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산부인과의 신생아실 침대가 비어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산부인과도 비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OECD에서 발표한 2022년 OECD 국가들의 합계출산율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이는 OECD 38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저출산이란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인 경우를 말한다.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인 경우는 초저출산으로 본다. 2017년 합계출산율 1.05명을 기록한 이후 2018년부터는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기지 못하고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출생아 수 감소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잠정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 9,000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4.4% 감소했다. 단위 인구 당 출생아 수도 4.9명으로 전년 5.1명과 비교해 0.2명 줄었다. 정부는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약 28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해마다 수십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오히려 출산율이 떨어져 그간 저출산 예산이 실제 출산율 문제 해결과 무관하게 사용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부담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주택, 의료, 교육 등의 생활 비용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주택 가격이 높아지면 자녀를 키우기 위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의료와 교육 비용도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을뿐더러, 자녀를 키우는 데 필요한 부가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두 번째로는 저출산 관련 정책의 국민 체감도가 낮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5년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해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간 시행된 기본계획의 성과는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정책 대상과 수준을 지속해서 확대한 데 있다. 1~3차 기본계획이 시행되면서 사회적 인식과 제도 개선 등 성과가 있었지만, 초저출산 추세 반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그간 추진된 기본계획이 정책 수요자인 국민 입장이 아니라 정책 공급자인 정부 입장에서 시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본계획은 각 부처에서 내놓은 약 220개의 사업 리스트가 나열된 것에 불과해 점차 확장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기 어려워, 제대로 된 성과목표와 그게 따른 결과를 나타내는 성과지표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는 기존 저출산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출산 급여, 양육비 지원이나 육아 휴직제도를 확대하고, 육아 시설을 확충해 출산 후에도 경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도 필요하다. 또한 출산과 육아가 가능한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경력 단절 없이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가치 있는 일임을 사회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저출산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그 영향은 사회, 경제, 정치, 그리고 개인의 삶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산율 하락은 인구 구조와 사회적 동태를 변화시키며, 다양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는 미래 세대와 사회의 번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