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을 키운 지 1년이 지났다. 선인장을 키우게 된 이유는 나와 닮아서다. 가시가 있어 차가워 보이지만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에서 내가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선인장을 동경하고 있다. 나는 사회로 한 발짝 발을 내딛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스펙을 쌓기 위해 여러 대외활동을 지원했지만, 경쟁에 밀려 불합격 문자만 쌓이고 있다. 그런현실의 벽에 나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은 잃어가고 희망은 메말라 가고 있다. 나를 갈증 나게 만드는 현실을 마주하면서 인생은 사막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막에서는 거센 모래 돌풍, 뜨거운 태양을 견뎌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장애물이 나를 가로막는 탓에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지만 이런 척박한 환경을 버텨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선인장이 되고 싶다. 사막에서 강한 생명력을 가지는 선인장 말이다. 뜨겁고 메마른 사막에서 살아가는 선인장의 무기는 가시다. 가시는 잎의 숨구멍에서 수분이 배출되는 것을 막고, 천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잎을 뾰족하게 변형시킨 것이다. 선인장은 가시를 통해 줄기가 사막의 강한 햇빛에 직접 닿지 않도록 온도를 조절하고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한다. 이 밖에도 선인장은 번식을 위해 가시를 사용하기도 한다. 자기 가시를 동물이나 사람에게 부착해 새로운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모두 어려운 환경에서 선인장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이뤄낸 진화다.

이렇게 선인장은 자신을 보호하며 느리지만 끝내 화려한 꽃을 피운다. 환경에 적응하기를 택한 선인장이 생존전략으로 가시를 무기로 만들면서 긴 시간 묵묵히 버텨낸 결과다. 선인장에게 한 수 배웠다. 선인장이 해낸 진화처럼 나도 혹독한 현실을 탓하기보다 그에 적응하기 위해 나만의 무기를 진화시켜 나를 메마르게 하는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자 한다. 그리고 마주한 삶의 시련과 아픔은 밑거름으로 만들고자 한다.

사막 같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선 사막 속의 오아시스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생존전략을 찾아야 한다. 선인장을 통해 이를 깨달았다. 그리고 사막에서 꽃을 피울 때까지 나만의 무기로 선인장처럼 강인하게 살아가는 것이 목표다. 내 삶이 척박하게 느껴진다면 그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