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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소년범과 함께하는 수능
  • 장예린 수습기자
  • 승인 2023.12.04 08:00
  • 호수 708
  • 댓글 0

얼마 전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소년범도 함께했다. 교도소 안 학교 ‘만델라 소년학교’와 사상 최초로 운영된 교도소 내 수능 준비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철장 안에서 치른 수능

(1) 교도소 안 학교

쇠창살로 된 굳건한 문 5개를 통과해야 이를 수 있는 학교가 있다. 복도를 따라 교무실, 교육실, 상담실, 소그룹실이 늘어선 풍경은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학생들의 가슴팍에 번호를 단 파란색 수감복을 입은 이곳은 서울시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에 있는 ‘만델라 소년학교’다.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소년범죄종합대책’에서 수도권에 ‘학과 교육 중심 소년 전담 교정시설’을 운영하기로 하며 설치돼 올해 3월 2일 문을 열었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이름을 빌렸다. 교훈은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데 있다”는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명언이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소년 수용자들의 체계화 된 교정과 교화를 통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수도권 유일의 소년 전담 교정시설이다. 특히, 17세 이하의 소년 수행자들을 대상으로 저연령 청소년에 알맞은 교과 과정 교육 중심으로 운영해 학력 취득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교과 전담 교육실 ▲자습실 ▲상담실 ▲전용 운동장을 갖추고, 성인 수용자들과의 동선을 분리했다.

만델라 소년학교의 선생님들은 정교사 자격증을 보유한 교도관들이다. 철저하게 교육계획을 세우고, 교육생 수준에 맞는 맞춤 수업을 진행하며 수도권의 풍부한 인적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교양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 특성에 맞는 인성교육으로 건전한 인격 형성을 돕고 있다.

(2) 교도소 안 수능 시험장

202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수)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에 시험장이 마련됐다. 교도소 안에 설치된 첫 수능 시험장으로, ‘서울 구로구 제13지구 제6시험장’이라는 어엿한 이름도 붙었다. 과거 수형자가 교도소에서 수능을 치른 경우는 있지만, 교도소 내 시험장까지 설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의 수험생들은 최소 징역 2년에서 15년까지 형이 확정된 만 15∼17세 소년들이다. 이곳에서 교육받는 수형자 30명 중 10명이 수능을 치렀다.

(3) 만델라 소년학교 학생을 만나다

세계일보 안경준 기자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튿날인 17일(금)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에서 ‘만델라 소년학교’ 소년수인 A군과 B군을 만났다. A군과 B군은 만델라 학교에서 가장 처음 수능 준비를 시작한 학생들이다. 수능 응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수능 응시 관련 반응들도 봤다고 했다. ‘범죄자들을 왜 공부하게 해 주냐’ 등의 비난 댓글이 절반가량이었다고 했다. A군은 “선생님이 기사 댓글을 보여 준 적이 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진심으로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부를 시작한 이유를 묻자, B군은 “재범을 하고 싶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처음 수감됐을 땐 ‘나는 주범이 아니니까’라는 생각으로 반성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전과 때문에 새 출발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공부하다 보니 그러한 시선도 결국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군은 “이전에 김천소년교도소에 있을 때는 자격증을 따면서 출소할 때까지만 버티자는 분위기였다”며 “이제는 늦더라도 잘살아 보려고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꿈과 목표도 생겼다. A군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반성하고 싶다며 “의료 계열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B군은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느껴 언젠가 물리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답했다.

교육부, 전액 지원하다

서울시교육청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델라 소년학교’ 소속 수능 응시생 10명을 위해 서울남부교도소에 수능 시험장을 설치하고 응시생의 수능 응시 수수료 전액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8월 서울남부교도소를 방문해 학교시설을 점검하고 2024학년도 수능 지원을 위한 협의를 해왔다. 서울시 교육청은 만델라 소년학교 수험생을 위해 서울남부교도소 내 별도 수능 시험장 설치, 수능 응시 수수료 전액 지원, 시험 시행을 위한 감독관, 관리 요원 파견 등 특별 시험자 운영을 전담하면서 수능 시험지 호송을 지원했다.

조희연 교육감은 “올바른 교육을 통해 소년 수형자들이 바른 인성을 가진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취약 계층에 관심과 지원을 확대하고 대학 진학 지원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거 우리는

(1) 수감자들을 위한 교육지원

구금으로 인해 수용자가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교정시설에서도 자아실현과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교도소 내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형자의 나이, 학력 정도 및 교육 인원과 교육과정별 필요 요건 등 종합적인 기준에서 대상자를 선정해, 기관별로 자체 실정에 맞게 학과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과 교육의 종류로는 ▲검정고시 ▲방송통신고등학교 ▲독학 학위 취득 ▲전문대학 위탁교육 ▲방송통신대학교 등이 있다.

검정고시를 위한 교육은 수용자 중에서 학교 과정 교육이 필요한 자에 대해서 초·중·고등학교 수준의 교육 과정을 실시하고 있으며, 성적이 우수한 자는 매년 2회 실시하는 검정고시에 응시해 학력 자격 취득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방송통신고등학교는 소년 수용자에게 사회의 정규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할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1982년에는 김천중앙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1991년에는 천안 소년교도소에 천안중앙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를 설치해 교육을 실시했는데, 2010년 천안 소년교도소의 수용 구분 변경으로 현재는 김천소년교도소만 운영하고 있다.

또한, 수용자의 다양한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95년부터 국어국문학, 영어영문학, 법학 등 9개 전공 분야의 학사 고시반을 설치해 운영하며 독학 학위취득을 지원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정규대학 과정 교육희망자의 증가에 따라 2004년 여주교도소에 방송통신대학교 과정 신설을 시작으로 현재 ▲여주교도소 ▲전주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 ▲포항교도소에 다양한 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2) 수용자에게 교육을 지원하는 이유

교도소 수용자에게 교육을 지원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사회 복귀를 위해 재활 및 재직을 준비하는 것이다. 교육은 수감자들이 실용적이고 산업적으로 유용한 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사회 복귀 시 일자리를 찾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대학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수감자들에게 미래에 걸쳐 다양한 직업·사회적인 기회를 확장할 수 있다.

둘째, 범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지면 범죄로 빠져들 확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 교육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한, 직업 교육을 통해 수감자들은 자신의 직업 기술을 향상하고, 더 나은 직업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된다.

셋째, 자아 존중과 자기 향상을 위해서다. 교육은 수감자들이 자아 존중을 향상하고, 자기 개발에 기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로써 사회는 잠재적인 인재를 발굴하고 경제적 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또한, 수감자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찬성? 반대?

(1) 소년범에게도 권리가 있다

김종한 서울남부교도소 사회복귀 과장은 연합뉴스를 통해 “수능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이만큼 사회의 다른 것들도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며 “아직 어리지 않나. 공부할 기회도 줘야 한다. 피해자에게 반성하고 사과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냐”고 발언했다. 또한, 사회에서 죄를 짓고 형이 확정된 이들에게 수능 공부를 시켜준다는 것에 달갑지 않은 시선에 대해선 “피해자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우선이지만, 피해자에게 직접 편지를 쓸 수 없고 써서도 안 된다”며 “다른 방향의 길을 제공해 주는 것으로, 사회에 나가서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다른 길로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2) 가해자에게 특혜가 필요한가

소년수 수험생에 대한 시선이 따뜻한 것만은 아니다. 성범죄 영상을 찍거나 특수강도, 살인 등 무거운 죄명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 수능 공부를 시켜주는 것에 대해 일종의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피해자 인생은 나 몰라라 하면서 가해자 인생에는 꽃길을 깔아 주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유가족 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우선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소년범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우리 사회의 책임 중 하나다. 소년범에게 새로운 기회와 지원을 제공해 그들이 재범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환경을 형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년범에 대한 사회적 지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도 함께 고려해 치유와 보상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소년범과 피해자 양쪽을 모두 고려해, 보다 인간적이고 형평성 있는 사회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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