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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싶은 일
  • 이다원 기자
  • 승인 2021.05.10 08:00
  • 호수 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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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싶다는 말을 붙이는 일 중에 피할 수 있는 건 없다. 언제가 되었든 매듭을 지어야 하는 일이기에, 돌고 돌아서라도 마주하게 된다. 맞닥뜨리는 순간, 모든 게 끝을 맺는다. 자기 전 초조해하던 긴장감과 한구석의 찜찜하던 마음까지 다 털어낸다. 이렇듯 모든 일엔 끝이 있다. 지구도 얼마 남지 않은 시대에 어떤 마지막을 멸망 전까지 미뤄야 하나 생각해봤다. 한 가지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누군가와 이별하는 일이 싫다.

수없이 많은 이별이 있다. 어제만 해도 둘만의 비밀을 나누는 사이가 자고 일어나니 다신 상종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변한다. 사소한 다툼, 비행기 티켓, 문자 한 통 같은 어이없이 자잘한 일이 몸과 마음을 떼어 놓는다. 치정에 얽힌 원치 않는 이별부터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불치병에 의한 이별까지. 다 다른 헤어짐이지만 지금은 사과도 할 수 없는, 영원한 이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기억 속 첫 이별은 올챙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쯤, 수업시간에 올챙이를 받았다. 물을 갈아주려다 수챗구멍에 떠내려 보냈다. 그날 내내 울었다. 밥도 안 먹고 펑펑. 그날을 잊지 않으려고 핸드폰 캘린더에 적어 두었다. 평생 기억할 줄 알았다. 지금은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별’이란 단어에 다 다른 누군가를 떠올릴 것이다. 어릴 때 키웠던 강아지, 한때 추억을 공유했던 사람,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 일지도 모른다. 크기는 다르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마음 한 켠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바래고 깊은 곳에서 왜곡될지도 모른다. 한때 즐거웠고, 그만큼 슬퍼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끝은 지금을 더 소중하게 만든다. 끔찍하게 싫지만 끝이 있어서 더 간절한 하루를 산다. 모든 일에 끝이 있다는 말에 슬픔도 포함이다. 언젠간 눈물을 멈춰야 한다. 남은 하루를 또 살아내야 한다. 기억과 감정 모두 작게 접어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올챙이처럼.

결국 우린 누군가를 떠나보낼 것이다. 누군가 죽는 건 당연한 것이니까 슬퍼하지 말라고 하지만 어느누가 이별 앞에 담담할 수 있을까 싶다. 한참 아플게 뻔하다. 그때, 후회는 하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최선을 다해 충분히 사랑해야 한다. 이별하는 순간에는 앞으로 함께 하지 못할 일만 슬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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