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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포기의 또 다른 이름
  • 현효정 기자
  • 승인 2023.10.16 08:00
  • 호수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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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를 보다 보면 ‘내가 O살에 O원 벌 수 있었던 이유’, ‘20대라면 지금 당장 OO 하세요’ 등의 제목을 붙인 숏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자신만의 자기 계발 방법을 SNS로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이와 비슷한 제목을 붙인 콘텐츠가 하루에도 몇 번 씩 나의 피드에 추천된다. 이런 콘텐츠는 주로 여행, 독서, 인간관계를 강조하며 자유로운,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는 알고리즘을 통해 비슷한 내용의 숏폼이 반복적으로 노출되게 한다.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나에게 유익한 정보만을 얻어가면 좋겠지만, 나와 별다른 것 없어 보이는 또래가 과감하게 도전하며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 게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은 나도 이들의 성공 신화처럼 지금 하는 것을 뒤로 한 채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뛰어들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과 현실을 핑계 삼는 것 같은 내 모습에 스스로가 미워지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일명 ‘갓생’ 숏폼의 주인공은 평범한 또래로 왠지 나도 한다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선택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겠지만,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내가 꿈꾸는 삶을 위해 도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더욱 크게 만든다.

하지만 발상을 조금만 다르게 생각 하면 나는 나의 이상을 위해 도전하지 않는 선택을 한 것이다.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꿈을 향해 지금 눈앞의 것들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처한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어린 나이에 꿈에 도전해 성공한 내용을 공유하는 숏폼을 예시로 들었지만, 사실 ‘960번이나 운전 면허에 도전한 할머니’ 등 나이·성별·인종 등 사회의 편견을 이겨내고 꿈을 위해 도전한다는 내용은 과거에서부터 꾸준히 인기 있는 소재였다. 도전의 가치는 과거에서부터 박수받아 마땅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최근 ‘단체’보다는 ‘개인’이 중시되며 ‘꿈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는 인식까지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인식의 여파로 꿈을 포기하는 것은 더욱 아쉬움이 크게 남겠지만, 그럼에도 당장에 해야 할 일의 책임과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선택을 한 이들에게도 존중의 박수를 보낸다. 많은 가능성과 기대·희망이 아닌, 해야 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도전처럼 가치 있는 일이니 말이다. 도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현실을 지 키기 위한 노력이 가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포기’라는 단어에 ‘아쉬움’이라는 꼬리표가 아닌 ‘또 다른 선택’이라는 가치를 부여하고 ‘포기’가 아닌 저마다의 새로운 단어를 써넣을 수 있으 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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