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대학교에 들어와 코로나 시기의 스무살을 보내고 나는 군대로, 너는 학교에 남아 너만의 학교생활을 계속해갔지. 시간이 흘러 전역을 하니 너는 과 학생회장이 돼 멋지게 우리 과를 꾸려가고 있었어. 너는 4학년이 돼서도 학생회장을 하게 됐고, 이듬해 나에게 과 집행부를 해보자며 제안했고, 그렇게 우리는 같은 과 학생회가 됐어. 나는 학교생활을 아무것도 못해봤지만, 단순히 너의 요청에 응했어.

학생회 활동을 하기 전에는 내가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활동을 하다 보니 학생회장인 너도 부족한 부분이 많더라고. 내가 모자라는 만큼 너는 조금 모나있었어. 그래서 우리가 서로 채워주고 의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너의 적극적인 성격이 나의 우유부단함을 메꿔줬고, 붉으락푸르락하게 변하는 너를 나의 안정적인 성격이 잠재워 줬어. 우리의 모습이 주변인 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는 과에서 가장 케미가 잘 맞는 친구로 소문이 나기도 했었지.

노래방에서 우리는 항상 마지막 곡으로 안재욱의 <친구>를 불렀는데 네가 졸업하고 들으니 새롭게 들리네. 특히 네가 이별하고 나서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펑펑 울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참 귀엽고 풋풋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맥주 많이 마시기 내기를 하다가 내가 술에 취해 너한테 할 말 못 할 말 다 뱉은 것도 너는 다 용인 해 주고 넘겨줬지. 서로의 바닥인 모습을 보면 특이하게 더 돈독해지는 우리 사이가 신기했어. 또한, 옆집에 살면서 같이 밥 먹고 낮잠도 같이 자며 때론 미래를 그리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행복했어. 2023년 너와 함께했던 학교생활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네.

너는 이제 졸업해 새로운 길로 떠나는구나. 새로운 길로 떠나는 것이 걱정 되고 남아있는 것들에 아쉽겠지만 우리가 작년에 해 온 것처럼 임관에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대한민국 남자에게 군대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만 본인 하기에 따라 더 큰 발전을 할 수도 있는 조직이니, 너도 여태 해 온 것처럼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너는 내가 본 사람 중에 본인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본인을 사랑하는 만큼 남들에게도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은 준 사랑만큼 언젠가는 돌려받을 것이 분명하니 행복하게 사랑했으면 좋겠어. “네가 참 멋있다” 이 한 마디를 농담처럼 주고받던 우리가 시간이 지나서도 서로 멋있다고 칭찬 할 수 있으면 성공한 인생일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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