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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얼마나 차별하고 있나요?
  • 신은재 기자
  • 승인 2022.05.30 08:00
  • 호수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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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온라인상에서 많이 하고, 본 말들이 차별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생각없이 내뱉은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와 아픔이 되고, 말에서 이어져 실질적인 차별을 만든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표현은 그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굳어지게 한다.
웃자고 한 농담에 한 명이라도 웃을 수 없다면, 그건 농담이 아니라 차별이다. 일상생활에 숨어있는 차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그냥’ 뱉은 한 마디가


‘결정장애’·‘선택장애’, ‘확찐자’는 한때 유행했던 말이다. 결정장애와 선택장애는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성격을 표현하는 신조어다. 그러나 여기서 ‘장애’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장애라는 말이 부족하고 열등하다는 의미로 쓰였고, 그런 관념 속에서 장애인이 열등한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확찐자’는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급격하게 살이 확 찐 사람을 재치있게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 19 확진자를 희화화하는 발언으로 차별적 의미가 담겨있다. 코로나 19 확진자거나 코로나 19 확진 후 후유증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 단어가 농담으로 들릴 수 없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감염병을 농담거리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 ‘웃자고 한 말’이지만,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 있다.

또한, ‘O밍아웃’은 덕밍아웃(덕질+커밍아웃) 등으로 사용되는 신조어다. 여기서 쓰이는 ‘커밍아웃’은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을 뜻한다. 사회에 만연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이런 단어가 가볍게 소비되고, 희화화돼선 안 된다. 사회적 약자의 언어를 빼앗는 일은 사회적 약자의 투쟁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차별, 대체 누가하나요?


“난 사람 차별해”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난 차별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2020년도 국가인권위원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사회 내 차별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2%였다. 차별하는 사람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김지혜 작가의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생각해보면 차별은 거의 언제나 그렇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별은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는 차별이란 걸 인지하지 못한 채 행동하는 사람이 많음을 얘기한다. 그러니 차별하는 사람은 없고, 차별받는 사람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언어적 차별은 차별을 목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다. 수단으로써 사용되며 ‘재미’를 추구한다. 누군가를 비하하는 ‘재밌는’ 말은 신선하고 유쾌하게 느껴진다. 비하당하는 대상은 빼고 말이다.

 

공적으로 행해지는 차별


작년 4월, 서울문화재단이 어린이날을 앞두고 연 ‘O린이 날·☆린이 날·△린이 날’ 온라인 캠페인이 하루 만에 종료됐다. ‘O린이’라는 표현이 어린이를 무시하는 표현이라는 의견 때문이었다. ‘O린이’는 어떤 분야가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를 부르는 신조어로, 주린이(주식+어린이), 헬린이(헬스+어린이)와 같이 쓰인다. ‘O린이’는 어린이는 미숙하고 불완전하다는 보는 차별적 표현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O린이’라는 표현이 “아동이 권리의 주체이자 특별한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독립적인 인격체가 아니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에 기반한다”라고 했다. 또한 “아동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런 거로 무슨 차별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차별을 언론이나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차별을 공적으로 정당하게 만든다. 공적인 차별은 영향력이 크고, 널리 퍼지므로 더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만연한 차별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유모차’를 ‘유아차’로, ‘저출산’을 ‘저출생’, ‘미혼’을 ‘비혼’으로 바꿔 부르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2018년 6월 ‘성평등 언어사전 시민 참여 캠페인’을 진행하고 시민들의 제안을 검토한 뒤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처녀작’, ‘자궁’,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이 차별적 언어로 제기됐다. 이는 모두 성차별적 표현이나 성역할 고정관념, 편견을 가진 표현들이다. 편부·편모, 결손가족도 한 부모, 조손가족으로 부르는 게 대중화됐다.

‘성적 수치심’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예전부터 이를 ‘성적 빡치심’ 등으로 바꿔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타나고 있었다. 지난 3월 24일,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가 성폭력처벌법 등 법령에 남아 있는 ‘성적 수치심’ 등 부적절한 용어를 개정하라고 법무부 등에 권고했다. 위원회는 “‘성적 수치심’은 피해자가 경험하는 공포·분노·수치심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소외하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성차별적 용어”라며 “이 용어를 삭제하면서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2차 가해로부터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수 법률에 적시된 ‘성희롱’도 보다 중립적인 용어인 ‘성적 괴롭힘’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했다. “성희롱이란 용어는 성범죄를 희화화하고 범죄성을 희석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조금씩 법적·사회적으로 우리의 언어는 바뀌고 있다.

 

교수님과의 대화


현대사회의 차별에 대해 이정은 사회학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Q : 현대사회는 혐오, 차별적 발언이 만연하고 차별이 아닌 것처럼 일상생활에 숨어 들어있다. 이런 차별이 말에서 끝나지 않고 나아가 더 큰 문제를 가져오기도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나타나는지?

A : 그런 차별이 일상화돼서 그 의미가 고정화되고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비하의 의미로 “넌 장애야”라고 얘기하는데 모든 사람은 일반적으로 장애가 있다. 그러나 그게 큰 문제고, 치유될 수 없는 것처럼 의미는 고정화, 확대된다. 또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문제가 있다. 사회적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숨어있는 차별적인 발언을 했을 때 실생활에서 확대되는 문제가 심각하다.


Q :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빈다.”라는 말이 있다. 이렇듯 차별적인 표현을 사용한 사람이 되려 ‘표현의 자유’를 앞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A : ‘표현의 자유’의 목적이 뭐냐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방에게 ‘선비’라고 말하는 사람들,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한 말이 웃긴 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농담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고 차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차별적 표현을 하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얘기하는데, 자유에 따르는 책임에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며 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Q : 차별을 당했을 때, 차별이라고 인지하더라도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라고 생각해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데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

A : 사람들이 차별적 발언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당신이 너무 예민하다”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이는 ‘예민’한 게 아니라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것이다. 예민하다고 하는 사람이 오히려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이고 그런 말이 언어폭력이 될 수 있다. 차별당했을 때는 상대방에게 얘기해야 한다. “잠시만요, 제가 이렇게 생각해서 불쾌하니까 주의해주세요”라고 말이다. 바로바로 얘기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이런 노력이 차별을 줄일 수 있다.


Q : 일상생활 속 차별 문제가 해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A : 먼저 차별적인 언어를 인지해야 한다. 차별적 언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로 권력관계에서 권력을 오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차별은 권력관계에서 나타나고 사회학적으로 불평등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또 심리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화풀이할 희생양이 필요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차별이 없어지려면 긴장하고 살아야 한다. 내 언어가 차별적 언어인지 계속 점검하고 권력관계에서도 이게 정당한 것인지, 오남용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용기가 필요하다. 차별적 언어를 하는 사람을 보면 “왜 그런 말을 하느냐”라고 얘기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Q : 현재 사회에서의 차별에 대해 하실 말씀은?

A :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별을 표현의 자유와 많이들 혼동하는데,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일종의 범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사람들의 문제의식이 부족하다. 차별, 혐오 발언을 쉽게 하는 것에 대해 사적으로는 제재할 수 없겠지만, 공적으로 사용할 때는 제재가 필요하다. 차별금지법이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서 왜 필요한지가 통용됐으면 좋겠고 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당장 세상의 모든 차별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일상생활에서 느끼거나 행하는 차별은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느냐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누군가를 비하하는 농담은 정당화돼선 안 된다.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차별하고 있다. 이제라도 자신의 언어습관을 돌아보고 개선해보자. 차별을 당하고 있면 차별이 없어질 수 있도록 용기 내보자. 당신의 용기가 결국엔 세상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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