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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의 Talk Talk] 밝은 달이 산자락으로 제 모습을 감추듯
  • 정현진 편집국장
  • 승인 2019.12.09 08:00
  • 호수 653
  • 댓글 1

검은 융단처럼 펼쳐져 있는 어두운 밤 하늘에는 언제나 둥근 달이 걸려있다. 날씨가 흐려서,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가 알아봐주길 바라는 듯 밝은 빛을 내며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환하게 비춘다.

지난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밝은 달이 되고 싶었다. 어둡지만 밤 거리를 무섭지 않게 지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래동화의 달처럼, 때때론 항상 옆에서 앞을 비춰주는 존재처럼 나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했다. 하지만 모든 사물들이 무언가에 의해 그림자가 생기듯이 없을 것 같던 달에게도 그림자는 존재했다. 그 달 그림자는 생각보다 거대했고 강력했으며 언제나 밝은 존재가 되려했던 나를 옭아맬 때도 있었다.

편집국장이 처음 됐을 때 마지막 국장칼럼은 먼 얘기였다. 그 때는 마지막보다 시작이 더 중요했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모습으로 창원대신문을 이끌어나가야 할지가 최대 안건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한 영화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Time waits for no one.” 시간은 그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편집국장이 되었다고 해서 그 시작을 만들어나갈 시간은 날 기다려주지 않았고 내가 그 시간을 주어진대로 달려가야했다.

올해 여름 운좋게 출연했던 한 프로그램에서 어떤 국장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많은 것을 바꾸고 좋은 영향력을 끼쳤던 국장’으로 남고 싶다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매주 주말마다 신문사에 오면 컴퓨터를 켜고 어떻게 하면 기자들이 더 열심히 기자활동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우리 신문을 더 봐줄까 하는 고민들을 수없이 했다. ‘이거해라, 저거해라’라는 말보다 ‘이거할까? 저거할까?’라는 말이 더 듣기 좋고 의욕이 생기는 것처럼 단순히 편집국장이라는 한 신문사의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 내 욕심만 채우고 싶지는 않았다.

이러한 소망이 기자들에게도 전달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1년 반동안 달 그림자의 모습보다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달일 때가 더 많았다. 외부환경이 바뀌면서 또 다른 규칙 또는 모습을 세워나갈 때도, 재정적으로 힘들 때도 창원대신문이 지금까지 쉬지 않고 발행될 수 있었던 건 내가 밝은 달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 많은 사람들 덕분이다.

쉽지만은 않은 길이었다. 달려오는 동안 험난한 돌과 궂은 비들이 나를 덮쳤다. 그럴때마다 나를 잡아준 손들을 전부 기억에 담고 밝고 둥근 달이 산자락으로 천천히 제 모습을 감추는 때가 오는 것처럼 나 또한 정들었던 신문사를 떠나야 한다. 달이 지면 환한 아침이 찾아오듯 이슬 촉촉하게 또는 매일이 반복되는 것처럼 덤덤하게 마지막을 만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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