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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접촉이 요구되는 스포츠다
  • 조수민 수습기자
  • 승인 2023.05.15 08:00
  • 호수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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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페스티벌에서 평소 좋아하지 않았던, 오히려 싫어했던 가수의 라이브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편견에 가득 차 심술이 났던 나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며 팔짱을 끼고 들었지만, 막상 직관한 그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 없이 뛰어났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심장을 건드려 그동안 싫어했던 과거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공연이 다 끝난 뒤, 그의 공연에 대해 칭찬했고 그는 친절하게 감사를 표했다. 그동안 싫어했던 감정은 형태도 없이 사라지고 그에 대한 애정이 가슴을 듬뿍 적셨고, 나는 바로 그의 팬이 됐다.


여러분은 이런 경험을 해본 적 있는가? 만나기 전에는 어떤 사람에 대한 편견에 가득 차 있다, 만난 뒤로는 그가 오히려 좋아지는 경험. 이것은 단순히 특정 개인이 아니어도 된다. 특정 집단, 특정 국가의 국민 등 범위는 다양하다. 이런 현상을 사회심리학적인 용어로 ‘접촉 이론’이라 부른다.


접촉 이론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른 집단과의 접촉 경험은 해당 집단에 대한 전례 없는 친숙함을 만들고, 부정적인 태도와 편견이 변하거나 아예 사라지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떻게 접촉했다는 것만으로 상대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걸까?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등이 서로 눈을 맞추면 상호 간에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본래 여성이 아기를 낳을 때 분만이 쉽게 이루어지도록 하지만, 성별에 관계 없이 일상생활에서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되면 신뢰감과 사회성이 늘어나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굳이 눈을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그들과 한 데 섞여 생활하는 것도 편견을 없애고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실제로 미국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1960년대 인종 분리 없이 다양한 인종과 같은 학교에서 어울린 백인 어린이들이 어른이 돼도 인종 간 접촉을 더욱 환영했다고 한다. 결국, 직접 만나고 대화를 나눈 경험이 백 가지 정책보다 큰 효과를 보였다고 볼 수 있다.


AFP 통신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후,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혐오 표현이 900%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 블루로 인한 부정적 감정의 증가로 볼 수도 있겠지만, 자가격리 때문에 사람들과 접촉하지 못한 사람들의 슬픔이 분노로 단단히 응고돼버린 건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닿으면 가까워질 짧은 거리를 과감하게 접촉하는 한 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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