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기저기서 MBTI 이야기를 한다. 학교나 회사에서 처음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한 아이스 브레이킹 용 혹은 스몰토크를 위해 서로의 MBTI를 물어본다.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다. 4가지 분류 기준인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외향-내향(E-I) 지표 ▲정보 수집을 포함한 인식의 기능을 나타내는 감각-직관(S-N) 지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 내리는 사고-감정(T-F) 지표 ▲인식 기능과 판단 기능이 실생활에서 적용되어 나타난 생활양식을 보여 주는 판단-인식(J-P) 지표에 따른 결과를 토대로 16가지의 성격 유형을 설명해, 성격적 특성과 행동의 관계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MBTI 검사는 12분 내외 간단하게 진행되는 심리검사로 자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람과의 대화가 단절된 코로나 시국에 유행하면서 MBTI는 빠르게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요즘, 사람을 알아가는 지표를 넘어 MBTI를 맹신하거나 과몰입해 우열을 가르는 사례도 일부 보인다. 과몰입은 사람과 사람 간 관계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연인과 친구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MBTI 중심으로 해결하며, MBTI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깊숙하게 빠져있다. MBTI를 볼 때 두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첫 번째, MBTI에 좋고 나쁨은 없다. MBTI에 과몰입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은 T라서 나랑 안 맞을 것 같아”라는 식으로 서로를 알아보기도 전에 선을 긋고 평가와 판단을 내린다. 심지어는 채용 면접서 MBTI를 물어볼 때 I형이라 말하면 떨어질까 걱정하고, 처음 친구를 사귀는 자리에서 T형이라고 말하면 왕따를 당할까 봐 자신의 MBTI를 숨기는 지경까지 왔다. MBTI는 단지 사람의 경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이해하는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MBTI로 한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하면 안될뿐더러 범주화하고 우열화해선 안 된다.

두 번째, MBTI 성격유형도 양면성이 존재한다. 외향(E)-내향(I) 지표는 심리적 에너지와 관심의 방향이 자신의 내부와 외부 중 주로 어느 쪽으로 향하느냐를 보여 주는 지표이다.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은 소심하니까 누구에게나 붙임성이 좋은 외향적인 사람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확신하기도 한다. 낯을 가리는 외향인도 있는데 MBTI 외향 지표라고 해서 무조건 먼저 분위기를 풀어야 한다고 강요하고,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내향적이라고 규정한다. 외향 유형이라고 해서 내향적인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 기능이 외향적일 뿐 열등 기능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사람이 가진 성격을 완벽하게 정의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MBTI는 자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사람의 성격을 MBTI 지표 하나로 단정지어서는 안 되며, 성격유형에 순위를 매기고 이분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서로가 가진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고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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