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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 완전정복
  • 문자영 기자
  • 승인 2023.09.04 08:00
  • 호수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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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 혹은 지적재산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이는 표현물부터 발명품까지 폭넓은 범위의 지적 창조물을 통칭하는 단어다. 이에 대한 창조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장치가 ‘지적재산권’이였으나, 현재는 ‘지식재산권’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오늘 9월 4일(월)은 국가기념일인 지식재산의 날로, 지식재산의 창출과 보호, 활용까지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지정됐다. 그 뜻에 따라 지식재산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 보자.

 

<지식재산이 뭔가요?>

지식재산이란 개인 혹은 기업의 지적 창조물 혹은 경영지식을 통칭하는 말로, 보이지 않는 자산이라고도 불린다. 지식재산에 대한 창작자의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기 위해 부여하는 권리가 지식재산권이다. 지식재산권은 창작자의 정신적인 창작물, 연구 결과, 창작물을 만들어 낸 방법마저도 독점적 권리를 인정하는 무형 재산권이다. 엄연히 재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상속 및 증여도 가능하다. 지식재산은 ▲특허권 ▲실용신안권 ▲상표권 ▲디자인권을 총칭하며 관련법은 물론 저작권법,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적극적으로 보호된다. 기업의 ▲영업권 ▲경영 노하우 ▲인적 자원의 능력 ▲브랜드 가치 또한 지식재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지식재산권은 개인의 권리가 강조되는 문화를 가진 서구권에서 먼저 등장한 개념으로 ‘Intellectual Property’, 즉 IP로 불린다. 우리나라에 IP 개념이 들어올 때 영어를 한자로 바꾸는 과정에서 일본의 영향을 받아 ‘지적재산’이라고 번역됐으나 지금은 ‘지식재산’으로 명칭을 직관적이게 변경했다.

지식재산권은 크게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구분된다. 보호 목적에 따라 산업재산권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창작물 등을 보호하는 권리고, 저작권은 인간의 문화생활 향상에 기여하는 창작물을 보호하는 권리다. 시간이 흐르며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사회적인 인식 또한 변화하며 전통적 지식재산권의 보호 범주에 들어가지 않지만 새로이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된 지적 창작물도 있는데, 이를 신지식재산권이라 한다. ▲반도체 배치 설계 ▲데이터베이스 ▲컴퓨터프로그램 ▲생명공학 기술 등이 신지식재산권에 의해 보호받는다. 이렇듯 지식재산의 범위는 계속해서 넓어지고 있다.

 

<역사 속 지식재산>

지식재산이란 개념은 인쇄 혁명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인쇄 기술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지식은 소유된다는 인식보다 준거집단에 퍼지는 것이 더 대중적이었다. 당시 수기로 직접 옮겨 적은 기록물을 제외하면 정보를 전달할 매체가 추상적이었기 때문에 개인의 독창성은 강조되기 힘들었다. 1450년경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 활자를 이용해 대량 인쇄를 시작한 이후에서야 일부 지식인의 특권이던 정보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 그의 인쇄술로 일주일 만에 책 500권을 인쇄할 수 있었다. 구텐베르크 이전의 인쇄술로는 책 한 권을 만드는 데 2개월이 필요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인류의 문자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인쇄 혁명으로 지식을 담은 책이 시장으로 나와 상품화됨과 동시에 저작자의 창조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저자의 지식 혹은 생각을 공유받기 위해서는 책을 구입해 읽어야 했고, 자연스레 이에 대한 저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지식재산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 지식재산권은 지적 창조물이 쉽게 확산되는 문화일수록 강화된다. 대부분의 지식, 생각, 문화까지도 인터넷을 통해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는 지금, 지식재산권의 가치는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노동과 자본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현대에선 제품의 디자인, 상품이 의미하는 문화적인 분위기와 이미지, 브랜드, 새로 선보이는 기술이 소비자의 선호를 결정지어 창작자의 경제적 부를 끌어내는 경향이 강해졌다. 지적 창작물이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고, 경제를 움직인다는 점에서 지식재산권은 차후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기, 저작권>

지식재산권 속 가장 큰 개념 두 개는 특허권을 포함하는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이다. 언뜻 비슷한 개념처럼 보이는 특허권과 저작권은 무엇이 다를까?

특허법은 발명을 보호 및 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허 취득은 새로운 기술적 아이디어가 생기면 관련 기술을 공개하는 글을 쓰고 특허청에 등록하는 것이다. 특허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매끄럽게 글로 써서 특허출원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특허제도는 아이디어 그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공개의 대가로 창작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유명한 콜라 회사의 경우 콜라 맛을 내는데 어떤 성분이 들어가는지 비밀로 하기 위해 특허를 출원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특허를 출원하면 특허청이 ▲산업상 이용가능성 ▲신규성 ▲진보성 등 여러 요건을 심사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발명이 출원일 전 공개된 기술들과 분명한 차별성을 가지거나 고도의 수준을 보여야 한다는 ‘진보성’이다. 까다로운 심사를 거친 만큼 특허는 출원일로부터 20년 동안 그 존속을 인정받고, 창작자의 독점적인 권리 행사를 허용한다.

반면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을 돕고자 한다. 이때,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타인의 창작물을 단순 모방하지 않고 저작자의 노력이 보이며 기존의 것들과 구별할 수 있는 정도라면 저작권을 부여받을 수 있다. 상당 부분 일치한 두 결과물이 있더라도 실제로 모방하지 않았다면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작품으로 각각 저작권을 부여받는다. 고도성을 심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저작권 등록은 특허를 받는 것보다 간단하다. 저작권은 특허와 달리 까다로운 심사 절차가 생략되고 기본적인 작성 서류 및 저작물 제출 여부 등만 확인한다. 저작권은 개인의 경우 저작자가 죽은 다음 해부터, 단체의 경우 결과물을 공표한 다음 해부터 70년까지 인정된다. 단,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권리로 저작권을 법적으로 등록해야만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저작권을 법적으로 등록하는 이유는 저작물의 저작자라는 것과 저작물의 공표일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데 있다. 또한 법적으로 등록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차후 논쟁이 생길 때 침해행위 그 자체에 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동시대에 일반적인 통념과 삶의 모습을 공유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우연히 유사한 표현이 나타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이를 피하려면 창작자들은 창작하기에 앞서 유사한 작품이 있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창작 이후에도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가져야 한다. 저작권은 창작자를 보호하고 창작 행위를 진흥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데, 현대에서 점점 강화되는 저작권이 오히려 창작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은 늘 함께한다.

이렇듯 저작권은 다른 지식재산권들과는 다른 특수한 성질이 있다. 특허청은 ▲특허청의 업무가 특허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재산 전반을 다룬다는 점 ▲‘특허’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권위적이라는 점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된다는 점 등으로 ‘지식재산청’으로 명칭을 변경하고자 계획 중이다. 

 

<지식재산을 지켜주세요>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매년 9월 4일을 지식재산의 날로 지정, 기념하고 있다. 미래 핵심 산업의 중심에 있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지식재산이 존중되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국가기념일이다. 왜 다른 날도 아니고 9월 4일일까? 그 이유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날이 바로 9월 4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의 기록유산은 18개다. 지식재산의 날 취지와 맞게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한다.

지식재산의 날을 9월 4일로 만든 직지심체요절은 1377년 간행된 것으로 앞서 설명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본보다 80년 앞선 인쇄본이다. 1877년 서울에 체류하던 프랑스 외교관이 구입했던 불조직지심체요절 하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됐다가 1972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인정됐다. 비록 당시 고려왕조가 인쇄술을 독점한 상태였고, 정보가 기득권만의 특권으로 다뤄지던 시대상 때문에 구텐베르크만큼의 사회적 혁명을 유도하지는 못했다는 한계가 있지만 세계 최초라는 가치는 분명히 인정받고 있다.

조선왕조의 ‘의궤’ 또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다. 의궤는 조선 왕실의 의례 양식을 상세히 기록한 자료다. 조선 왕실 주요 행사의 준비 및 시행은 물론 행사 이후 사후 처리 과정에 대한 기록까지 시대와 주제별로 분류돼 있어 왕실 의례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이용되고 있다. 조선왕조 500년간의 왕실 의례를 담은 탓에 의궤는 3,895권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의궤의 기록적 가치는 의례의 진행 과정을 날짜부터 참여한 사람들의 명단, 비용, 재료까지 명시한 데 있다. 의례의 모습 또한 천연색으로 표현해 시각적 효과와 현장성을 살렸다. 의궤는 동서양을 통틀어 유사한 형식을 찾을 수 없는 고유성을 갖고 있으며 그림의 질과 명확성이 탁월해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당해 프랑스로 반출됐으나 2011년, 프랑스 정부와 우리 정부의 반환 협상을 통해 5년 단위 임대 형식으로 국내에 반환됐다. 이 외에도 동의보감, 난중일기,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록물 등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인정받았고, 2023년 4·19혁명 기록물과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이 추가로 선정됐다.

지식재산의 힘은 기록뿐만 아니라 사회가 부여하는 의미에도 영향을 받는다. 우리의 지식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모두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식재산의 날을 맞아 지식재산권의 중요성과 그 가치를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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