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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의 비밀
  • 김민경 기자
  • 승인 2020.04.13 08:00
  • 호수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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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 다음으로 n번방의 사건으로 떠들썩한 해다.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n번방에서의 성착취 사건은 2년만에 수면위로 떠올라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과연 n번방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던걸까? 또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n번방 사건이란?

우선 이번 범죄에 사용된 텔레그램이란 빠른 속도와 강력한 보안성을 가진 해외 메신저이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암호화된 메신저에 대한 관심과 함께 성장했다. 최대 5천명까지 참석 가능한 슈퍼그룹방, 암호화된 비밀대화방을 이용할 수 있고 대화 기능 삭제와 2중 암호 설정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번 n번방 사건을 이러한 메신저 기능을 이용해 일어난 사건이라 볼 수 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고 기록이 삭제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압수수색이 힘든 텔레그램을 썼던 것으로 추정된다.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 공유 시초는 1번방부터 n번방까지의 채팅방을 만들어 활동한 '갓갓'이다. '갓갓'은 트위터 일탈계에서 활동하는 미성년자와 일반 여성에게 접근해 해킹과 경찰 사칭으로 이들의 개인정보를 알아냈고 이를 협박 수단으로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성착취 영상물을 요구했다. 이후 다른 회원에게 채팅방을 물려주고 자취를 감췄다.

이후 n번방을 모방한 디지털 성범죄방은 늘어갔고 대표적으로 '박사' 조주빈이 만든 박사방이 있다. 박사방에는 미성년자 16명을 포함해 70명이 넘는 피해자가 있었으며 중학생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갓갓'과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친구, 가족과 같이 주변사람을 협박 수단으로 이용해 영상을 얻어내기도 했다. 조주빈은 피해자들을 노예라고 칭하고 인분을 먹이거나 강간, 성기에 에벌레를 넣는 등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동영상을 고액의 가상화폐를 받고 판매하고 있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로 거래하거나 정보 유출을 대비해 구매자들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의 치밀함도 보였다.

n번방 사건을 수면위로 끌어올린 것은 언론도 수사기관도 아닌 '추적단 불꽃'으로 불리는 대학생 취재단이다. 2018년에 범죄가 시작됐고 트위터의 한 그룹에서 이를 알렸지만 수사관의 무관심으로 묻히게 됐다. 이후에도 텔레그램 비밀방이 몇 번 언급됐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어 알려지지 않았다. 2019년 7월 탐사 취재 공모전을 위해 뭉친 대학생 두명이 신고하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 용감한 제보를 통해 조금이나마 일찍 텔레그램 비밀방을 근절할 기회가 찾아 오게 된 것이다. 

 

n번방이 불러일으킨 바람

이번 사건을 통해 캠페인, 청원 등 국민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n번방 사건이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고 사람들은 텔레그램 성범죄를 바로 잡기 위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박사' 이름 뒤에 숨은 조주빈이 잡히고 얼굴 공개를 위한 청원이 올라왔고 '타인의 수치심과 어린 학생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워주세요'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청원은 역대 최고 참여인원인 500만 명을 기록했고 얼굴 공개를 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살인 등의 강력범죄자가 아닌 성범죄자가 얼굴 공개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한다.

두번째 청원은 조주빈의 공범인 '태평양'의 재판을 오덕식 판사가 맡게 되면서 올라왔다. n번방 사건 담당을 오덕식 판사에서 다른 판사로 바꿔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청원은 왜 올라오게 된걸까? 오덕식 판사는 고 장자연 씨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던 기자와 고 구하라 씨를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던 전 연인 최종범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성 범죄자들에게 약한 처벌을 내려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심각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인만큼 그에 맞는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마음을 담아 청원이 진행됐으며 현재는 교체된 상황이다.

조주빈이 잡히고 채팅방 이용자들의 두려움과 함께 텔레그램 탈퇴라는 검색어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분노했고 빠른 시간내에 이용자들을 찾아낼 수 있도록 캠페인이 시작됐다. 텔레그램은 보안성을 중요시하는 해외 메신저인 만큼 추적 하나로 가해자를 찾아내기엔 어려움이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텔레그램 개발자에게 메일 보내기, 텔레그램 동시탈퇴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사건 진상을 밝히고 수사협조 요청이 포함된 내용을 담아 메일을 보내고 탈퇴 사유에 적어 개발자에게 전달했다.

 

끊기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

n번방 또한 모방 범죄로 시작된 사건이란 것을 알고 있는가? 국내 최초 성인 포털 사이트로 자리 잡고 있던 소라넷은 강간, 성매매 등 성범죄 관련 영상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2016년에 폐쇄됐다. 소라넷 이용자들은 100만 명으로 추정됐지만 이들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4명의 운영자 중 1명만 잡혀 징역 4년형을 받았다. '갓갓'은 소라넷을 모방해 만든 채팅방이라며 n번방 운영을 시작했다. 그 이후 박사방이 생겼고 현재 이를 모방한 범죄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최근 디스코드에 성착취물을 유포한 사건이 발생했다. 총 10명의 유포자들이 잡혔고 이들 중에선 만 12세인 유포자도 있어 충격을 안겨줬다. 한 남성은 음란 영상과 사진에 연예인 사진을 합성해 속이는 딥페이크를 이용해 유포하기도 했다.

 

대학생의 눈으로 바라본 n번방 사건을 어떨까? 우리대학 학생에게 물어봤다.

이은주(철 17)

Q. n번방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n번방 사건’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천인공노할 사건이었던 것 같다. 솔직히 오래전부터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는 늘 우리 사회의 큰 이슈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미성년자라는 피해 대상인 것도 모자라, 그 수법이 치밀하며 범죄 내용이 상상을 초월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1년 전이었나? n번방 관련한 청원에 참여한 기억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사건은 박사방 사건이지만, 결국 n번방 사건의 연장선이 아닌가. 이 둘 사건을 보며 느낀 건, 성범죄를 뿌리 뽑지 않는 이상 또 어딘가에서 싹이 나듯, 악순환이 반복될 거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n번방으로 통칭하곤 있지만, 이런 구조의 성범죄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지 않나? 흔히 말하는 26만 명이라는 숫자나, 조주빈에만 집중하지 말고, n번방이라는 사건이 일어나고도 오랫동안 묵인됐던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이번 일과 관련한 청원과 캠페인을 어떻게 생각하나?

A. 처음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됐을 때, 나도 그렇고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이 청원에 참여했다. 시간이 고작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그때만큼 이 사건에 관심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 단발적인 관심은 사건을 수면 위로 드러내게 할 순 있지만, 근절시키진 못한다. 누군가는 이런 참여를 보며 “아직도 유난이야?”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건 주권자인 국민들이 부당함을 바로잡고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행위다. 그와 동시에, n번방을 비롯한 모든 성범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요구다. 이 기사를 보고 있는 분도, 부디 이런 시도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

 

소라넷에서 n번방, 그리고 디스코드까지. 잘못된 성착취 영상이 늘어나면서 피해자, 가해자들도 함께 늘어가고 있다. 이대로 약한 처벌이 계속 된다면 디지털 성범죄는 커져만 갈 것 이다. 현재 강력한 법이 필요한 상황이며 우리의 관심이 더욱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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