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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레슬링은 쇼에 불과하다고?
  • 추재웅 기자
  • 승인 2021.05.24 08:00
  • 호수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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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음악, 화려한 폭죽과 함께 양 선수가 등장한다. 그들은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심판이 경기 시작 선언을 하면 종이 “땡,땡,땡” 세 번 울리며 그들의 혈투가 시작된다. 때리고, 조이고, 들어 메치며 몇 분간의 공방전 끝에 한 선수의 마무리 기술이 나오고 관중들의 환호와 함께 경기에 승리한다.

프로레슬링 경기를 본 적 있는가. 앞서 말한 경기의 모든 과정과 승패는 이미 결정된 상태며 선수들은 이를 연기할 뿐이다. 혹자는 짜고 치는 싸움이 뭐가 재밌냐고 물을 수 있다. 실제로 프로레슬링이 흥행할 초창기에는 모든 선수와 관계자들이 각본이 있다는 내용을 숨겨야만 했다. 그래야 관중들이 더 많이 찾아오고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각본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후, 무너질 줄 알았던 프로레슬링 업계는 다른 격투기 종목들과 ‘극’적인 요소에 더 차별화를 두어 더욱 성장하게 됐다.

프로레슬링은 정확하게 ‘스포츠’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장르의 시초이다. 모든 격투 스포츠는 비중이 많든 적든 각본이 존재한다.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 현장에서 서로 기 싸움을 하는 것이 그 예다. 만약 권투나 이종격투기의 실제와 각본의 비율이 8:2 정도 된다면, 프로레슬링은 그 반대로 2:8 정도가 될 것이다. 그만큼 프로레슬링은 단순한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짜인 연극처럼 몰입할 수 있는 서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프로레슬러들은 선수(Athlete)의 개념보다는 연기자(Performer)의 개념이 더 정확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타 격투 스포츠에 비해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실제 싸움보다 더 드라마틱한 장면을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고난도의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제대로 된 프로레슬링 경기를 할 정도가 되려면 보통 10년 이상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각종 기술과 낙법, 본인만의 개성을 나타내는 여러 움직임과 대사까지 신경 쓸 것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이렇게 장기간 훈련한다고 하더라도, 프로레슬링은 많은 관중 앞에서 실시간으로 위험한 액션을 선보이기 때문에 당연히 실수가 나오고 크게 다친다. 워낙 직관적인 액션이 오가고 어린아이들이 많이 보기 때문에 이를 따라 하다가 다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만약 어린 조카가 TV에 나온 프로레슬링 기술을 따라 한다면, 꼭 말리도록 하자.

최근 집콕생활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영상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쏟아지는 비슷한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들과 자극적인 내용의 드라마에 지치는 요즘이다. 화려한 액션, 예측하기 힘든 각본이 있는 프로레슬링은 어떤가. 취향만 맞는다면 분명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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