딱 감고 도전해 보면, 그것이 완벽하게 달콤하지 않더라도 내게 다음 포도를, 포도가 아닌 무엇이라도 대담하게 손에 쥘 수 있는 용기를 주리라, 생각한다.


훗날 신문사를 떠나게 된다면, 나는 이 날을, 이 글을 어떤 마음으로 그리고 읽게 될까. 그날까지 달려가는 과정은 얼마나 씁쓸하고 달콤할까. 발걸음을 떼기 전, 내 앞에 놓인 여정을 바라보는 시작부터 설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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