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문화·기획 기획
소비자가 만드는 트렌드의 힘, 팬슈머
  • 임현진 기자
  • 승인 2022.05.16 08:00
  • 호수 686
  • 댓글 0

팬(Fan)의 힘은 대단하고 팬심(Fan:心)은 언제나 뜨겁다. 어릴 적 좋아했던 만화 영화, 마음속에 깊이 박혀버린 TV 너머의 우상 등 팬이 되는 계기는 무수히 많다. '무언가’의 팬, 그 ‘무언가’는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지닐 수 있는 모든 대상으로서 그 범주는 아무도 정의할 수 없다. 팬심을 발휘할 때 가장 열정적인 팬들은 자신의 선호가 가시적인 소비재로 돌아오길 원하고, 이때 취향이 재화와 직결되면 소비의 자발성이 극대화된다. 특히 취미나 여가에 있어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성향을 띠는 MZ 세대를 주축으로, 팬심에 의한 소비는 단순히 수동적인 행위를 넘어 재화를 구축하고 생산을 끌어내는 능동적인 현상을 만들고 있다. 팬은 곧 소비자다. 그들은 자신이 소비하길 원하는 형태를 요구하고 더 나아가 기업을 움직이는 마케팅 주체의 역할을 한다. 즉,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은 기업의 경쟁력이다. 선호의 가치로 기업을 움직이는 소비자, 팬슈머 마케팅을 알아보자.

팬슈머? 어디서 어떻게 왔니

팬슈머(Fan-sumer)란 팬(Fa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상품이나 브랜드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지칭하는 신조어다. 쉽게 말해 ‘팬으로서의 소비자’란 뜻이다. 소비자는 선호 대상에 대해 애정을 쏟고 구매하는 것을 넘어, 대상과 관련한 재화와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거나 투자하는 적극적 행위자가 된 것이다. 팬슈머는 원하는 형태의 소비재를 요구하고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해 결국 선호의 가시적 결과물을 세상 밖으로 탄생시키는 등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어냈다. 즉, 소비자의 기본적 기능인 ‘구매’를 넘어 ‘참여’ 역할이 더해진 형태로, 시장에서 소비자의 영향력은 더욱 증가했고 마케팅에 있어 시장 원리를 가동할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게 됐다.

팬슈머의 작용은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선호의 결과물이 꼭 물질적인 재화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돈을 들이거나 제품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만이 팬슈머의 영역인 것은 아니다. 팬슈머는 정의된 행동을 하는 주체가 아닌, 어느 방향이든지 ‘선호를 나타내는 소비자’의 성질이 강하다. 소비 활동에 있어 팬슈머는 행위의 영역과 강도가 정해진 사회 현상의 주체가 아니다. 팬심이 만들어낸 결과가 사회적 양상을 띠며 점점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았고, 이 모든 현상을 만들어낸 행위자에 이름을 붙인 일종의 신조어이니 국어사전 속 명사의 딱딱한 정의와 같은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이 띠는 선호가 사회의 한 부분을 만들어 갈 때 이 모든 것이 팬슈머의 발자국이다.

‘팬슈머’라는 단어가 생소해 이와 관련된 사회•경제적 현상을 접해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우리는 이미 팬슈머가 일으킨 트렌드를 몸소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앞서 단순히 나열된 팬슈머의 사전적 개념과 추상적인 설명이 실제 우리 주변에 적용된 사례를 알게 된다면 아마 팬슈머에 대해 친근함을 느낄 것이다. 아이돌 프로젝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투표와 홍보 등 팬들의 적극적인 행위를 통해 연습생을 데뷔시키는 것도 선호를 바탕으로 한 생산 과정에 참여했다는 의미에서 팬슈머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팬슈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넘어 생산 및 수요 가치를 지니는 상품성 재화에서도 큰 활약을 한다.

팬슈머! 기업은 팬이 필요해

소비자의 극대화된 만족은 시장 원리에 의해 기업 이윤을 극대화 시킨다. 선호 재화를 요구하는 팬슈머는 시장에서 ‘보이는 손’ 역할을 하며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선 소비자의 소비 트렌드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 소비자의 선호를 가장 눈에 띄게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팬슈머이며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팬슈머 마케팅이다. 이윤 확보가 최종 목표인 기업과 원하는 재화를 얻어야 하는 소비자 사이 거래가 성사될 때 각자의 지향 가치가 증폭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팬슈머의 선호는 기업의 차별적인 경쟁력이자 자산이다.

소비자는 필요한 재화, 좋아하는 형태의 재화, 갖고 싶은 재화 그 모든 것에 ‘펀딩’할 수 있고 이는 제품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팬슈머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가 기업에 돈을 투자하는 형식으로, 선호와 접목된 재화를 얻기 위해 재화 생산자에 직접 자금을 투자하는 행위다. 예를 들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A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기업에서 A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이는 ‘크라우드 펀딩’에 의한 경제적 행위인데 크라우드 펀딩이란 대중(Crowd)과 자금 조달(Funding)을 조합한 합성어로, 생산자가 시제품을 만들고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때 팬슈머는 곧 대중이며, 필요 재화를 요구하는 팬슈머의 자금으로 기업은 자립도를 비축하고 고객을 확보하기 때문에 크라우드 펀딩에서 소비자의 힘은 막대하다. 또한, 소비자로부터 목표금액이 모인 기업은 제품을 탄생시키고 소비자는 이를 소비하며 결국 크라우드 편딩은 톱니바퀴와 같이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부품 역할을 한다.

투자 자금을 직접적으로 조달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팬슈머를 활용한 방법이 있는데, 바로 기업 브랜드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팬슈머 서포터즈’다. 기업의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직접적인 후기나 피드백을 수용해 품질을 향상하는 동시에 홍보를 위함이다. 기업의 서포터즈인 소비자가 품질에 대한 의견을 직접 낼 수 있도록 기업이 우선 서포터즈를 모집한다. 이때 소비자는 기업을 옹호하는 것만이 아닌 제품을 사용하고 소비하는 입장에서 객관적인 비판과 간섭을 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기업은 팬슈머 서포터즈로부터 생산 주체자 관점에서 벗어나 외부 감사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재화의 품질을 더 나은 방향으로 향상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체험하고 홍보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팬슈머 서포터즈 활동은 소비자가 상품 또는 브랜드에 더 애착을 가질 수 있고, 해당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지닌다. 또한, 팬슈머 서포터즈로 인해 서비스의 질이 개선됨과 동시에 개선 과정이 외부에 긍정적으로 노출되거나 개선 후 품질에 소비자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될 경우 기업 자체의 홍보 효과도 얻게 돼 타 기업과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얻는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소비자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는 것이다.

팬슈머는 밈(Meme)과 같은 유행에 소비를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접목시키며 동시에 기업은 소비자의 요구와 유행 트랜드에 발빠르게 움직인다. 가수 비의 노래 ‘깡’의 역주행으로 소셜 미디어에서는 "비가 새우깡 과자의 모델이 돼야한다"는 밈이 유행했고 이에 과자 제조사 농심은 재빠르게 트렌드를 읽어 실제로 노래 ‘깡’ 역주행 이후 가수 비가 과자 ‘새우깡’의 모델이 됐다. 또한, ‘꼬북좌’라는 별명을 얻은 가수 브레이브걸스의 멤버 유정은 과자 ‘꼬북칩’의 모델로 발탁됐는데 이 역시 가수 유정의 팬들이 만화 캐릭터 ‘꼬부기’를 닮은 유정과 과자 특성 간 연관성을 강조하며 팬들은 곧 소비자로서 팬슈머의 역할을 한 것이다. 이처럼 소비 주체인 팬슈머는 사회 경제에 너무 무겁게 다가가지 않으면서도 트렌드에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직접 트렌드를 만드는 일종의 재미 요소가 있다.

팬슈머, 기업에 트렌드를 입히다

팬슈머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팬슈머가 끌어낸 유행 상품은 우리 주변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의 지속적인 출시 요청으로 탄생한 제품은 팬슈머 마케팅의 가장 친근한 사례일 것이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인 팬슈머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우리도 소셜 미디어 속에서 복잡한 과정 없이 팬슈머가 될 수 있다. 열정적인 소비자로 인해 탄생한 제품을 알아보자.

<거꾸로 수박바>

수박 모양 아이스크림 ‘수박바’는 딸기 맛이 나는 빨간색의 과육 부분, 멜론 맛이 나는 초록색 껍질 부분, 초코 맛이 나는 검은색 씨 부분으로 일반적인 수박 형태와 같이 빨간색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딸기 맛보다 비중이 적은 멜론 맛을 더 선호하며 빨간색과 초록색 부분을 서로 바뀌길 원하는 소비자가 생겨났고, 빨간색과 초록색이 바뀐 가상의 아이스크림이 소셜 미디어에서 밈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기업은 규모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어 선뜻 생산하지 못했지만, 소셜 미디어의 발달 및 영향력 증대와 동시에 팬슈머의 등장으로 소비 트렌드 파악이 가능해져 2017년 소비자의 의견을 수용한 거꾸로 수박바가 세상에 나왔다. 이는 소비자의 요구 충족과 동시에 요구가 실제 반영돼 소비자에게 재미 요소를 제공한 사례다.

<포켓몬빵>

레니얼 세대에 유행했던 ‘포켓몬빵’이 지난 2월 재출시됐다. 당시 주 소비자인 어린이가 성인이 돼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명 스티커 ‘띠부띠부씰’이 들어있는 포켓몬빵은 그때 그 시절 모았던 스티커를 다시 모으는 소비자들 덕분에 성공적인 재개를 맞이했다. 26년 전 처음 등장했던 포켓몬빵은 그때 당시에도 그 시절 어린이에게 인기가 많았고, 그 어린이들이 자라서 유년 시절 추억이 주는 편안함에 포켓몬빵의 재출시를 원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포켓몬빵은 지난 2월 기준으로 약 1,860만 개가 팔리며 밀레니얼 세대 뿐만 아니라 MZ 세대에게도 신호탄을 쐈다.

<파 맛 첵스>

2004년 어느 한 과자 제조사는 자사 제품 시리얼 '첵스'를 홍보하기 위해 투표 이벤트를 진행했다. 해당 이벤트는 초콜릿 맛 캐릭터와 파 맛 캐릭터 중 초코 왕국 대통령을 뽑는 내용으로 두 후보 중 뽑히는 맛의 과자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파 맛이 이기면 파 맛 과자를 만드는지 두고 보겠다”는 반응으로 파 맛 캐릭터에 몰표를 주며 파 맛 캐릭터의 득표율이 앞섰다. 제조사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 투표 내용에 무효 처리로 대응했지만 16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회자되며 “민주주의는 무너졌다”며 “부정선거의 아이콘이다”, “진짜 출시되면 좋겠다” 등 재밌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해 실제로 심심한 사과와 함께 파 맛 첵스를 출시하며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고 그곳엔 파 맛 첵스 출시를 재미 반 진심 반으로 응원한 팬슈머가 함께 있었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현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