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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진실 공방, 학폭 미투
  • 추재웅 기자
  • 승인 2021.03.08 08:00
  • 호수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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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종 미디어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말, 바로 ‘학교폭력’이다. 과거의 학교폭력 논란은 어린 시절 철없던 행동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 수준이 올라가면서 유명인 혹은 공무원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은 씻을 수 없는 업보가 됐다. 피해자들의 폭로와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허위사실 유포자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과연 이는 학교폭력 근절의 본격적인 발걸음이 될 수 있을까?

 

‘학폭 미투’ 그게 뭔데?

‘학폭 미투’란 각종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과거 학교폭력 피해사실을 사회에 고발하는 운동이다. 프로배구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선수를 시작으로 퍼진 ‘학폭 미투’는 배구, 야구 등 스포츠계를 넘어 연예계까지 번지고 있다. 또한 타 직업보다 도덕 관념과 봉사 정신이 중요시되는 경찰소방관에 대한 학교폭력 폭로글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이 같은 공론화는 보는 사람들이 경각심을 일으켜 이후 생겨날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비슷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의 행보를 보고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명확한 사실 확인 없이 의혹만 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사회적 매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폭력의 대물림, 스포츠계

스포츠계에서의 폭력은 ‘성적 만능주의’가 낳은 적폐다. 감독과 코치들이 경기력 향상, 기강 확립의 명목으로 선수들을 때렸고, 선배가 후배를 괴롭히는 폭력의 대물림이 지속됐다. 흔히 ‘군기 반장’이라고 불렸던 선수들은 대놓고 폭력을 저지르는데도 불구하고 지도자의 역할을 일부 대신한다는 이유로 신뢰를 받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폭력을 저지르는 지도자들에게 자격 정지와 같은 징계가 이어졌고, 최근 각종 논란들을 통해 학교폭력 가해 선수들 또한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해 선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피해 선수에게 그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유망한 가해 선수가 징계를 받고 경기에 나오지 못했을 때 프로 지명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 선수는 이런 과정들을 통해 정신적 피해를 받고 프로 지명은커녕 선수 생명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폭력은 지도방식도, 전통도 아닌 악행이며 범죄이다. 갈수록 사회는 폭력이 사라지고 있고 인권보장이 중요시되고 있다. 학교 체육계는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하여 현 사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따른 엄격한 처벌을 해 더 이상의 피해자를 낳지 않아야 한다. 또한 예방기구 설치 및 주기적인 교육을 통해 어린 선수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연이은 폭로에 긴장하는 연예계

보통 연예인을 뽑을 때 외모, 끼, 재능만 보면서 인성과 과거 행적 문제는 도외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연예인 중에서도 학교폭력 가해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과거엔 일반인 피해자가 대중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각종 커뮤니티와 SNS의 발달로 ‘미투 운동’이 활성화됐다. 학교폭력 같은 민감한 문제는 대중이 뜨겁게 반응한다. 의기 소침해있던 또 다른 피해자들도 ‘학폭 미투’를 통해 용기를 내서 고발할 수 있게 됐다. 수많은 폭로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대중은 기획사나 프로그램 제작자를 질타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까지 확인하면서 연예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쉽지 않다. 결국엔 지망생 단계부터 본인들이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관계자들도 이런 문제를 초기부터 계속 강조해야 나중에 문제가 안 생길 것이다.

유명인이 과거를 덮는다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언제든 폭로가 터질 수 있는 인터넷 시대다. 그 점을 당사자가 인지하고 연예 활동 전에 피해자에게 충분히 용서를 구하고 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악용의 위험성도 있어

성인이 된 이후 문서상 기록이 남는 범죄 사실과는 달리, 학교폭력 가해 사실은 명확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생활기록부를 하나하나 확인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학교폭력 같은 민감한 문제는 대부분 기록해 놓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때문에 가해자의 인정을 제외한 다른 방법으로 사실 확인이 쉽지 않다. 허위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연예인의 경우 가해자로 지목되면 큰 이미지 손상을 입고 다시 미디어에 등장하지 못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릴 수가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학폭 미투’ 폭로글 중에서도 많은 글들이 허위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무고죄 또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속담이 있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했다면 논란 자체가 없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SNS의 발달과 자극적인 미디어 환경에 적응해버린 우리다. 충분히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시대이며 정확한 사실 확인이 되기 전까지 중립을 지킬 필요가 있다.

 

「범죄와 인권」 법학과 류병관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봤다.

 

Q. 현재 계속되는 학폭 미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미투 자체는 용기 있는 행위이고 장려해야 한다. 다만 사건 당시에 해결되지 않고 시기가 지난 후에 밝혀지는 건 참 안타깝다. 이번 ‘학폭 미투’는 몇 년 전 일어난 성폭력 미투와 마찬가지다. 과거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피해에 대한 회복을 못 하고 있다가 지금이라도 용기내서 얘기하고, 사회가 그런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해준다. 이는 학교폭력과 같은 일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 스스로 다시 자정하고 새롭게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지금 당장 사회적 소요가 있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모두를 위해서 미투 운동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비록 지금은 유명인들의 가해사실만이 이슈화가 되지만, 혹여나 이 사건들을 보고 있는 일반인 중 자신은 그런 행동을 한 적 없는지, 있다면 다시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악용의 위험성이 있다. 섣부른 판단은 자제하고 더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Q. 최근에는 학교폭력 사실이 발각될 경우 자격 박탈, 은퇴 등의 수순을 밟는데 일각에서는 미성숙한 시절 철없는 행동이 한 사람의 앞길을 막는 건 심하지 않으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사회적으로 공익성을 갖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런 윤리적인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건 당연하다. 유명인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대중에게 인정받는 가해자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피해자에게 2차, 3차 피해가 될 수 있다. 학교폭력은 이미 폭로된 시점에서 공소시효도 지났고 민형사상 처벌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더욱 사회적 비난이나 도의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는 유명인에게 실망한 대중이 내리는 일종의 징계이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지나치다 하는 건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제외하고도, 가해자의 자숙 또는 소속 단체 내의 징계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Q. 근본적으로 학교폭력이 근절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가정 내에서는 부모님의 관심이, 학교 내에서는 교사의 관심,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의 50%이상이 교실 내에서 발생한다. 현재 학교는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충분한 보호와 감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교사들이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어렵다. 학생들은 아직 어리고 성장하고 있는 단계다. 이 시기에 선생님이나 사회가 학생들을 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받는 공간이며 학생들이 보호받아야 한다. 이런 공간에서 폭력이 발생한다는 건 아이들만의 책임이 아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학교폭력 방지법은 형법이 아니다. 가해 학생을 처벌할 목적이 아닌 학교폭력 자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섣부른 처벌은 ‘낙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학생들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쳤을 때 다시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게끔 사회가 받아주고 용서해줘야 한다.

덧붙여서 가정, 학교, 사회, 국가 단계별로 나눠서 원인분석이 필요하고 실제로 그런 논문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로 제도 운영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총체적으로 노력해야 학교폭력이 근절될 수 있다. 이번 미투 운동을 통해 학교폭력 자체를 예방하고 방지하는 긍정적인 기회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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