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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외양간 ⋯ 소는 계속 잃어간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21.05.24 08:00
  • 호수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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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 많은 청년들 또는 중장년들이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다가 사망하고 있다. 우리는 현장에서 장비에 대한 관리소홀,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산재로 인한 사망에 대한 당연한 보상제도를 마련해야한다.”

얼마 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한 글이다. 밤낮 가리지 않고 자신의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일하다 어린 나이에 컨테이너에 깔려 죽은 23세 청년의 죽음. 이 죽음 뒤에는 어떤 안타까움이 숨겨져있을까.

 

해당 사고의 피해자인 23살 이선호 씨는 지난 달 컨테이너 작업 도중 300kg 철판에 깔려 숨졌다.

이 씨는 평택항 현장 작업반장으로 근무하는 아버지와 함께 평택항 물류운송작업을 해왔다. 물류검수알바를 통해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매일 열심히 일해 온 그에게 그 날은 마지막 출근이 됐다. 그 날 이 씨는 일하는 날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력부족으로 출근을 했고 현장에서 컨테이너 주위 정리작업을 맡았다.

이와 관련한 작업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이 씨는 안전교육 및 작업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했을 뿐더러 안전장비 또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던 도중 반대쪽 컨테이너가 접혔고 이로 인한 진동으로 이 씨가 위치해있던 300kg 컨테이너가 접히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사고발생 직후에 당연히 일어나야할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더 비극적인 결말이 나왔다. 현장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안전관리자나 작업감독자, 신호수 등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이 씨가 컨테이너에 깔리는 모습을 보고 있었던 관계자들 또한 119에 바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상황. 이렇게 1시간이 흘렀고 이 씨의 아버지가 주변을 지나가다 압사당한 채 방치되고 있는 아들의 시체를 발견했다.

 

안전과 직결되는 의혹 제기

피해자 이 씨의 친구가 인터넷에 올린 글을 보면 이번 사고에 대한 안전관련 의혹들을 찾을 수 있다. 이 씨가 작업에 들어가기 전 충분한 안전관련 교육 및 장비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고 애초에 해당 작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이 씨를 무리하게 작업에 투입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개방형 컨테이너 구조물은 고장이 나지 않은 이상 간접적 충격 및 진동에 의해 쓰러질 수 없다며 구조물의 노후화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사고 전 기본적인 관리뿐만 아니라 사고 후 미흡한 초동대응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신고가 우선시되어야하는 상황에서 사내보고가 먼저 이뤄지면서 이 씨는 1시간 가량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되었고 사고의 심각성을 더 키웠다.

더군다나 평택항의 경우 국가관리시설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정부차원의 안전문제도 쉽게 넘겨짚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피해자 친구는 "같은 이유로 사람이 계속해서 죽는데 왜 바뀌지 않나. 죽음마저 교훈이 될 수 없다면 대체 뭘 어떻게 해야 바뀔 수 있나"라고 한탄의 목소리를 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안전문제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산재사고 사망자 중에서 청년(15~34세)은 평균 80명으로, 연평균 약 900명의 사망자 중에서 가운데 8.9%를 차지한다. 4년동안 327명의 청년이 작업장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렇게 청년 사망자들이 발생하는 것은 해당 작업이 그만큼 위험하거나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선호 씨의 경우는 지인들에 의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밝혀지지 않고 사라져버린 사건 사고들이 엄청나게 많다. 이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 논평을 통해 "새로 맡은 작업은 숙련자도 위험한데, 이 씨는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았다"며 "당시 신호수는 보이지 않았고 사고 직후 119 신고 보다 사측에 보고를 시도했다"고 당시 작업장의 안전대책과 대응이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법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18년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김용균법을 들어봤는가. 2018년 12월 충난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용균 씨가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생겨난 법이다. 작년 1월 16일부터 시행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 원청의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으로 또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할 위험이 있는 경우 근로자가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할 수 있으며,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이유 때문에 대피한 근로자에게 해고 등의 불이익을 준 사업주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법들이 개정되면서도 끊임없이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는 데는 근본적인 원인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다 더 좋은 근무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드는 법들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뿐더러 이를 두고 노사의 협의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잃고나서야 보이는 것들

박두용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은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산업안전 관련 법정 형량은 세계에서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처벌을 강화한다고 산업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예방 안전으로 가야 한다. 처벌만 강화하는 건 사후약방문으로 사고를 막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안전문제에 대해 노사가 심각하게 논의를 하는 곳이 우리나라에 몇 곳이나 될까. 사고가 일어나야만 보이는 문제점들. 과거부터 현장 산재사고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예방차원의 해결점을 내놓으려 하는 사람이 없다. 조금 더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경영권의 입장에서는 노동자들의 안전보다 결과물에 더 집중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익에 가려져 이선호 씨 또한 사고 직후 개인의 생사보다는 사내보고가 먼저였던 것.

산업현장에서의 안전문제는 경영권이 손해를 감수하고 합의된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노동자들이 보장받아야하는 권리이자 의무다. 소는 점점 잃어가는데 외양간은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위험한 자재들, 언제 다칠지 모르는 현장, 부실한 감독관리. 언제쯤 우리는 소가 안전한 외양간은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이 씨의 사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안경덕 고용부 장관에게 산재사고를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고용부는 "사고 원인을 규명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드러나면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며 "이달 평택항과 유사한 사업장(인천항, 부산항, 울산항, 여광양항)에 대한 긴급점검을 실시하고 관계부처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산업재해 사망자들의 비율을 절반이상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은 전 정부와 비슷한 수치를 보이며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시점에서 계속해서 비슷한 법안들만 생겨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과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시 대표이사 등 경영권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으로 소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게 된다. 그러나 내년부터 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5~49인 사업장은 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기 때문에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법은 생겨나도 현실적인 부분에서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모든 법들이 향하는 곳은 사고 이후의 처벌. 하지만 우리는 처벌이 아닌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예방차원의 해결방법이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더 나아가 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지지 않는 지금. 산업현장의 안전은 예방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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