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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간식 뭐 먹지?
  • 문자영 기자
  • 승인 2023.10.16 08:00
  • 호수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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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입가심을 하고 싶을 때, 피곤한 일과 중 입이 심심할 때, 집중력이 필요해서 에너지를 끌어올려야 할 때 등 디저트가 활약할 수 있는 상황은 무궁무진하다. 예쁘고 달콤한 디저트는 진부하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개인 미디어를 통해 아기자기한 디저트의 모습과 그를 맛있게 먹는 인플루언서의 영상이 퍼지며 디저트의 유행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지금 어떤 디저트들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을까?

 

<꾸덕하고 달콤하게, 약과>

약과는 밀가루에 꿀과 참기름을 넣고 반죽한 후 모양을 잡아 기름에 튀겨 만든 음식이다. 튀겨 나온 이후에 계핏가루를 넣은 조청이나 꿀에 담근 후 말려 만든다. 몇 해 전만 해도 약과는 할머니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옛날 음식 취급을 받았으나, 지금은 다르다. 약과는 지금 2030 세대와 디저트 업계에서 가장 핫한 간식 중 하나다. 약과를 먹는 먹방 영상이 큰 인기를 끌며 약과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데이터 기반 디지털 마케팅 업체인 ‘인크로스데이터랩 IDL’에서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4월, 약과의 소셜미디어 언급량은 87,676회로 지난해 4월에 비해 2.27배 가량 증가했다. 유명한 브랜드의 약과를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은 가게가 열기도 전에 긴 줄을 선다. 인터넷 판매마저도 인기 공연의 좌석을 예매하듯이 판매 시간에 맞춰 빠르게 결제하지 않으면 준비된 물량이 품절돼 ‘약과’와 ‘티켓팅’을 합친 ‘약켓팅’이란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손이 많이 가고 숙성하고 말리는 시간이 필요해 대량 생산이 어려운 약과의 특성 탓이다. 유명 브랜드의 약과를 구매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이 원가의 판매가에 웃돈을 붙여 중고 사이트에 약과를 재판매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약과 이전에도 유행을 선도한 디저트들은 많았지만, 약과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디저트를 다루는 가게뿐만 아니라 간식이나 제과 분야의 업체들이 너도나도 약과와 관련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기존의 다른 음식들과 섞어 만들어진 새로운 디저트가 인기를 끈다는 점이다. 약과를 이용해 만든 약과 빙수, 바닐라 아이스크림 안에 약과 조각이 박힌 약과 아이스크림, 크림치즈가 올라간 쿠키 위에 약과를 올린 약과 쿠키 등 다양한 기존 디저트들이 약과와 함께 새로운 디저트로 탄생하고 있다. 대형 카페에서 약과를 첨가한 약과 스무디, 약과 라떼 등을 선보였고, 편의점에서는 약과 향 맥주를 찾을 수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약과 유행에 있어 “벌꿀 아이스크림이나 대왕 카스텔라처럼 특정 음식이 반짝 유행했던 적은 많았다. 이런 음식들과 비교해 약과가 오래 유행하는 이유는 기존 디저트와 합쳐져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변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젊은 소비자들은 콘텐츠가 계속 변화해야 관심을 유지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레트로’라는 트렌드는 여전하다. 그런 면에서 변화를 끊임없이 이루고 있는 전통 간식 약과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약과에 관심을 가지는 건 우리나라의 젊은 층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유명배우들이 외국에 가서 한국의 음식을 판매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입소문을 탄 브랜드의 약과를 후식으로 내놓았다. 외국에서 낯선 디저트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방송에서 약과를 먹은 손님들은 “달콤해서 매운맛이 강한 한국 음식을 먹고 나서 후식으로 먹기 딱이다”, “쿠키와 비슷한데 새로 느껴보는 식감이라 재밌다” 등의 평가를 남겼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고 정갈한 포장으로 한국의 미를 느끼게 해주는 약과는 관광객들에게도 입소문을 탔다. 서울의 한 유명 프리미엄 약과 전문점의 약과 선물 세트는 한 상자에 5만 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게가 여는 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 살 수 있는 ‘오픈런’ 현상을 보이며 외국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동남아와 대만 최대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쇼피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K-스낵’이란 이름으로 약과의 주문량이 작년 대비 450% 성장했다고 밝혔다.

 

<고려에서 왔어요, 개성주악>

약과와 함께 인기가 급부상한 전통 간식 중 개성주악도 빠질 수 없다. 개성주악은 찹쌀가루에 멥쌀가루나 밀가루를섞은 뒤 막걸리를 넣고 반죽해 둥글게 빚은 후 기름에 지져 조청, 꿀 등에 절인 한과다. 다른 이름으로는 ‘우메기’라고도 불린다. 찹쌀가루를 사용해서 튀기는 온도에 민감하고 하나씩 조리하지 않으면 서로 달라붙기 쉬워서 만들기 까다로운 간식이다. 예로부터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 대접하는 다과로 종종 상 위에 올라갔다. ‘개성주악’이라는 이름 속에서 개성주악의 특성을 모두 엿볼 수 있다. 먼저, ‘개성’에서 알 수 있듯 개성주악은 고려시대 사람들이 즐겨 먹은 음식이다. 불교를 중시하던 고려는 부처님께 차를 바친다는 의미로 차를 즐겼는데, 자연스레 차와 곁들일 수 있는 다과 문화가 함께 발달했다. ‘주악’은 조약돌처럼 앙증맞게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로 개성주악은 한입 크기로 작고 동글동글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주악은 전국에서 찾아볼 수 있었으나, 기름에 지진 후 가운데에 대추와 잣을 올려 꾸민 것이 개성 지역의 특징이다. 개성주악도 조청에 절이는 과정이 있다는 점에서 약과와 비슷하지만, 식감은 약과와 전혀 다르다. 반죽을 치대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과자처럼 파삭한 약과와 달리 빵과 떡 사이 쫄깃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만드는 과정에서 알 수 있듯 개성주악은 도넛과 만들어지는 방법이 유사하다. 디저트의 유행은 고려시대부터 이어진 우리 문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켓 컬리는 ‘2023 추석 선물 특선’ 기획전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디저트·베이커리 카테고리가 전년 동기 대비 41% 성장했다고 밝 혔다. 1,500여 개 상품 중 특히 돋보인 것은 개성주악, 밤 파이, 곶감 등 레트로 디저트들이다. 마켓 컬리측은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 제품들이 인기인 것으로 조사됐다’는 말을 덧붙였다. 할매니얼은 할머니 세대의 취향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를 말한다. 유행을 넘어 꾸준히 인기를 끄는 할매니얼에 대해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이 겪어보지 못한 세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윗세대 문호의 정겨운 감성을 통해 위로받는 경향이있다”고 분석했다.

재미있는 것은 전통 간식을 찾아 먹는 활동이 일종의 챌린지처럼 유행하는 지금, 거슬러 올라가다 못해 약 800년 전의 간식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다. ‘모약과’도 개성주악과 함께 주목받은 고려시대의 간식 중 하나이다. 모약과는 동그란 일반 약과와 달리 네모난 모양이고. 겹겹의 층을 만들어 제작하기 때문에 페이스트리 같은 식감을 가지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 설령 그것이 800년 전의 유행이더라도 말이다.

 

<바삭한 과일꼬치, 탕후루>

2023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간식이라면 탕후루를 빼놓을 수 없다. 탕후루는 중국의 전통 간식으로 추운 겨울북방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산사나무의 빨간 열매를 대나무 꼬챙이에 꽂은 후 엿당을 발라 말린 것이 탕후루의 원형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탕후루는 딸기, 포도, 파인애플 등 다양한 과일을 꽂아 만든다. 겉에 바른 설탕 시럽으로 바삭한 식감과 함께 달콤한 과즙을 느낄 수 있다. 개인 미디어에서 ASMR 콘텐츠로 다뤄지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탕후루 프랜차이즈의 경우 지난해 43개 지점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9일(토) 기준 420개로 지점이 크게 확대됐다.

그러나 탕후루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마냥 좋지 않다. 먼저, 유난히 학생층에 인기가 많은 탕후루가 청소년들의 과한 당 섭취를 유발한다는 의견이다. 탕후루 한 꼬치에는 보통 10~25g 정도의 당류가 들어있다. 하나만 먹어도 세계보건기구(WHO)의 청소년 기준 권장 하루 당류 섭취량 25g을 채우는 셈이다. 지난 3일(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아동 청소년 비만 및 만성질환 진료 현황’에 따르면 작년에 비만으로 진료받은 13~15세 청소년이 951명으로 2018년보다 3.13배 늘었다. 7~9세는 1.73배, 10~12세는 2.37배, 16~18세는 2.25배로 모두 전년 대비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2형 당뇨 진단을 받은 초등학교 고학년 또한 1.6배 증가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최근 탕후루 등 달콤한 간식이 유행하고 있어 건강관리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지난 12일(목), 유명 탕후루 프랜차이즈의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탕후루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 이유는 비만 우려뿐만이 아니다. 개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탕후루 열풍에 편승해 너도나도 탕후루를 만들어 먹는 모습을 올리고 있다. 탕후루는 과일과 설탕만 있으면 쉽게 완성할 수 있다. 과일에 녹인 설탕 시럽을 발라 굳히는 과정이 전부다. 의외로 간단한 과정이지만 탕후루를 만들다 손이나 발을 다쳤다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설탕의 녹는점이 185°C로 매우 높다는 점이다. 또한 일반적인 액체와 달리 끈적한 점성 탓에 흘러내리는 속도가 느려 피부에 흘린 경우 다른 액체류보다 더 심각한 화상을 초래한다. 화상 성형외과 전문의 권민주 한강수병원 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탕후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설탕물에 화상을 입은 환자가 평소보다 7∼8배 늘었다”며 “많을 때는 하루 10명 이상이 오기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위험성에 비해 탕후루가 등장하는 미디어에서 제작 과정에 주의가 필요함을 알리는 문구는 거의 찾을 수 없다. 권민주 원장은 “설탕물이 다루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 사고가 생기는 것 같다”며 “방송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인지를 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디저트 카페 대신 편의점 어때요?>

각종 디저트가 유행하며 편의점 디저트 시장도 눈에 보이게 성장하고 있다. 월급 빼고 모든 게 다 오른다는 고물가 시대, 디저트도 비싼 가격을 피해 갈 수는 없다. 한 입 거리의 자그마한 디저트가 식사에 준하는 가격을 보이기도 하는 요즘,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는 저렴하고 질 좋은 디저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편저트(편의점+디저트를 의미하는 신조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편의점 업계의 경쟁이 뜨겁다. 편의점 업계의 전략은 ▲제품군 확대 ▲고급화 ▲자체 브랜드 출시 등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이마트 24의 경우 가을을 맞아 프랑스의 밤잼 브랜드 ‘크렘드마롱(Creme de Marrons)’ 제품을 활용한 디저트 3종을 출시했다. 다른 편의점에서는 볼 수 없는 밤 디저트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잡으려는 제품군 확대 전략이다. CU는 ‘연세우유크림빵’을 통해 편저트 시장의 입지를 꽉 잡고 있다. 연세우유크림빵은 직접 크림을 주입하는 방식을 통해 다른 크림빵보다 더 많은 크림 양을 보여줬고, 반을 갈라 내용물을 보여주는 인증사진인 ‘반갈샷’을 유행시키며 누적 판매량 4,000만 개를 돌파했다. 흔히 볼 수 있던 편의점 크림빵의 고급화 전략이 먹힌 사례다. 세븐 일레븐은 할매니얼 열풍에 편승해 레트로 간식으로 이루어진 자체 브랜드 ‘을지로 양과자’를 선보였다. 크루아상 생지를 얇게 눌러 구운 ‘크룽지’, 백두 앙금을 넣은 ‘왕만쥬’, 달콤한 꿀을 바른 ‘흑임자 오란다’ 등이 있다.

편의점들이 디저트 경쟁에 적극적인 데에는 ‘모디슈머(mod isumer)’의 역할이 크다. 모디슈머는 수정하다는 뜻의 ‘modify’와 소비자라는 뜻의 ‘consumer’의 합성어로,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라면을 섞어 먹으면 더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자 기업에서 직접 두 라면이 섞인 제품을 새로 출시하고,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어 먹는 ‘막사’의 인기가 높아지자 주류업체에서 직접 막사 제품을 선보인 것 등이 모디슈머에게 영향을 받은 예시들이다. 모디슈머가 제품과 제품 간의 조합, 제품의 맛을 극대화하는 조리법 등을 개발해 알리는 것들이 소비자들이 주도하는 하나의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보인 것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 전반에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품질 수준 또한 상향 평준화되는 분위기”라며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소비자들내에서 디저트를 즐기는 방법 등이 퍼지면서 자체적인 바이럴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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