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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우리 앞을 지나가는 영웅들
  • 국어국문과 최기영
  • 승인 2022.05.16 08:00
  • 호수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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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쯤, 거실에서 ‘억’ 소리가 들렸다. 뭔가 이상했던 나는 거실로 나갔고 거실에는 불러도 반응이 없는 할머니가 계셨다.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었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서둘러 어머니께 전화를 거는 것뿐이었다. 어머니는 곧 급히 집에 오셨고 난 나보다도 더 당황한 어머니를 대신해 119에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대원분들은 이상하리만큼 차분하고 정적이어서 오히려 당황했다. 집에 도착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가는 과정도 잔잔했으며, 잔뜩 긴장한 나와 어머니와는 다르게 ‘당연한 일’을 하고 계셨다. 그 분위기에 구급차를 타고 가면서 오히려 진정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큰일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 이상한 감각. 그런 것이 별다른 근거 없이 내 마음에 들이찼다. 그리고 병원에 도착해 어머니와 할머니를 들여보내고 혼자 병원 벤치에 앉아 있을 때, 비로소 내가 스스로 진정한 것이 아니라 119 구급대원분들과 함께 있었던 덕이라는 것을 알았다. ‘병원에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무릎에 얼굴을 파묻어야 했다.

보기만 해도 갑갑한 방호복을 입고 무거운 이동식 침대를 들고 할머니가 언제부터 반응이 없으셨느냐고 물으셨을 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확신하지 못하는 나를 두고 답답했을 텐데 채근하기보다는 시간을 떠올릴 수 있도록 여러 번 물어봐 주셨다. 당황해 아무런 시도조차 못 하고 있을 때,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너무나 소중했다. 그분들이 곁에 없었다면, 나는 할머니를 그날 이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매번 지나가듯 듣던 119 사이렌 소리가 더 잘 들렸다. 그 소리는 우리의 가족, 친구, 이웃을 구하러 가는 영웅들의 다급한 발걸음이었다. 환자의 손을 잡고 그 소리가 가까워지길 바라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소리였다.

5월은 가정의 달이긴 하지만, 5월 4일 국제 소방의 날 또한 있다. 그날에도 어디론가 급히 달려가는 구급차를 봤다. 밤낮없이 항상 우리의 옆에 그 어떤 문학의 영웅보다도 가까이 있는 속세의 영웅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내 앞을 지나가는 구급차가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무사히 도착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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