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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아픈 과거를 지우고 싶을 때, <이터널선샤인>
  • 문자영 수습기자
  • 승인 2022.11.07 08:00
  • 호수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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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각자의 삶 속에서 여러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그 누구도 같은 삶을 살지 않는다. 빛나는 순간만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없는 게 나을 듯한 암흑기도 있기 마련이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나았을텐데 하는 후회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후회로 가득 찬 기억을 칼로 도려낸 듯 삭제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터널 선샤인>의 주인공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오랜 연인 사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연인이 그렇듯 사소한 다툼 끝에 결국 이별한다. 조엘은 클레멘타인에게 사과하기 위해 다시 그녀를 찾아가지만, 그녀는 며칠 새 조엘을 완전히 잊었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대한다. 조엘은 곧 그녀가 기억을 삭제해주는 기업을 찾아가 자신을 기억 속에서 지웠음을 알게 되고 배신감에 본인도 그녀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기억을 지우는 시술은 꿈속에서 진행된다. 지우기로 한 기억을 꿈속에서 마주하고 일어나면 그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다. 시술을 받는 날, 그의 꿈을 비추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최근 기억부터 지워지기 때문에 꿈속 클레멘타인과의 시간은 역순으로 보여진다. 조엘은 잊고 있던 추억들을 하나씩 마주한다. 그는 곧 자신이 그녀의 단점을 보느라 행복했던 추억들은 잊 었음을 깨닫고 기억을 지우기로 한 것을 후회한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이상 시술을 막을 방법은 없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사라지는 기억들을 보며 조엘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잊고 있던 추억들을 음미하기로 한다. 영화 전반이 꿈속에서 진행돼 비현실적이고 기괴한 연출이 많다. 그 덕에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로 타인의 꿈을 엿보는 기분이 든다.

삶은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이다. 힘든 순간과 행복한 기억들이 하나씩 모여 지금을 만든다. 잊고 싶은 과거, 잘라내고 싶은 관계를 절삭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것이 가능한 세계를 살아가는 조엘마저도 막상 지워지는 기억을 마주하니 사이사이의 추억들을 그리워했다. 인간은 스스로가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픈 기억을 곱씹느라 소중한 것을 잊곤 한다. 의식의 원동력은 과거의 상처가 아니라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으로부터 나오는게 아닐까?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 사랑을 했던 사람,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터널 선샤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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