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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이야기 찾기] 동사자가 옷을 벗은 채 발견되는 이
  • 현효정 기자
  • 승인 2023.12.04 08:00
  • 호수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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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온동물인 인간은 추위에 매우 약하다. 체온이 2℃만 떨어져도 저체온증이 시작되고 심부체온이 29℃~32℃가 되면 혼수상태에 빠진다. 열이 쉽게 빠져나가는 물속에서는 더욱 취약한 데, 같은 10℃라도 지상에서는 생존에 무리가 없지만, 10℃의 물에서는 1시간 만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은 추위를 막고 생존하기 위해 옷 을 만들어 입기 시작했고, 이후 의복 문화가 만들어지며 계절에 따라 다양한 옷차림이 탄생했다. FLIR에서 제작한 ‘기온별 옷차림’을 참고하면 우리나라에서 기온이 19℃~17℃일 때는 멘투멘, 면바지 등을, 11℃~9℃일 때는 자겟, 니트 등을, 4℃ 이하일 때는 패딩, 두꺼운 코트, 기모 제품을 착용한다고 했다. 이처럼 날씨가 추워지면, 옷을 두껍게 입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산은 많은 산악인의 꿈의 장소다. 하지만 극심한 추위가 도사리는 에베레스트산에서는 많은 이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한다.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하다 보면 옷을 벗은 시신을 종종 찾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에베레스트산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American Forensics의 법의학 병리학자인 Amy Gruszecki 박사는 “우리는 추운 날씨에 부분적으로 옷을 입거나 완전히 벗은 사람들을 밖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 탈의(paradoxical undressing)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체온조절 기능의 이상으로 인해 체온이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열감을 느껴 탈의 상태에 도달하는 현상이다. 이는 체온 상실에 맞선 우리 몸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여겨지며, 이상 탈의 현상으로 옷을 벗지 않았을 때보다 더욱 빨리 사망하게 된다.

이상 탈의 현상은 역설적으로 살아 남기 위해 시작된다. 뇌와 심장 등 중요 장기 이외에 몸 표면에 넓게 분포 하는 말초혈관을 수축해 그리로 가는 혈액을 줄여 열 손실을 막는다. 몸 표면을 단열층으로 활용해 핵심 기관을 보호해 살아남으려는 것이다. 하지만 말초혈관을 수축하려면 근육이 경직돼야 하고 그럴 때 에너지가 필요하다. 피부로 공급되는 혈액이 줄어든 상태에서 근육의 긴장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에너지가 고갈된다. 에너지가 고갈돼 근육이 더는 버티지 못하게 되고 모세혈관이 갑자기 확장되면, 몸속의 더운 피가 한꺼번에 피부로 몰리고 사람은 갑자기 덥다고 느껴 옷을 벗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열을 잃고 나면 저체온증이 더욱 심해져 사망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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