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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바뀔 수 없어?
  • 창원대신문
  • 승인 2021.11.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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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괜찮을 거야. 나라에서 그 사람들 벌 줄 거야.” 군대 가혹 행위로 탈영했던 아들에게 어머니가 건넨 말이다. 탈영하는 그 순간부터 앞으로 자신에게 ‘탈영병’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것은 물론 병영을 무단으로 빠져 나온 것이기에 재판도 이뤄지는 중대한 일임을 그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탈영은 가벼운 행위가 절대 아니기에 쉽게 시도할 일이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다. 재판과 더불어 사회적 낙인효과와 같은 보이지 않는 불이익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선택을 믿고 몸을 던진 이유가 무엇일까? 다시 군대로 잡혀 온 후 부모님 얼굴을 마주했을 때 불효를 저지른 듯한 죄송함보다 당장의 숨통이 트일 수 없는 고통의 무게가 더 무거웠을 것이다. 고통과 감내가 한계치에 다다른 그때, 절대 가볍지 않은 결심으로 탈영했을 그를 타이르는 어머니께 건넨 말은 현실적이었다.

“날 괴롭힌 사람들, 영창을 가는 게 아니라 전출 간대.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딴 데로 간다고.” 기자는 겪어보지 않은 상황이지만 별 이질감 없이 이 대화를 받아들였다. 실제로는 정당한 절차로 가해자의 처벌을 끌어내는 과정이 당연하게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지만 ‘이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기자의 머릿속에 자리 잡혀있었다. 위 대화는 군대 가혹 행위를 다룬 드라마 D.P 속 장면이다. 이를 학교폭력에 대입해보자. 학교 폭력이 발생했을 때 법의 심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해자의 강제 전학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이때 암묵적 강요와 가해자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섞여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며 이는 피해자가 문제의 해결보다 종결이 중요한 사회 조직이 어디에나 존재함을 깨닫게 해준다.

실제로 얼마 전 공군 여군 성추행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안타깝게도 여군의 자살로 성추행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사건은 군대 내 조직적 은폐와 피해자를 상대로 한 따돌림, 그로 인해 끝내 피해자 본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직접 영상으로 남겨 많은 사람이 분노한 사건이다. 여군 이 중사는 장 중사의 수위 높은 성추행에 치욕스러움을 참을 수 없어 상관에게 신고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장 중사의 협박과 이 중사의 직속 상관인 노 준위의 상부 보고가 아닌 ‘남자면 한 번씩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발언과 회유였다. 결국 이 중사는 다른 부대로 전출을 하게 됐지만 전출 부대에서도 이 중사를 관심 병사 취급했고 안타깝게도 전출 21일 만에 남자친구와의 혼인 신고 동시에 생을 마감했다.

그녀의 전출은 타당한 것인가, 전출이 최선인 것이 맞는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일반적 도덕성과 사고회로를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도움을 요청한 국선 변호사는 답변이 늦거나 아예 답을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그녀가 몸담고 있던 사회 조직에선 문제 해결의 기미 조차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죽어야 바뀐다” 라는 말을 남기고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쏜 드라마 속 탈영병. 탈영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탈영병을 잡는 일이 목적이 돼버린 목표대치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어쩌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고만 있게 된 것이며 혁명은 일어날 수 있는가에 확실한 답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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