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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냠사거리] 잔잔한 특별함, <푼푼>
  • 문자영 수습기자
  • 승인 2022.05.02 08:00
  • 호수 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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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먹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만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은 부담스럽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음에도 고가의 레스토랑을 갈 때면 처음 방문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익숙한 척을 하느라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나면 이유 모를 피곤함이 느껴졌다. 그래서인가 어느 순간부터 멋들어진 레스토랑보다 따스하게 반겨주는 식당에 더 마음이 갔다. <푼푼>은 이런 기자의 취향에 완벽히 부합하는 곳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가로수길을 조금 벗어나 주택가 쪽으로 들어가면 벽돌로 쌓은 외벽이 보인다. 그 모습이 주변의 가정집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바람에 찾기 쉽지 않지만 골목을 기웃거리며 찾아가는 길은 충분히 낭만적이다. <푼푼>은 연어마끼와 튀김 덮밥을 파는 일식당이다. 가게로 들어가자 일식당답게 기역자로 배치된 테이블 사이로 재료를 다듬는 사장님이 보였다. 테이블에 앉자 사장님께서 인사와 함께 메뉴판을 건네주셨다. 아기자기한 가게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그림으로 이루어진 메뉴판이 어우러져 기자가 순간 애니메이션 영화 안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일식이 낯선 손님들을 위해 메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테이블 앞에 붙어있다. 상냥한 배려가 눈에 보여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마음이 포슬포슬해졌다.

기자는 <푼푼>의 시그니처 메뉴인 꼬끼오동을 주문했다. 꼬끼오동은 튀긴 닭다리살을 쌓아 올린 일본식 덮밥이다. 딱 좋게 간이 된 밥 위로 산처럼 쌓아 올린 튀김에 감탄이 나왔다. 기자는 덮밥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덮밥을 먹다 보면 언제나 마지막엔 밥만 남는 게 싫었다. 하지만 꼬끼오동은 덮밥을 시킨 건지, 치킨을 시킨 건지 헷갈릴 정도로 튀김이 넉넉했다. 튀김은 단짝 친구마냥 느끼함을 데리고 다니는데 그래서인지 함께 튀겨나온 꽈리고추 튀김은 가히 신의 한 수였다. 식사를 끝나갈 때쯤 직원분이 갑작스레 작은 접시를 건네주셨다. 동그랗게 퍼진 유자 샤베트였다. 상상치 못한 디저트마저 상큼하고 시원해서 본 메뉴와 잘 어울렸다.

<푼푼>의 벽면에는 작은 창이 있다. 바깥은 지극히 평범한 길거리임에도 창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느 순간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특별함을 찾으러 꼭 굉장한 곳에 갈 필요는 없다. 취향에 맞는 곳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라면, 매일 지나다니는 길거리도 그림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자가 느낀 일상의 평화를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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