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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야할 때
  • 조수민 기자
  • 승인 2023.11.06 08:00
  • 호수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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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 들어 가장 많이 남용되는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공감 능력’ 혹은 ‘EQ’다. 사람들은 이제 무뚝뚝하고 우직한 수직적 인재를 찾지 않는다. 융통성 있고 상황보다 사람을 볼 줄 아는 인재를 찾는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EQ나 공감 능력을 향상하려 노력하고, 취업 면접 상황에서도 어느 지원자가 다른 사람과 유능하게 협력해 기업에서 원하는 방향의 결론을 끌어 내는지 본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에게 부족한 것은 공감 능력도 EQ도 아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이다.

혹자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영상 콘텐츠 플랫폼이 넘쳐나는 세상에 어떻게 경험이 부족하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그것들은 경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무엇을 진정 ‘경험했다’ 말할 때, 그것은 단지 목격했다는 의미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여행을 가거나, 사람을 만나고 살을 부대껴가면서 무언가 경험할 때, 우리는 그 사람, 장소, 역사의 과거와 미래에 흠뻑 젖는다. 행복과 슬픔이라는 감정을 뼈와 살로 깊게 느끼면서 교훈을 얻고 성장한다.

진짜 문제는 사람들이 전부 경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행 유튜브를 보고 자신이 가봤다고 느끼고, 맛집 탐방 유튜브를 보며 자신이 먹은 것처럼 음미한다. 책 5분 요약을 보고 자신이 독서를 했다고 생각하며, 영화 5분 요약을 보면서 주인공이 된 것처럼 설레한다. 심지어 사람에 대한 이해마저도 타인의 경험을 투사해 지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경험이 아니다. 그건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를, 취향을 훔친 것이다. 사실 훔친 것도 아니고, 백화점에서 명품 가방을 잠시 들었다가, ‘만약 내가 정말 이 가방을 들었다면?’ 하는 망상에 익사한 것이다. 이 익사자들은 자신이 죽었는지도 모른 채 전시할 가방이 늘었다고 기뻐한다.

그러니 자기 경험을 벗어난 사람을 보면 마치 못 볼 것을 본 듯이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자신의 넓다고 생각되는 식견에 가둬 버린다. 타인의 실제 경험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몸과 마음으로 느낀 실제 경험은 나를 살아 가게 하는 동아줄이 될 뿐만 아니라, 언제나 내가 누군지 확인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결국 세상의 중심은 나고, 돌아와야 할 곳도 집이니 남이 개척하고 있는 집을 기웃거리기보다 스스로 경험을 통해 내 집을 조금 더 견고하게 만들어 나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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