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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어느 새부터 힙합은 너무 멋져, [SRS 822]
  • 조수민 수습기자
  • 승인 2023.03.13 08:00
  • 호수 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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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음식부터 영화까지 모든 것에 취향을 갖고 있다. 오늘 꺼내볼 주제는 음악 취향이다. 기자는 중학생 때부터 힙합을 즐겨 들었다. 힙합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지인이 추천해 준 래퍼 빈지노와 프로듀서 시미 트와이스가 2008년 결성한 재즈 힙합 듀오인 재지팩트의 앨범 <Lifes Like>였다. 심금을 울리는 드럼부터 유려하게 흘러가는 재즈 리듬, 방황과 사랑, 인생을 담은 앨범은 어느샌가 기자의 사춘기를 대변하는 앨범이 됐다.

힙합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기자의 경우 이전부터 음악과 문학을 사랑했던 터가 크다. 여타 다른 음악 장르도 그렇겠지만, 진실된 모습을 강조하는 힙합 문화의 특성상 사회와 삶을 넓고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문학과 비슷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기자와 정반대의 삶을 사는 사람의 시선을 훔쳐볼 수 있다는 점이 사회학도의 호기심을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말을 삼킨다. 속물이라고, 추하다는 말을 들을까봐, 또는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자제하게 된다. 하지만 래퍼들은 비트 위에 이를 가감 없이 풀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래퍼들의 가사는 공론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솔직한 것이 항상 옳다는 것은 아니다. 솔직한 말은 적절한 때와 언어를 고르지 않으면 상대를 상처 입히는 무기가 될 수 있고, 예상했던 의도와 정반대의 결말로 흘러가 버릴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어떤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하다 말을 삼키거나 에둘러 건네곤 한다. 그러나 마음 속 한편에서는 누군가 솔직하게 날것의 표현을 가감 없이 말해주길 기대한다. ‘팩폭’이나 ‘사이다’라는 단어는 그런 솔직한 상황이 연출될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표현한 신조어다. 기자는 그런 카타르시스와 미학적 아름다움이 조화될 때를 사랑한다.

‘솔직한’, ‘날 것 그대로’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SRS 822>다. SRS란 ‘Street Rap Scene’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길거리에서 비트만 틀어놓고 라임에 맞춰 랩을 뱉던 프리스타일 형식을 빌린 월간 힙합 행사다. <SRS 822>의 백미는 무엇보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경연이다. 경연은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고, 우승한 래퍼가 지난달 우승한 래퍼와의 경쟁에서 승리해 그 명예를 뺏어올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SRS 822>는 사전에 가사를 써오는 것이 금지되기 때문에, 무조건 즉석에서 떠올린 가사로만 참여해야 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청중들을 휘어잡는 래퍼들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어느 새부터 힙합은 안 멋져’라는 가사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멋지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기자가 직접 체험한 힙합은 누구보다 멋졌다. 힙합에 애정이 있다면, <SRS 822>에는 꼭 한 번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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