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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세상
  • 남예은 기자
  • 승인 2021.04.26 08:00
  • 호수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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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혐오의 시대가 도래했다. 타인을 증오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쓰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됐다. 인터넷상에서 다른 글의 링크를 걸거나 화력지원을 하며 신상을 털고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일명 “좌표 찍기”는 하나의 놀이처럼 자행되고 있다. 익명을 방패로 삼은 사회에 만연한 이 혐오는 누구를 위한 혐오일까.

혐오를 논하자면 단연 여성혐오를 빼놓을 수 없다. 성염색체 유전자의 차이 단 하나로 몇 세기 동안 여성들이 차별당한 행태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혐오는 기호 표현으로서의 혐오가 아니다. 단순히 좋고 싫음을 나타내는 기호적 표현으로의 혐오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여성혐오(혹은 장애인 혐오와 같이 어느 집단에 대한 차별을 말하는 혐오)에서의 혐오는 기호가 아니라 차별적 의미의 혐오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성혐오에 속하는 행위는 단순히 여성에 대한 비하적 표현에서부터 여성의 성적 대상화, 여성에 대한 고정적인 성 관념을 생성하게 하는 모든 행위나 말들을 포함한다. 2021년 현재 이 혐오의 행위는 여전히 존재하며 더 교묘해졌다. 미디어를 통한 혐오가 대표적이다. 미디어에서 여성의 이미지는 수동적이고 도구적이었다. 하지만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자 미디어 시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고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여성의 다양성을 인정했다. 그 예가 바로 “걸크러쉬”이다. 걸크러쉬를 타이틀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진한 화장과 노출이 심하거나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방송에 나온다. 이들은 자신들이 센 언니라고 말하며 여성의 인권을 고취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나 눈속임일 뿐이다. 진한 화장과 특정 신체 부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옷을 입은 자신의 형상을 이미지로 본다면 여성에 대한 고정적인 관점은 그대로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혐오는 비단 여성혐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말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대부분 휠체어를 탄 사람, 혹은 중증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떠올릴 것이다. 장애인이라고 하면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식이 생기게 된 것은 장애인의 이동권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마음 편하게 대중교통과 대중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아직 미흡해 일상 속에서 장애인을 만나는 일이 굉장히 드물다. 일상 속에서 장애인을 마주할 기회가 적기에 장애인과 나를 분리해 다른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교육 현장에서도 장애 아동은 따로 교육을 받으며 한 공간에 있다 하더라도 비장애 아동과 정서적, 신체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혐오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것은 이러한 사회 구조적인 차별 행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거기에 인터넷과 SNS 세계가 발전함에 따라 모두가 익명성이라는 칼을 갖게 됐다. 익명을 무기로 자신의 극단적인 생각을 아무 제재 없이 배설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그 발언에 동의를 넘어 열광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도덕성과 존엄성을 찾기는 힘든 시대가 됐다. 말이 아닌 어쩌면 영원히 존재 가능한 글로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발언을 내뱉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멀쩡하게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 중 가상 세계에서 혐오스러운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기자는 그들에게 경고한다. 당신의 가면은 언젠가 벗겨질 것이며 민낯은 언젠가 밝혀진다. 그러니 당장 멈추고 반성해라. 그 길만이 당신 자신을 존중하고 용서할 수 있는 마지막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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