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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동심 어른이들의 흑심, 레고랜드
  • 신해원 수습기자, 안보영 부장기자
  • 승인 2022.12.05 08:00
  • 호수 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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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5일(목)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레고랜드가 착공 11년 만에 개장했다. 레고랜드는 사전 개장부터 정식 개장 첫날까지 많은 사람의 호응을 받았고, ‘수동으로 움직이는 놀이기구’는 사람들을 ‘웃픈’미소 짓게 하며 레고랜드로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최근 유적지 발굴 문제부터 여기저기 나오던 작은 문제들이 강원도의 회생 신청으로 세상에 알려져 또 다른 의미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레고랜드, 그 내막을 살펴봤다.

레고랜드?

레고랜드는 레고의 발명자이자 회사 사장이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의 아들 고트프레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에게서 시작됐다. 올레의 사망 이후 회사를 물려받은 고트프레드는 공장 밖에 유리관을 설치한 뒤 그 안에 레고 작품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레고를 위한 작은 정원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2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구경하러 오자 훨씬 큰 놀이공원으로 방향이 바뀌게 된 것이다. 레고랜드는 1968년 6월, 덴마크 빌룬에서 시작됐다. 레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원, 놀이터 그리고 놀이기구는 약 62만 5천여 명이 방문해 대성공으로 평가됐다. 덴마크 이외의 레고랜드는 1996년 영국의 윈저에 생기며 그 위상을 넓혀 나갔다. 유럽 밖으로는 1999년에 미국의 칼즈배드에 레고랜드 캘리포니아 리조트가, 아시아에서는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레고랜드 말레이시아가 처음으로 개업하며 현재 전 세계에 총 10개의 레고랜드가 있으며, 앞으로 3개의 레고랜드가 더 개업할 예정이다.

1996년부터 대한민국에 진출할 계획이 있던 레고의 첫 진출지는 강원도 춘천이 아니라 경기도 이천이었다. 그러나 수도권 건설 규제로 인해 계획이 백지화된 후 2008년, 춘천 건설이 결정됐다. 세계 최초로 ‘섬’에 지어지는 레고랜드인 춘천 레고랜드는 착공 11년 만에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2022년 5월 5일에 개장했다. 총 7개의 테마 공간과 40개의 놀이기구로 조성된 춘천 레고랜드에는 레고 브릭으로 만든 1만 개 이상의 조형물이 있다. 대표 시설로는 청와대, 서울타워, 경복궁 등 한국의 랜드마크를 2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미니랜드가 있다. 또, 대부분의 물건이 전부 레고로 만들어지거나 레고의 테마로 장식된 레고랜드 호텔도 있다.

주 타깃 층이 만 2~12세 어린이라는 점에서 다른 테마파크와는 차별점을 두고 있는 춘천 레고 랜드는 여러 특징이 있다. 바로 무섭지 않은 어트랙션과 부드러운 톤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보 통 테마파크의 어트랙션은 짜릿한 스릴을 목적으로 하지만 주 타깃의 연령이 어린만큼 레고랜드의 어트랙션은 ‘무섭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가져 거꾸로 뒤집어지는 형태의 롤러코스터는 절대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무서워하거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되도록 빨간색을 자제하고, 부드러운 톤의 색만 사용함으로써 스릴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경험하게끔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수동으로 움직이는 놀이기구가 화제가 되며 긍정적인 시선을 받는 동시에 유적지 개발과 강원도 회생 신청 문제로 싸늘한 시선을 동시에 받는 춘천 레고랜드다.

 

돈맥경화의 시작

2011년 영국의 멀린 엔터테인먼트(이하 멀린)와 강원도는 춘천에 위치한 중도에 레고랜드를 짓기로 결정하고, 9월 유치를 확정했다. 2012년 8월, 강원도와 멀린은 사업을 위해 강원도 중도 개발 공사(이하 GJC)의 전신인 법인 엘엘 개발을 설립했다. 이 GJC의 지분은 자기주식을 포함해 약 50%를 강원도가 소유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을 진행하던 2014년에 공사 부지에서 문화재청이 더 이상 개발을 금지해야 하는 지역이라 할 만큼 많은 양의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 된다. 이 때문에 약 7년간 중단돼 접을듯 했던 레고랜드 개발은 멀린이 강원도 산하 GJC에 1,800억을 추가 출자 하며, 강원도가 44%, 멀린이 22.5% 지분으로 테마파크를 짓기 시작하며 재개됐다. 또, 유적지 문제도 멀린이 유적지 구역을 공원 및 박물관으로 만들기로 합의하며 공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해진 GJC는 2020년 ‘아이원제일체’라는 특수목적회사를 세워 2,050억 원을 ABCP(Asset Backed Commercial Paper, 자산 유동화 기업어음)로 조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춘천 레고랜드 개장 후 발생할 수익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려 했지만, 확실하지 못한 담보로 부채비율이 600%를 넘고 적자 상태가 되자 강원도가 보증을 서 신용도를 높여줬다. 지자체가 보증을 서는 것을 ‘정부채’로 간주해 신용 부도 위험을 거의 제로로 평가해 주므로, 레고랜드의 ABCP를 낮은 금리의 좋은 조건에 발행할 수 있었고, 금융 회사들도 지자체의 보증을 믿고 ABCP를 쉽게 사주게 된다.

시간이 흘러 2022년 5월 레고랜드를 오픈하고, 6월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로 김진태가 당선되며 지금의 레고랜드 사태가 시작됐다. 도지사가 바뀌며 레고랜드 관련 사업 검토를 다시 시작하자 GJC는 주변 땅을 매각해 400억 원의 적자를 막아보려는 계획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부지 매각 계획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9월 28일 중도 개발 공사가 회생신청을 한 후, 9월 29일 아이원제일차 ABCP 만기가 돌아왔고, 보증을 섰던 강원도는 지급금 지급 의무를 미이행하게 된다. 차환에 실패하게 된 것이다.

레고랜드가 돈을 갚지 못하면 보증을 선 곳에 서 돈을 대신 갚아줘야 하는데 이를 갚지 않아 채무 불이행 사태가 발생했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레고랜드 사태’다. 결국 10월 4일(화), 단 일주일 만에 아이원제 일차는 최종 부도처리가 됐다. 생각보다 커진 파장에 강원도는 12월 15일까지 2,050억 원 전액을 갚겠다고 밝혔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는 직접 채권을 발행해 기관에 돈을 빌리거나 유상 증자, 은행에서 빌리는 등의 방법이 있다. 건설 개발과 같은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경우 금융사들이 미래 수익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게 되는데, 이것을 프로젝트 파이낸싱(이하 PF)이라 고 한다. 이 ABCP 역시 PF기반 채권으로 지자체가 책임 지겠다 했음에도 부도가 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확산되며 신뢰로 굴러가는 PF 시장에 큰 돌덩이가 떨어진 셈이다.

 

강원도가 쏘아 올린 작은 공

GJC가 일회성 회사인 SPC를 설립한 이유는 기 존 회사의 경우 재무 상태나 고용관계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깨끗한 상태의 법인을 세워 하나의 사업에 집중해 완수하기 위함이다. 일회성 회사인 SPC가 발행한 ABCP는 신용등급을 받기 어려우므로, 신용도가 우수한 신용보강 주체 참여가 거의 필수적이다. 이에 강원도가 채무보증을 선 것이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문제가 국내 채권시장의 빅이슈가 된 것은 GJC 에 대한 회생 신청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아이원제 일차의 신용 등급은 ‘A1’ 수준에서 ‘C’로 강등됐고, ABCP는 10월 6일(목) 최종 부도 처리됐다. 또한, 강원도는 GJC의 레고랜드 건설 관련 부동산 PF 대출에 대한 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관련 자산유동 화기업어음 역시 부도처리 됐다.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선 레고랜드 개발 사업 의 ABCP 부도 처리는 채권시장에 충격을 안겼 다.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은 다른 것들에 비해 매우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번 사례로 지자체가 보증한 기업어음도 부도가 날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이 다른 부동산 개발 사업이나 단기어음, 회사채 등에 대해서도 불신을 가지면서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이러한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에 대한 불신이 시장 전반으로 퍼지면서 증권 및 건설사 등 도 연쇄 부실 위기에 대비해 신용보강에 나섰다. 부동산 PF 대출과 엮인 건설사 및 증권 등이 금리 상승과 레고랜드 발 시장 불안으로 도미노식 부실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PF란 금융기관이 차주(건축주)의 신용이나 물적 담보가 아닌 개발 사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고, 시행사(SPC)에 자금을 미리 빌려주는 것이다. 시행사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채권을 양도받아 이를 기반으로 다시 증권사 보증 아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은다. 따라서 가장 첫 단계인 부동산 개발에 문제가 생기면 연쇄 피해가 발생 하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채권시장 안정 펀드(채안펀드)를 재가동하면서 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20일(목) ‘시장안정을 위한 특별 지시사항’을 발표하며 “1조 6천억 원의 채안펀드 여유 재원을 통해 신속히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을 재개하고, 추가 캐피탈콜(투자 결정 시 필요 자금 조달)도 즉각 준비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채안펀드를 재가동한 건 2020년 3월 코로나 발생 시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20조 원 규모의 채안펀드를 조성 한 뒤 2년 만이다.

 

과거 그리고 현재

지난 21일(월) 김진태 강원지사는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의 모회사인 영국 멀린의 요청으로 존 야콥슨 레고랜드 리조그룹 총괄사장과 면담했다. 면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개발사업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로 인한 개발 의혹과 불신을 없애야 한다는 것과 경영 혁신, 지역 경제 기여 및 활성화 등에 협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지난 23일(수) GJC의 회생 신청 발표 후 강원도와 갈등을 빚어온 송상익 GJC 대표이사가 도에 공문을 보내 대표이사 및 사내 이사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달 이사회 과정을 거쳐 12월 중순에는 신임 대표가 임명될 전망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레고랜드를 계기로 ‘자산유동 화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레고랜드 채무불 이행 사태를 보며 그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비등록 유동화 시장이 자금시장의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자산 유동화란 금융회사, 일반기업 등이 보유한 비유 동성 자산을 시장에서 거래가 용이한 증권으로 전환해 현금화하는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자산유동화법에 따른 등록유동화시장(ABS)과 자산유동화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등록 유동화 시장으로 나뉘는데, 레고랜드의 ABCP가 이에 속한다. 비등록유등화는 등록유등화시장에 비해 발행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규제가 느슨한 편으로 특히 최근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 하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레고랜드 문제로 인한 자금경색 우려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코로나 19가 확산됐던 2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불어 현재 자금시장 유동성 위기를 보아 경제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이어진 것과 현 사태가 닮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2006년 950원에서 2008년 10월 1,466원으로 급등했고, 주가와 부동산 가격은 40% 이상 폭락했다. 최근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12일(토) 코스피는 지난해 최고가 대비 25% 이상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318 원으로 작년에 비해 약 15%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 역시 하락하는 추세다. 이제는 레고랜드발 채권 시장 자금경색에 대한 책임론에서 벗어나 금융시장 경색 현상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고 파악해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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