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여론
[기자일언] 취미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 문자영 기자
  • 승인 2023.04.10 08:00
  • 호수 698
  • 댓글 0

혹시 취미가 뭐예요? 상대와 알아가는 단계를 밟을 때 빈번하게 출몰하는 질문이다. 애매하게 흐르는 정적을 탈출하고 싶을 때도 취미는 고마운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 이유는 뭘까. 아마도 누구나 취미 하나쯤은 있기 마련인 데다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좋아하는 분야를 발언할 기회를 줄 수 있어서 아닐까? 일종의 ‘들어드리겠습니다’ 와 비슷한 느낌이다. 어쩌다 취미가 비슷하면 처음 보는 두 사람도 금세 친해진다. 그러나 기자는 취미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상당히 곤란하다.

기자는 이전부터 하나를 진득이 파는 것에 서툴렀다. 악기를 배울 때도 혼자서 유명한 곡 하나를 연주할 수 있는 정도면 만족했다. 그 정도로 악기에 숙련되면 어떻게 하면 더 예쁜 소리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기보다 다시 새로운 악기에 도전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 탓에 다룰 수 있는 악기는 많지만 장기로 내세울 만큼 특출난 악기는 없다. 그러니 악기를 취미로 말하는 건 포기하고 종종 책을 읽으니 독서라고 해볼까. 타고난 기질은 독서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기자는 좋게 말하면 책을 편식하지 않고 나쁘게 말하면 닥치는 대로 읽는 독서 취향을 가지고 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그때그때 표지가 눈에 띄는 책을 집다 보니 독서로 대화를 주도하기에는 지식이 얕다. 그럼 독서도 애매하고, 하염없이 걷는 걸 좋아하니 걷기가 취미라고 해볼까. 하지만 공을 치거나 힘껏 달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하면 볼품없는 느낌에 또다시 망설인다. 결국 기자는 멋쩍게 얘기한다. 취미는 딱히 없습니다.

정말로 기자에게는 취미가 없었을까? 국어사전은 취미를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규정한다. 그저 스스로 그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취미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지속성이나 숙련도, 전문성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지금 그 행위가 내게 즐거움을 주면 그것은 당연히 취미가 맞다.

그러니 취미에 대한 질문을 받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뭘 말할지 신중할 필요도 없다. 친구, 가족, 공부, 외양까지 신경 쓸 것 많은 삭막한 세상 속에서 자유로이 즐기는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안 팔리는 그림을 찢는 화가보다는 코에 물감을 묻히고 웃는 화가가 되고 싶다. 이제 기자는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당당히 얘기한다. 새로 악기 배우기를 즐기고, 종종 책을 보고, 목적지 없이 걷는 낭만을 좋아합니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자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