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을 사용하다 보면 볼펜을 마구 흔들기도, 거꾸로 세워놓기도 한다. 볼펜 심의 윗부분이 전혀 막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우리가 볼펜을 마구 흔들어도 잉크가 위로 새어 나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바로, 잉크의 윗부분을 막고 있는 하얀 액체 덕분이다.
잉크가 거꾸로 새어 나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잉크 역류 방지제다. 이는 잉크가 마르지 않게 보호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잉크를 밀어 볼펜이 잘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잉크 안으로 공기 방울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잉크 역류 방지제의 원료는 볼펜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규소와 산소를 골격으로 하고, 알킬기나 아릴기가 결합한 그물 구조를 가진 고분자인 실리콘이 사용된다. 그 외에도 중유 유분에 함유돼 있으며 양초나 전기절연재료 등으로 쓰이는 파라핀, 겔을 형성하는 능력이 있는 친수성 콜로이드인 겔화제가 주로 사용된다. 실리콘, 파라핀, 겔화제는 볼펜에 사용되는 잉크보다 점성이 강하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볼펜 심의 길목을 막아 잉크가 새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이러한 잉크 역류 방지제는 기본유로 이용되는 액상 상태의 기제오일과 상기한 기제 오일을 겔 상태로 변환시켜 주는 증주제, 상기한 기제 오일과 증주제가 혼합돼 형성된 겔의 윤활성을 향상시켜주는 첨자게로 조성되어 80-120℃의 온도에서 3~7시간 동안 숙성돼 조성된다. 
그런데 모든 볼펜에 역류 방지제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유성펜이나 수성펜에는 역류방지제가 없다. 잉크 자체의 점도가 높은 유성펜은 역류 방지제가 없어도 잉크가 새거나 말라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부드러운 필기감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해 등장한 잉크의 점도가 낮은 유성펜의 경우 역류 방지제가 사용된다.  수성펜의 경우 그 구조가 유성펜, 중성펜과 다르다. 볼펜 심의 윗부분이 막혀있다는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 때문에 역류방지제가 사용되지 않는다. 만약 수성펜을 윗부분이 뚫려 있는 중성펜의 구조로 만들어 역류방지제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점성이 아예 없는 수성펜의 구조상 역류방지제 하나만으로는 잉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지키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잉크 역류 방지제는 잉크가 새지 않게 막아 우리 손이 얼룩덜룩 해 지는 것을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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