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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아이들
  • 신해원 기자
  • 승인 2023.09.18 08:00
  • 호수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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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문이 안열렸는데도 긴 줄이 늘어선다.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 는 것이 흔한 풍경이 돼 버린 이곳은 바로 ‘소아청소년과’다. ‘아프지 않고 크는 게 효도’라는 말이 진짜가 돼버렸다. 아이 한 명이 아프면 부모를 포 함한 할머니, 고모 등 가족 모두가 나서야만 겨우 진료를 볼 수 있는 시 대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아청소년과에서 응급치료가 필요하다고 진 단받은 한 아이는 진료를 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항목에 동의해야만 했 다. 첫째, 어떤 상태라도 입원은 안 된다. 둘째, 오전 6시 이전에 무조건 나가야 한다. 응급실 검사 결과 아이는 급성 폐렴을 진단받았지만, 갈 곳 이 없어 아이의 아빠가 새벽에 소아청소년과 번호표를 뽑고 집 앞 소화전 에 표를 숨겨 겨우 아이는 입원해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녹록지 않은 환자들의 현실만큼 소아청소년과의 현실도 만만치 않다.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하는 전공의 수와 현장 지원 인력이 줄어들어 그 업 무 부담이 현재 일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한 의사가 일을 그만둬 다른 의사들도 줄줄이 그만두면 결국 그 병원에는 시니어 교수만 남게 된다. 체력적으로 모든 일을 도맡을 수 없는 시니어 교수마저 그만두게 돼, 소아청소년과의 입원을 막고 ER(응급 실)을 닫는 순차를 여러 병원에서 밟고 있다. 상급 종합 병원에서 응급, 최고 그리고 중증 환자가 진료 및 입원을 한다. 그 하위 레벨인 소아 전 문 병원에는 준중증, 경증 진료 및 입원을 맡아서 한다. 그러나 상급 종 합 병원에서 인력이 부족해지며 응급 및 최중증 환자들이 소아 전문 병 원으로 이동하며 업무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소아청소년과 개원의 평균 임금과 전체 개원의 평균 임금을 비 교해 보면 2~3배 정도의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의사들은 낮은 의료수 가가 그 원인이라 말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최저임금은 올랐는데, 소아청 소년과는 기본적으로 노동집약적이고 규모는 영세하다. 그런데 물가는 엄 청나게 치솟고 있고, 내년 진료비는 고작 210원이 오른다. 이런 상황에 대 한 소아청소년 의사회는 ‘대국민 작별 인사’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진 행했다. 저출산 위기 속에 지금과 같이 낮은 의료수가가 유지된다면 청소 년과 지탱이 힘들다며 호소했다. 이처럼 노력 대비 수입이 낮다는 금전적 인 이유뿐만 아니라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어두운 전망 ▲과중한 업 무 부담 등의 이유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원 충원, 즉 의사의 수를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인가? “의사 수를 늘리면 피부과, 성형외과처럼 돈이 되는 병원이 늘어나니 시 술 가격은 저렴해지겠네요” 한 국립대 의사의 자조 섞인 한마디가 모든 상황을 설명한다. 앞서 소아청소년과 붕괴를 겪었던 일본의 ‘지역 정원제’ 는 현이 학비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의대에서 공부하고, 졸업 후 9년 동안 현 내의 지역병원에서 일하면, 빌렸던 학비를 상환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 이다. 이는 의료인력의 지역 불균형과 필수 의료 전문의 부족 문제를 해 결하기 위해 도입됐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우리도 이러한 정책을 도 입하면 꽤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된다. 성공적으로 도입 된다면, 비싼 의대 학비를 부담하지 못해 중간에 포기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은, 그러나 환자에 대한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인 소아청소년 과 의사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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