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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g의 재앙, 마약
  • 조수민 수습기자
  • 승인 2023.05.01 08:00
  • 호수 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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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안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부숴져 버릴 것만 같은 2mg의 알약이 있다고 상상해보라. 당신은 이것을 단숨에 뭉개버릴 수도, 입안에 넣어 삼켜버릴 수도 있다. 이것을 삼켜버리는 순간, 이 2mg의 알약은 짧은 쾌락과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동시에 선물한다. 이 마약은 현재 충격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는 펜타닐. 마약이 손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온 지금, 당신은 어느 갈림길에 서 있는가?

 

<점점 가까워진다, 마약>

마약류란 일반적으로 느낌, 생각 또는 행태에 변화를 줄 목적으로 섭취해 정신에 영향을 주는 물질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을 통칭해 마약으로 부르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세계 보건 기구(WHO)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은 체내에 투여될 때 지각, 인지나 감정 등의 정신적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로, 알코올과 니코틴도 향정신성 물질에 속한다. 따라서 향정신성 물질을 모두 마약으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다. 현재 법리적으로는 마약과 더불어 불법적으로 제조·유통·투여된 향정신성 물질까지 모두 마약류로 처벌하기 때문에 불법 유통된 향정신성 물질까지 마약류로 보고 있다.

조선시대 평안도, 함경도에서 양귀비의 밀재배가 이뤄졌지만, 그 수가 미미했기 때문에 구한말에 ‘양대인’ 이라는 중국인이 아편 흡연을 들여온 것을 한국의 불법 마약 밀반입의 초석으로 본다. 이후 아편이 남용되기 시작하면서 마약류의 오남용이 시작됐다. 아편뿐만 아니라 모르핀, 헤로인도 자주 남용됐는데, 이때 의사, 약사나 선교사가 무책임하게 진통제라는 명목으로 처방하면서 중독자들은 점점 늘어났다. 일제강점기 동안 작업 능력 향상의 목적으로 아편을 군대나 공장에서 반강제적으로 흡입시켰기 때문에 1912~14년 조선총독부의 아편 단속에도 불구하고 중독자는 전국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해방 이후에도 한국 전쟁, 월남 파병 등 계속되는 혼란한 정국을 틈타 마약 범죄는 진통제, 감기약 등 그럴싸한 간판을 달고 나와 중독자들을 증가시켰다. 1965년도에는 메타돈이라고 불리는 합성 아편, 즉 아편유사제가 감기약이나 해열제, 비타민제에 혼합해 주사약으로 시판됐다. 아편임을 알고 음독한 중독자도 있었지만, 아편인지 모르고 음독한 사람까지 중독된 이른바 ‘메타돈 파동’으로, 이때 정부는 처음으로 마약 문제와 심각하게 맞서게 된다.

1970년대 미군 기지촌을 기점으로 연예계와 대학가에서 대마가 퍼져나가자 1970년 8월 7일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을 제정했음에도 대마 흡연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1977년 1월에는 ‘대마관리법’이 따로 제정돼 대마 흡연은 법적 집중 공세를 받게 된다. 이후 대마 흡연은 수그러들지만, 필로폰, 엑스터시, 생아편 등이 밀반입되며 마약 오남용·중독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1989년 대검찰청에 마약과를 신설해 필로폰 제작 조직을 소탕하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국내 거의 모든 필로폰 조직을 와해시키며 ‘마약 청정국’이라는 간판을 지켜내는데 성공했지만, 불법 마약의 종류가 필로폰에서 엑스터시, 펜타닐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점점 좌절되고 있다.

실제 해양검찰청에서 발표한 마약 사범 단속현황을 살펴보면 1999년 불법 향정신성의약품, 마약, 대마류를 총합해 적발된 건수는 25건에 그친다. 그러나 2007년 300건을 달성한 뒤, 대체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2017년 이후는 일직선의 증가 추세를 그리면서, 2022년 마약 사범 검거 건수 962건으로 2021년 대비 85%(444건) 증가했다.

 

<어떤 마약, 어떤 재앙>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을 크게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로 나눈다. 마약에는 양귀비, 아편, 코카 잎에서 추출된 화학적 합성품인 코카인, 헤로인, 모르핀 등이 속하고, 이와 비슷하게 남용되거나 해독 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화학적 합성품인 펜타닐, 메타돈 등이 속한다.

아편은 탁월한 진통제로 응급 상황에서 사용하곤 했으나 아편이 제공하는 몽롱한 황홀함 때문에 계속해서 남용하게 되고, 결국 아편 중독을 불러왔다. 아편에 중독될 시에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매우 신경질적으로 변하면서, 메스꺼움, 동공수축, 호흡 장애 등의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앞서 언급한 몽롱한 황홀감은 사라지고, 72시간 동안 이러한 부작용으로 고통받게 된다.

코카인은 코카나무의 잎으로 만든 중독성 자극제로, 마치 큰 힘이 생긴 것만 같은 각성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효과는 15~30분 정도로 그치고, 점차 각성에 내성이 생겨 복용자는 반복적인 투여를 원하게 된다. 이때 과량을 투여하게 되면 판단력이 저하되고, 환각, 편집 망상 등을 유발하며 흡입하는 콧등에는 출혈이 나기도 하면서, 심해지면 부정맥이나 호흡 마비로 사망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펜타닐이다. 펜타닐은 “인생 망치고 싶으면 펜타닐하고, 돈 벌고 싶으면 펜타닐 권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중독성과 위험성이 강하다. 강력한 아편계 진통제 중 하나인 모르핀을 100배 농축한 것이 헤로인이고, 이 헤로인을 다시 100배 농축한 것이 펜타닐이다. 말기 암 환자들이 어떤 진통제를 사용해도 효과를 보지 못할 때 극약으로 펜타닐을 처방하고, 이럴 때마저 중독 증상을 우려해 극소량만 처방한다. 완전치사량이 2mg에 불과해 살상 목적의 독극물로도 사용된다. 한때 펜타닐 중독 때문에 고통받았던 한 20대 여성은 생리통과 정신적 고통을 없애준다며 친구한테 펜타닐을 건네받아 연기를 한 모금 들이키자마자 중독됐고, 금단현상으로 밥도 먹지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하면서 ▲심정지 ▲환각 ▲발작 ▲구토 ▲오한 등의 고통을 경험했다.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신경질적이고 예민해져서 남자친구와 칼부림을 하는 등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줬다고 한다. 그의 주변에서만 펜타닐 중독으로 9명이 사망하는 등 단순히 ‘몸이 아프다’라면서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며, 이를 오·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돼 대통령령에서 규제 대상으로 정한 물질을 말한다. 관련 법령인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가, 나, 다, 라목으로 분류하는데 신체적,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킬 우려에 따라 가목이 제일 위험성이 큰 약물이며, 라목으로 갈수록 그 위험성이 적다. 이때 가목에는 ‘우표 마약’이라고 불리던 환각제 LSD가 속해있고, 라목에는 ‘우유 주사’라고 불리는 정맥 주사용 마취제 프로포폴이 속해있다. 그러나 라목에 속해있다고 해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 프로포폴을 장기적으로 투여해 오·남용할 경우, 약물 의존성이 커질 뿐만 아니라 상습투여 시에는 호흡, 심장 기능이 저하돼 일시적 무호흡이나 저혈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LSD 역시 한때 예술인들에게 예민한 감각을 깨워준다며 남용됐으나 마약류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정체성 상실 ▲시간 왜곡 ▲공감각 상실 등의 정신적 부작용이 최대 12시간까지 지속돼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대마는 마리화나라고도 불리며 담배처럼 흡연하는 형태다. 겉으로만 보면 담배와 쉽게 분간하기 힘드나 일반적인 담배 연기보다 훨씬 냄새가 짙고 역하다는 특징이 있다. 대마는 단기적으로 복용할 시에는 멍하고 나른함이나 이완감,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장기적으로 흡연 시 ▲학습 장애 ▲기억 장애 ▲편집증 ▲공황 상태, 심하면 심장 질환이나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금단현상으로는 짜증이나 화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과민성이나 식욕 감소, 불안, 수면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호기심에라도 시도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프랑스 소설가 프랑스아주 사강이 마약 혐의로 섰던 재판에서 했던 진술이며, 마약 옹호론에서 빠지지 않는 주장이기도 하다. 사실 마약 유통·제조가 아니라면 마약 흡입 자체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해치는 자해 행위를 셀 수 없이 많이 하지만, 국가가 일일이 단속하진 않는다. 그런데 왜 마약은 사회 문제이자 범죄로 규정해 엄정하게 다스리는 걸까?

우선 마약은 그 중독성이 강하고 부작용이 심각해 개인의 사회 활동 능력을 저하한다. 알코올 중독, 니코틴 중독, 도박 중독 등을 나라에서 관리하고 치료를 돕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일각에서는 마약 중독 문제를 특수 범죄나 일탈보다는 치료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마약 범죄는 혼자 공모하기 어렵다. 마약은 제조책-유통책-소비책으로 연계되며, 적어도 3인 이상이 연루 되는 범죄다. 마약은 보통 한 번 제조 시 다량 제조되기 때문에 많은 인원에게 값싸게 제공될 수 있다. 그렇게 제공된 마약은 쉽게 중독 증세를 일으켜 소비책이 마약을 높은 가격이라도 구매하게 되고, 제조-유통 과정의 브로커만 이득을 올리고 소비책은 점점 마약에만 의존하게 되는 구조 속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진창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악질형 범죄다.

또, 마약이 사회 내에 넓은 범위로 퍼지게 된다면 한창 사회 내의 생산이나 소비 같은 활발한 경제활동을 이어 나가야 할 사회 구성원들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마약은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어 강박적인 흡인 행동을 촉진하고, 이는 사회 활동과 건강한 의사소통의 절대적인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회에서 개인을 격리해 버리는 것이다. 개인이 마약의 진창 속에서 소외된 채 죽어가지 않도록 마약 중독 치료를 이어 나가고,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떻게 막아내고 있나요?>

최근 밀반입 유형이 국제 택배, 인터넷 등을 이용하는 등 지능화되고 교묘해지고 있다. 트위터·텔레그램과 같은 개방형 SNS에서 마약 판매가 이뤄지면서 이에 친숙한 청소년층에서 펜타닐과 같은 중독성 강한 마약들이 그 유해성이 무시된 채로 싼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유통책이 성인에서 청소년으로 이전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세 명이 4억 9천만 원 상당의 마약류를 판매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마약 범죄는 유통·제조·투약 과정의 모든 관계자를 피해자, 가해자 구분 없이 처벌하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에 반해 마약 범죄에 노출되더라도 그것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경찰서에 신고하거나 중독치료를 단념하는 경우가 많다. 즉, 드러나지 않은 범죄의 비율을 뜻하는 암수율이 높다. 특히나 부모님이 선택에 직접적이고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10대의 경우 암수율은 추정치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5일(수),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메가 ADHD’라며 기억력과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홍보 문구와 함께 학생들에게 마약을 권한 일당이 붙잡혔다. 이들은 단순히 마약을 유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정보 제공 동의라는 명목으로 부모님의 연락처를 받은 뒤, 자녀의 마약 투약 사실을 알고 있다고 협박하면서 악질적인 소행을 벌였다. 이때 부모들은 자녀가 마약 전과가 생기면 미래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일당에게 큰 돈을 입금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와 같이 부모는 자녀의 미래를 우려해 중독 치료나 자수 혹은 피해 사실 고발을 피하게 된다. 그 속에서 청소년은 부작용에 고통받고, 학업을 이어 나가기 힘들어하다 결국 학업을 중단하는 등 그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지난 10일(월), 검·경찰과 관세청 수사 인력 840명으로 이뤄진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를 출범해 ▲청소년 대상 마약 공급 ▲인터넷 마약 유통 ▲마약 밀수·출입 ▲의료용 마약류 제조 및 유통 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히며 청소년 대상 마약 범죄를 포함한 모든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약은 범죄지만 ‘마약 중독’이라는 질병이기도 하다”며, 단속과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마약은 중독될 시에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개인의 의식으로 끊어내기 힘들어 재범률이 높은 만큼, 알코올 중독 정책, 금연 정책처럼 국가 차원에서 치료를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마약 중독자가 엄하게 처벌 받더라도 교화되지 못한 채 다시 사회로 나가게 될 경우, 냉담한 사회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마약에 손을 대거나 마약 유통업자가 되는 등 ‘엄벌주의’가 마약 중독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악순환을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처벌뿐만 아니라 교화·교정 및 중독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 마약 범죄가 한달음 가까이 다가왔다. 2018년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버닝썬 게이트에도 중추신경 억제제인 ‘GHB’가 사용됐던 것처럼, 마약은 더 이상 중독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사회적인 차원에서 마약 중독자를 문제적 개인으로 치부하지 않고, 치료가 필요한 사회 구성원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수용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마약은 범죄지만, 마약 중독은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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