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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찰나라 더 아름다운 계절
  • 문자영 수습기자
  • 승인 2022.10.17 08:00
  • 호수 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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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기자가 어릴 때 배운 한국의 대표적인 특징은 사계절이었다. 그리고 모두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모두에게 익숙했고, 당연히 평생 반복될 거라 믿어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 지금, 한국의 사계절도 점점 예전 같지 않다. 그래서인지 잠깐 스쳐가는 환절기가 매해 더 반갑다.

가장 먼저 가을을 알리는 건 길가에 깔린 은행이다. 어디 한번 지나가 보라는 듯 구석구석 깔린 은행 열매들을 피해가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푸르던 녹음은 어디로 가고 어느새 노란 잎들이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다. 노랗게 물든 거리는 가을이 왔음을 시각적으로 알려준다. 가을 분위기를 내주는 가로수들에 고마움도 잠시, 악취는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은행을 밟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점프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 꼭 장난치는 아기들 같아 웃음이 나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면 똑같이 몸을 비틀게 된다.

옷을 갈아입는 건 나무뿐만이 아니다. 가을의 향기는 행인들의 행색에서도 느낄 수 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코트, 복슬복슬한 가디건 등 모두 가을이 다가왔음을 알린다. 모자, 부츠처럼 여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아이템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다들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반팔, 반바지 등 여름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모습을 한 채로 나타난다. 기자는 보통 그 속에서 오늘 긴 팔 입을 걸 그랬다며 후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손에 들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어느새 따뜻한 라떼로 바뀌어 간다. 편의점에 들어가면 아이스크림 행사 전단 대신 갓 진열된 호빵들이 반긴다. 오늘의 점심 메뉴 후보에서 냉면은 사라지고 따끈한 국밥이 자리를 채운다. 요즘 들어 갑자기 폭발한 식탐도 가을의 영향일지 모른다고 핑계를 대본다.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니까!

하루하루 눈에 띄게 쌀쌀해져 핸드폰을 들고 거리를 활보할 때면 손이 시렵다. 곧 다가올 겨울이 벌써 걱정이다. 하지만 얼마 없는 가을의 중심에 있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하루쯤은 하늘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빼고 걸어보자. 지금만 즐길 수 있는 노란 가로수와 나뭇잎들이 스치는 소리가 맞이해줄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흘러가는 계절 속에서 매일 다른 하루를 살고 있다. 그들이 낙엽이 돼 바닥을 덮기 전 미리 가을을 거닐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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