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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의 Talk Talk] 11월의 목요일
  • 이다원 편집국장
  • 승인 2021.11.29 08:00
  • 호수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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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수능이 끝났다. 기자도 몇 년전 수능을 봤다.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의 감각이 생생하다. 롱패딩과 후드집업을 겹겹이 껴입고, 도시락통을 챙겼다. 수능을 보지 않는 친구들도 문 앞까지 배웅을 해줬고, 시험장 앞에는 교장선생님이 나오셔서 응원을 해주셨다. 추워서였는지 긴장 때문인지 벌벌 떨면서 자리에 앉아 초콜릿 하나 를 먹으며 시작 종이 치기를 기다렸다.

대학에 와서 진로 수업이나 프로그 램을 가면 인생곡선을 그려보라고 한다. 가장 힘들었던 때와 행복했던 때를 점을 찍어 보면 그래프가 수직 하강하는 때는 고등학교 3학년 때다. 말도 안 되는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렸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새벽같이 일어나 친구와 함께 수능공부를 위해 등교하고, 합격과 불합격 사이에서 좌절하고 고민했다.

고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성적 신경 쓰지 말고 많이 놀아. 잘 논 선배 들이 대학도 잘가더라.”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대학은 성적순으로 뽑고, 많이 놀면 성적이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가능하지? 이상에 가득 찬 이야기라고 밖에 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잘 놀고도 대학을 잘 갈 수 있었다. 학과와 학교 활동이 잘 맞거나 재수를 하거나 운이 좋거나. 나에게 해당 되지 않았을 뿐이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학교에서 방송 분야 활동을 하기엔 한계가 있었고, 엄마는 재수는 없다며 못을 박았다. 나에게 선택지는 두 개였다. 공부를 하거나 대학을 포기하거나. 1학년이 후자를 고르자니 걱정이 됐다. 공부를 해야 했다.

평가는 가혹했다. 쏟아 부은 시간과 당일의 상태,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은 채 같은 문제로 점수를 매기고 내림차 순으로 정렬한다. 시험을 포함해 수행평가, 태도평가 따위로 촘촘히 계산해 순서대로 줄을 세운다. 작은 실수로 갈 수 있는 대학의 숫자가 달라졌다. 수능공부를 시작하고 매일 스트레스를 받았고 작은 실수 하나에 목숨을 걸었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된 지금은 먼 나라 얘기처럼 말할 수 있게 됐지만 수능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괜히 기분이 이상해진다. 지나간 시간이지만 잊을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기자 이외에도 힘든 시간을 보냈을 수 많은 수험생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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