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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사' 입니다.
  • 신해원 기자
  • 승인 2023.09.04 08:00
  • 호수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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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어도 제자는 없다’는 자괴감 섞인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평생 꿈이었던 교사를 정년 이전에 그만두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체벌을 가하는 것이 당연했던 과거를 지나 학생 인권이 강조되는 지금, 학생 인권과 교권 사이의 균형이 휘청이고 있다.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교사 사건을 통해 회자된 교권 추락 문제. 그 원인을 살펴보고 해외 사례와 국내 교육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 해결책을 찾아 보자.

 

분노한 교사들

올해 7월 18일(화) 발생한 교사 사망사건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서울 서이초 1학년 담임 교사가 교내 교보재 준비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왜 25살 초임 교사는 스스로를 내던져야 했을까?

고인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경찰 당국은 민원 스트레스에 더해 각종 행정 업무와 학생 지도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학생이 연필로 상대 학생 이마를 그은 연필 사건으로 인해 고인은 사건 발생 시점부터 사망 당일까지 학부모 민원으로 고충을 토로했다. 사건 발생 이후 피해 학생 학부모가 교무실에 찾아와 고인에게 ‘교사 자격이 없다.’, ‘애들 돌 보기를 어떻게 하는 거냐’는 폭언을 내뱉고, 연필 사건이 해결된 이후에도 양측 부모의 민원이나 전화가 계속됐다. 또, 학급 내 몇몇 학생이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소리를 지르고 난동하는 등의 문제 행위를 보여 학부모에게 연락했으나, ‘집에서는 그러지 않는데 학교에서는 왜 그럴까’하는 답변만 돌아오는 상황이 반복되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고인은 학교 측에 10차례 상담을 요구했다. 그중 2건은 ‘연필 사건’, 6건은 학생의 학교 부적응에 관한 내용이었다. 상담에서 고인이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됐다고 안도했지만,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하자, 학교 측은 고인에게 전화번호 변경을 권할 뿐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고인은 사망 전 수개월 동안 학부모 10명으로부터 민원 등의 이유로 여러 차례 연락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서울시 교육청에서 발간한 ‘2022년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이 규정한 교권 침해 사례에 해당함에도 고인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수천 명의 교사들이 피해자를 추모하는 검은 옷을 입고 교사 생존권 보장 시위를 벌였다. 수년 전부터 학부모와 학생들 이 교사에게 행하는 갑질이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 됐으나 정부의 대응은 미온했다. 이러한 방치가 결국 교내에서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으로까지 번지자, 교사들은 단순한 ‘교권 침해’가 아닌 교사의 ‘생존권 보장’에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또, 학생 지도에 대해 교사들이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 생활지도와 아동학대를 명확히 분별할 필요가 있다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잊혀진 권리, 교권

교권은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 비준한 국제 인권 조약 및 국제관습법에서 인정하는 기본적인 인권 및 교육권 등 교원의 직무 수행에 수반되는 모든 권한이다. 교권 침해는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 언론, 지역주민 등에 의해 교사의 권리나 권위가 부당하게 간섭받거나 침해되는 것을 말한다. 교권을 지키기 위해 ▲ 교육 기본법 ▲교육 공무원법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에 교권 관련 법령을 제정해 두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법과 실제 교육 현장 사이의 괴리가 드러났다.

비단 이번 사건뿐만이 아니다. 교권은 오래전부터 추락해 왔다. 교육부가 2019년부터 2022년까지의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에 따르면 2019년 2,662건, 2020년 1,197건, 2021년 2,269건, 2022년 1학기 1,596건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원격수업이 진행된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매해 증가하고 있다. 또, 전국 초등교사 노동조합이 초등교사 2,370명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 실태조사를 실시 한 결과 교권 침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99.2%, 없다 또는 기타가 0.8%였다.

지난해 8월엔 한 중학교 영어 수업 시간에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를 하고, 12월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원평가 서술형 문항 답변에서 한 학생이 성희롱 발언을 작성하는가 하면 올해 7월 9일(일)에는 초등학교 교사를 6학년 학생이 폭행해 전치 3주를 진단받았고, 인천 초등학교 학부모가 수업 중인 교실에 찾아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폭언, 욕설 후 폭행해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도대체, 왜

위와 같이 언론에 보도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겪는 교권 침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교권, 어쩌 다 이렇게까지 추락하게 됐을까? 교권 침해의 심각성에 많은 사람이 동의하지만, 원인 규명은 쉽지 않다. 교권 침해의 행위 유형과 구체적인 행위자별로 그 원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교원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를 물은 결과 교원 25%가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학부모에 대한 엄격한 처벌 미흡’을 선택했고 23.8%는 ‘교권에 비해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15.9%는 ‘교원의 직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형사법적 판단’ 때문이라 응답했다. 구체적으로는 ▲학생 인권 조례 ▲아동학대 처벌법 ▲부실한 교권 보호 시스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 학생 인권 조례

학생 인권 조례는 학교 교육 과정에서 학생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제정·공포해 시행하는 조례다. 이는 각 시도 교육청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 차별받지 않을 권리 ▲표현의 자유 ▲교육복지에 관한 권리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들은 인권 조례가 학생들의 ‘권리’만 보장하고, 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본분’에 대 한 내용이 없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해 전국 유·초·중·고 교원 3만 2,9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 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83.1%의 교원이 동의했다.

(2) 아동학대 처벌법

누구든 아동학대라고 의심되는 경우에는 신고할 수 있는 아동학대 처벌법은 아동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지만 정서적 학대의 기준이 모호해 교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동복지법이 개정된 이후 학교 안에서 아동학대 범위가 넓어져 교사들의 정당한 교육 활동이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과 후 남겨서 지도하거나, 복도에서 지도하는 것도 때에 따라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 교사들은 아동 학대 처벌법이 교사를 협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아동학대 처벌법은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수사에 들어가는데, 무고를 교사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3) 부실한 교권 보호 시스템

위와 같은 법안이 교권 침해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교권 침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내에 서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과 현장 책임자들의 지원 부재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유·초·중·고교 교사 1만 4,5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학부모 민원이 있을 때 받은 지원으로 ‘동료 교사의 지원’을 꼽은 사람이 65.2%로 가장 많았고, ‘그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28.6%나 됐다. 교육청의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실제로 한 초등학교에서 특정 학급에 민원이 많이 들어오자, 교장은 담임 교사를 불러 “A씨 학급의 학생이 불쌍하다. 왜 민원이 들어오는지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아보라”며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지키고 해결책을 찾기는커녕 칼날을 교원에게 돌렸다. 추락하는 교권이 얼마나 방치되고 있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Monster Parents

‘몬스터 패런츠(Monster Parents)’는 20여 년 전 일본에서 생겨난 신조어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괴물 학부모’라는 뜻이다.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는 학부모를 일컫는 말로 한국과 흡사한 시스템을 가진 일본 공교육이 무너진 현실을 만연하게 보여준다. 2006년 당시 한 달 잔업만 100시간 이상, 한밤중 전화로 일부 학부모의 폭언에 시달리던 23세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같은 해 말 도쿄에서 또 다른 교사가 비슷한 이유로 생을 마감하며 교권 붕괴가 일본을 뒤흔들었다. 이후 가장 선망받던 교사는 기피 직종이 됐다. 일본 공립초 교사 임용 경쟁률은 2000년 12.5대 1에서 2022년 2.5대 1로 추락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보충수업 담당자가 부족해 자율 학습으로 전환하는가 하면 중학교 교사가 초등학교에 배치되기도 하고, 심각한 경우에는 교원 면허 없이 교사로 채용되기도 했다. 영국 역시 교권 침해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영국에서는 2013년 기준 5년간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공격받은 사례가 4,000건 이상에 이르렀으며, 특히 교사를 공격한 학생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영국 사회 내 교권 보호에 대한 관심이 촉구됐다.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교권 침해 사례 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법적 기준이 모호해 교사들이 교권 침해에 대한 대응을 어려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손 놓고 있지 않았다. 일본은 사건 이후 교실 내 질서 유지와 다른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출석 정지 제도를 만들고, 학부모가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화를 낼 경우 위력업무방해죄를 적용했다. 영국은 ‘교육과 감사법’을 통해 교사의 훈육적 처벌권을 강화해 법적으로 금지된 체벌을 제외한 각종 근신, 압수, 정학, 퇴학 수준의 훈육적 처벌을 교사 및 학교장 수준에서 보장했다. 또, ‘교육법’에 근거해 학생이 수업 활동을 방해할 경우 교실 밖으로 내보내고 근신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했다.

독일은 악성 민원의 통로를 아예 차단했다. 바로 학부모와 담당 교사 간 직접적인 연락을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연락을 위해서는 ‘담당 오피스’를 통해 연락하거나, 매 학기 공식적인 ‘교사, 학부모 콘퍼런스’를 통해야 한다. 또, 시험 점수와 맞먹는 정도의 수업 태도 점수를 입시에 반영해 공교육이 강할 수밖에 없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교사 지도권을 확보했다. 미국은 2001년부터 교사 보호법을 제정하고 범죄 행위와 같은 명백한 과실 외에는 교사의 생활 지도에 대한 면책 특권을 보호하고 있다. 또, 디텐션룸(Detention Room)이라 불리는 정학실과 딘(Dean)이라 불리는 전문교사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딘은 문제아 를 지도할 수 있는 특수 교육을 받은 교사를 말하는데, 문제를 일으킨 학생은 담임교사가 아닌 딘에게 보내져 디텐션 룸에서 지도받게 된다. 또 ‘학부모 소환제도’가 법으로 정해져 있어 학생의 문제 행위로 학부모를 출석했는데 응하지 않을 경우 벌금형 또는 처벌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교권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교권이 존중받는 나라

위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교권 회복은 정부, 교 원, 학부모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야 해결할 수 있다. 특정 집단만 소리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교권 회복을 위해 교사들은 ▲교사의 교육권 보장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 ▲학급 민원 시스템 도입 등 교육환경 개선과 공교육 정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학생 인권 조례 재정비 ▲교권 침해 생활기록부 기록 등의 방 안을 내놓고 있다.

(1) 학급 민원 시스템 도입

안 겪어본 교사가 없다는 학부모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교사들은 학급 민원 시스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교사들의 연락처가 학부모의 시도 때도 없는 악성 민원 창구로 활용되는 현실에서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되는 제도다. 교사들은 단순히 응대 매뉴얼을 만들고 핸드폰 기기 또는 번호를 두 가지 사용하는 투폰을 사용하는 것, 그리고 상담 예약제를 시행하는 것으로는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교사 ‘혼자’ 민원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구에 정부는 학부모 민원은 학교장 직속 민원 대응팀이 맡도록 하는 방안을 고안하고 2학기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이며, 인공지능 챗봇을 이용한 온라인 민원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임을 밝혔다.

(2)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

아동학대 처벌법과 관련해서는 면책권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범죄행위와 같은 명백한 과실 외에는 교사의 생활 지도에 대한 면책 특권을 부여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와 시민단체가 어떤 상황이더라도 아동학대에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주장했고, 교사들은 이에 따른 해결 방안으로 교사와 학생, 보호자가 소통하고 판단할 수 있는 아동학대 분쟁 조정기구를 배치하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두 주장이 상충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아동학대 처벌법에서의 아동학대 위반행위 판단 시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이 보호될 수 있도록 국회의 입법 과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3) 교권 침해 생활기록부 기록

교육부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교시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추가하는 동시에 교권 침해 사항을 자녀의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나친 악성 민원을 대상으로 하며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보장하고 학생과 교사 간의 인권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은 생활기록부 기록에 대해 학생에 대한 위협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대학 입시와 생활기록부가 직결되는 만큼 실제 교육 현장에서 생활기록부 기록으로 학생을 위협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교권 침해 조치 7가지 중 전학이나 퇴학 조치를 받은 학생의 경우에만 생활기록부 기록을 남길 방침이라 전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교권 침해의 심각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많은 사람이 ‘교권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지나치게 학생 인권에 집중한 나머지 교 권이 추락했다는 목소리와 교권을 강화하면 학생의 인권이 침해받는 우려의 목소리가 상충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도 교사도 모두 존중받아야 하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학생 인권과 교권에 동등한 시선이 쏠린 지금, 근본적인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제도를 개선하고 나아가 학교와 사회의 교권 존중 문화가 확립돼 두 저울 사이의 균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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