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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창원대문학상 수필 부문 장려 - 취미
  • 창원대신문
  • 승인 2023.03.02 08:02
  • 호수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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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取味)

장민기 (신문방송학과 3학년)

학생 시절, 취미와 특기를 적는 항목 칸은 적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항상 취미를 쓸 때면 망설여졌었다. 왜냐하면 나에겐 특별한 취미가 없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옆에 친구들을 보면 기타를 치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 등등 잘하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명확히 있었다. 나는 내심 그것이 부러웠다. 고민을 해봐도 내 취미는 찾기 어려웠다. 아니면 그냥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바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수능이 끝나는 시점이 되었다. 더 이상 공부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지게 되고 여유시간도 많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우연히 술에 대해 다루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 당시 한 번도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았지만, 묘하게 끌리는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는 내내 맥주와 소주밖에 모르던 나의 술 세계관을 넓히게 했고 호기심을 자극하게 했다. 그중 내가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이 바로 칵테일이었다. 여러 술과 부재료를 합쳐서 만드는 과정이 정말로 화려해 보이고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께 칵테일을 배워 보고 싶어”라고 이야기하였다. 먼저 조주기능사 책을 사서 공부를 시작하였다. 책 내용에서 내가 모르는 지식과 정보를 볼 때마다 정말 놀라웠다. 그중 인상에 남는 문장이 바로 ‘세계의 역사는 술의 역사다’라는 대목이었다. 생각해보니 술은 지역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고, 술에 대한 인식도 그 나라의 역사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과 술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넘어와 책으로 공부하면서, 술뿐만 아니라 부재료 및 각종 도구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성인이 된 후 합법적으로 술을 구매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아직 수중에 돈이 없던 나는 손을 벌벌 떨며 술을 샀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렇게 처음으로 만들었던 칵테일이 바로‘진토닉’이었다. 한방제의 향과 달지 않았던 당도 때문에 기대했던 맛이 나지 않아 실망감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칵테일을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큰 만족감이 들었고, 무엇보다 다른 칵테일은 어떤 맛이 날지 호기심이 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조금은 잠잠해지면서 대학교 대면 강의가 늘어났다. 그러자 나는 1학년 2학기 때 기숙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취미활동과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기숙사에 있는 동안 그 많은 술을 몰래 반입할 수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바쁜 일정 제쳐 두고 본가에 내려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해 아쉬움과 슬픈 감정이 맨 처음으로 들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명확하게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였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우울했던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 것 같았다.


그래도 2~3주에 한 번씩은 본가에 내려갔다. 본가에 내려가는 날이면 전공 강의가 끝난 뒤, 휴대폰 앱에 들어가 내가 마실 칵테일을 정하곤 하였다. 그리고 필요한 부재료가 무엇인지, 어떤 글라스가 필요한지 찾아보았다. 이런 순간들도 즐거움의 일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들이 어떻게 보면 귀찮은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냥 바에 가서 돈 주고 사 먹으면 되지 않냐?”는 질문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집에서 내가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더 좋다. 그 이유야 다양하지만, 나는 동기와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바에 가서 돈 주고 마신다면, 그 한잔은 노력 없이 결과만 덩그러니 나온 칵테일이 된다. 반대로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은 이 한잔을 만들기 위한 나의 동기와 그 과정이 고스란히 이 한잔에 묻어 나오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칵테일은 어떤 결과를 가져와도 괜찮았다. 내 마음에 들면 이 칵테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다. 실패하더라도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다음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신다는 것에 초점을 두지 않고 이 전반적인 과정에 집중하다 보면 재미와 즐거움이 배가 된다고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날을 정해두었다. 그러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이 기다려지고 즐거워졌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일종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쉼 없이 굴러가는 자전거 체인에 한 번씩 기름칠하는 것처럼 바쁜 일상에 치여있는 나에게 활력과 위로를 건넨다. 그런 의미에서 취미는 곧 쉼터라고도 볼 수 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만들어 주고 활력을 재충전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되돌아보게 해준다. 쳇바퀴 속의 삶에서 잠시의 멈춤이 지금까지 살아온 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그런 시간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취미는 이기적인 시간이다. 즉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고 즐거움을 찾는 시간이다. 그래서 오로지 나를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이타적인 삶을 요구하는 현대사회와는 사뭇 다르다는 특징을 가진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제한받지 않아도 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즐거움을 추구해도 된다. 그래서 고정된 관념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다. 취미를 통해 나에게 집중하다 보면 평소에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 취미(取味)를 통해 내 삶을 발전시키고 즐거움을 찾은 것처럼 창원대학교 학우들도 바쁜 일상 속 지쳐있는 삶을 윤택할 수 있게 하는 자신만의 취미를 가져보길 희망해본다.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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