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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깨면 끝날 악몽이에요
  • 안보영 기자
  • 승인 2022.03.28 08:00
  • 호수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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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는 오랜 꿈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웃는 게 예쁘다’는 말 한마디로 시작된 꿈이다. 학교에서 희망 진로에 대해 써오라는 숙제에 친구들은 골치 아파할 때에도 기자는 세 줄이며 네 줄이며 왜 이 직업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온 세상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또박또박 칸을 채워갔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되고 싶었던 꿈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기자처럼 하나의 꿈을 오래도록 간직했을 수도 있고, 매년 그 꿈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설령 없다 해도 상관없다. 꿈은 동사여야 한다는 말을 기자는 전적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랬던 기자는 이제 다른 꿈을 향해 서 있다. 어느 날 꿈속에서 기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위치에서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이 돼 있었다. 비즈니스 출장을 위해 동료들과 비행기에 탔고, 비행기는 이륙 준비 중이었다. 두 칸 앞 좌석에는 승무원들이 이륙 전 사무장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며 밝게 웃고 있었고, 기자는 그 모습이 예뻐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승무원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을 때 기자는 울고 있었다. 그들의 직업에 대한 열정과 순수한 사랑, 그리고 어릴 적 기자가 꿈꾸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여 부러웠기 때문이다. 애써 눈을 비비며 아무렇지 않은 척 목을 가다듬고 있으니 옆 좌석으로 초등학교 동창이 알은체하며 앉았다. 그리고 나를 툭툭 치며 어린 시절 꿈을 마주한 느낌은 어떠냐고 물었다. 얼버무리듯 대답을 하고서야 비행기 내부 모습이 들어왔다. 도어, 좌석 표시등, 벨, 기내식, 윙, 창문, 들떠있는 승객, 점검하는 승무원, 기장의 방송까지. 어느 것 하나 사랑하지 않은 것들이 없었다.

현실과 타협하는 게 꼭 꿈을 포기하는 것과 같게 느낄 때가 있었다. 내 노력이 부족했음에 반성하고, 노력이 인정받지 못했음에 좌절했다. 그럴 때마다 ‘꿈을 이루지 못하면 내 쓸모를 다 하지 못했다’, ‘꿈을 이룬다고 해서 내 행복을 장담할 수 없다’ 등의 핑계로 세뇌하듯 자신을 다독여왔다. 하지만 그건 기자가 생각한 꿈의 순기능이 아니었다. 직업을 보고 달리다 보니 직업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목표를 잃은 것이다.

그때부터 기자는 어떤 직업과 상관없이 이대로의 나를 인정하며 살기로 다짐했다. 하루하루 삶을 버텨내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더라도 꿈의 힘을 믿기로 했다. 매일매일 꿈이 달라진다 해도, 설령 그 꿈이 ‘일주일 동안 매일 7시에 일어나기’와 같은 목표일지라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기겠다고 다짐했다. 어릴 적 꿈꾸던 사람은 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꿈을 잃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꿈꾸던 모습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꿈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한다. 영어에서 꿈은 자면서 꾸는 꿈과 희망을 담은 꿈을 동시에 의미한다. 버거운 현실을 ‘깨면 끝날 악몽’이라 생각하고, 자신에게 가치 있는 모든 일을 꿈꿔보는 건 어떨까? 현실에 지쳐버린 당신에게 힘든 하루를 대범하게 헤쳐 나갈 힘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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