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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슨 음악 듣고 계세요?
  • 문자영 수습기자, 오주연 수습기자
  • 승인 2022.11.21 08:00
  • 호수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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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면 이어폰을 끼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거리뿐만 아니라 음악을 들으며 공부, 운동, 독서 등 다른 일을 함께하는 멀티태스킹 행위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어폰이나 헤드셋 같은 휴대용 음향기기는 언제 어디서나 함께한다. “이어폰 없이 외출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농담은 많은 공감을 받았고, 이어폰을 끼고 있는 행인에게 지금 무슨 음악을 듣고 있는지를 묻는 10초 가량의 짧은 영상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어폰. 당신은 이어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심심한 귀갓길을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으로 만들어주는 그들의 A to Z를 알아보자.

< 이제는 외출 필수품이니까 >

이어폰은 헤드폰에서 발전한 형태 중 하나다. 1910년 미국, 전기기사로 일하던 너다니엘 볼드윈(Nathaniel Baldwin)은 전기신호를 청각적으로 재생하는 기계를 개발했다. 당시에는 장치를 머리에 착용한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낯설었기 때문에 웃음거리가 됐지만 미국 해군은 볼드윈의 발명품이 유용하다고 판단해 납품을 맡겼다. 이것이 최초의 헤드폰이며, 주로 군용으로 이용됐다. 우리가 사용하는 이어폰의 형태는 난청이 있어 헤드폰을 사용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보청기 정도로 취급됐다.

그러던 1967년, 독일의 엔지니어 유겐 베이어(Eugen Beyer)가 소형 스피커 시스템을 구상한다. 당시 주요 음향 기기인 스피커를 사용하면 같은 공간 안의 모든 사람이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음악 듣기를 원치 않는 상황에도 예외는 없다. 더불어 소음이 원작자의 의도와 다르게 소리를 변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사람의 귀보다 작은 스피커를 고안한다. 소형 스피커 2개를 밴드로 이은 제품을 개발해 DT-48이라는 모델명으로 이를 세상에 내놓는다. 첫 다이나믹 헤드폰인 DT-48은 성능과 디자인 등을 개선해 현대에도 같은 모델명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형 음향기기가 개발됐으나 음악을 재생하는 기구인 라디오가 크고 무거워 휴대가 힘들었기 때문에 잘 이용되지 않았다.

1979년 Sony사가 스피커를 내장하지 않아 크기가 작은 휴대용 카세트테이프인 ‘워크맨’을 출시하며 헤드폰과 이어폰은 전성기를 맞았다. ‘걸으면서 듣는 음악’을 콘셉트로 내세운 워크맨은 혁신이라 불리며 유행을 이끌었다. 음악을 듣는 환경이 실내에서 실외로 옮겨가고, 공공장소에서 소형 음향기기를 장착하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다. 이후 블루투스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의 무선 이어폰 형태를 갖추게 됐다. 애플의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이 빅히트를 친 이후 무선 이어폰의 인기는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시장 조사 전문 업체인 카운트 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무선 이어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고, 매출액은 25% 증가했다. 2022년 상반기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점유율 22%로 1위를 차지한 애플사는 올해 3분기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포함한 웨어러블 제품군으로 95억 5,000만 달러, 약 13조 5,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사 전체 매출의 22%에 달하는 수치다. 경기 침체와 외환 역풍으로 인한 세계적 경제 불황 탓에 IT 기기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음에도 이어폰 시장은 성장하는 추세다. 국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스마트폰 사용자 중 77%가 무선 이어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에어팟이 처음 출시된 2016년엔 출하량이 100만 대에서 그쳤으나 현재는 무선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더 줄어들었을 정도로 무선 이어폰 시장의 거대한 성장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 레트로도 놓칠 수 없어 >

이어폰보다 부피가 크고 무거워 비교적 장시간 착용이 어렵고 휴대가 어렵다는 이유로 헤드폰은 이어폰에 밀리는 듯했다. 헤드폰은 이어폰에서 느낄 수 없는 공간감과 음질 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발전했고 관련 직업 종사자 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헤드셋이 재유행하고 있다. 헤드셋은 블루투스 기능으로 활동성을 늘린 동시에 경량화를 거쳐 장시간 착용의 불편을 최소화해 고질적인 단점을 보완했다. 더불어 헤드셋은 패션아이템으로도 영역을 확대했다. 헤드셋을 패션의 일부로 활용해 과거 아날로그 감성과 특유의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뉴트로 현상이 음향기기에 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뉴트로는 새로움을 뜻하는 ‘New’에 복고라는 의미의 ‘retro’가 더해져 만들어진 단어로 복고를 젊은 세대의 감성으로 새롭게 해석해 즐기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뉴트로 열풍은 헤드셋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음반 시장에 불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턴테이블’이다.

‘턴테이블’은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며 카트리지가 음반에 닿게 해 기록을 재생하는 장치를 말한다. 즉, LP 음반을 재생하는 플레이어다. 턴테이블은 1940년대부터 가정에 보급돼 대중적으로 사용됐으나 한계 없는 복제와 빠른 속도를 내세운 CD의 등장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거라 예언됐다. 그러나 최근 턴테이블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음악을 듣기 위해 LP판을 구매하고,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리기까지 필요한 일련의 과정 자체를 여가의 일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MRC에 따르면 작년 물리적 음악 매체 판매량과 판매액 부분 모두에서 LP판이 CD를 누르고 1위 자리를 되찾았다. LP판을 들으며 자란 중장년층보다 젊은 세대가 뉴트로 문화로 LP판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5일(수)와 6일(목) 제11회 서울 레코드 페어가 개최됐다. 우리나라는 LP판 판매량을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않기 때문에 서울 레코드 페어의 관객 숫자가 레코드 시장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2019년 행사에서는 약 2만 5천명이 페어를 방문했으나 올해는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인해 축소 운영됐다. 파일 변환과 무한 복제라는 디지털의 강점을 내세워 LP판을 몰락시킬 거라 전망했던 CD는 현재 더욱 편리한 MP3에 자리를 내줬으나 LP판은 자신만의 매력을 고수해 지금까지도 생명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 양날의 검, 노이즈캔슬링 >

요즘 이어폰은 노이즈캔슬링이 장착된 경우가 많다. 그만큼 노이즈캔슬링이 탑재된 이어폰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노이즈캔슬링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소음 속에서도 주변 소음을 최대 90%까지 차단시키고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노이즈캔슬링의 시작은 ‘보스’사다. 첫 노이즈캔슬링은 대중을 위한 기술이 아닌 소음성 난청을 겪는 비행기 승무원을 위해 개발한 기술이었다. 초반 노이즈캔슬링은 군사용, 항공사 등에서 사용되는 전문적인 기술이었지만 2000년도에 대중을 위한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QC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일반 대중들의 일상에서 쓰게 됐다.

액티브 노이즈캔슬링은 이어폰으로 흡수되는 소음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노이즈캔슬링이 바로 액티브 노이즈캔슬링이다. 이 말에 따르면 외부 소음을 이어폰이 제거한다는 뜻인데 원리는 어떻게 될까? 노이즈캔슬링이 탑재된 이어폰에는 외부 소리를 수집할 수 있는 외부 마이크가 있고, 그렇게 수집한 소리를 내부 회로가 분석한다. 분석한 소음과 반대되는 역 파동의 소리를 생성해 소음과 부딪히게 만들어 결국 외부 소음을 제거하는 원리다. 물론, 100% 외부 소음이 제거되지는 않는다. 이어폰 하드웨어가 상대적으로 작아 반대되는 역 파동 소리를 만드는 성능이 조금 떨어지기 때문이다.

노이즈캔슬링은 소음이 심한 상황에서도 음악을 잘 들을 수 있어 일반 이어폰보다 작은 음량으로도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청력 손상이 비교적 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이즈캔슬링이 탑재된 이어폰이더라도 장시간 음악을 감상하면 귀에 좋지 않은 것은 같다.

노이즈캔슬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사고 위험이다. 외부 소음을 제거하는 노이즈캔슬링의 기능 탓에 보행 중 인기척, 차량 소음, 공사 소음 등 주변 소리를 잘 듣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 발생률이 점차 늘고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무작정 걸어가는 좀비 같다고 해서 ‘블좀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난 만큼 노이즈캔슬링 블루투스 이어폰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작년 노이즈캔슬링이 탑재된 이어폰을 끼고 공원에서 조깅하던 여성이 쓰러지는 나무 소리를 듣지 못하고 깔려버린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 이후 노이즈캔슬링의 위험이 사람들의 인식에 크게 자리잡혔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보행 시 최대한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자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 할 경우 이어폰을 한쪽만 끼거나 볼륨을 낮춰 주변 소음을 적당히 들을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 내 귀를 지켜라! >

이어폰 시장이 점점 커지는 만큼 과도한 이어폰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무선 이어폰의 등장으로 이어폰 사용량이 대폭 증가하고, 시끄러운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타면서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이용해 이어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어폰을 오래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걱정해야 하는 문제는 바로 난청이다. 난청은 노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지만, 이어폰을 많이 사용하는 10대, 20대에게도 난청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어폰과 같이 소음에 지속해서 노출됐을 때 나타나는 난청을 ‘소음성 난청’이라고 한다. 소음성 난청은 80dB 이상의 소리에 자주 노출되면 발생할 확률이 높다. 대화 소리는 60dB, 전화벨 소리는 70dB, 지하철 내부는 80dB, 비행기 이착륙 소리는 140dB이다. 이어폰에서 볼륨을 최대로 키운다면 지하철 소음보다 높은 100dB까지 올라간다. 특히 이어폰은 귀 안에 직접 스피커를 넣는 형태라서 소음성 난청의 확률이 배로 높아진다. 앞서 언급한 소음이 심한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용하는 경우 소음성 난청 위험이 더 크다.

소음성 난청이 나타나면 단순히 귀의 문제에서만 그치지 않고 청력이 떨어져 치매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소음성 난청의 증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통화할 때 어려움을 겪거나 귀에서 울리는 소리, 쇳소리 등 잡음이 많이 들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어폰을 얼마나 사용하는 것이 적절할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어폰 사용 시간은 60분 이내, 음량은 60% 이하로 사용하는 ‘60·60 법칙’을 권고했다. 이어폰도 귀 안에 스피커가 직접 닿는 커널형보다 오픈형이나 헤드폰 사용을 추천한다. 특히, 이어폰을 끼고 밤에 잠을 자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문화가 널리 향유되는 만큼, 우리의 몸과 안전을 해치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한 음악 문화도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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