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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필(必)환경시대!
  • 최원창 기자
  • 승인 2019.10.07 08:00
  • 호수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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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학자 크리스틴 피그너와 텍사스 A&M 대학의 연구팀이 바다로 탐사를 나갔다. 탐사 중 그들은 한 거북이를 발견했고, 그 거북이 콧구멍에 무언가가 박혀있었다. 낚시바늘이나 기생충일 줄 알고 8분간의 사투 끝에 빼낸 것은 플라스틱 빨대였다. 이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3700만 건을 돌파했고 큰 이슈가 됐다.
필환경이란,‘반드시 필(必)’과 환경의 합성어로,‘필수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라는 뜻이다. 그동안 친(親)환경이‘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하면 좋은 것’이라는 소극적인 표현이었다면 필환경은 앞으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필환경은 김난도 교수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선정한 트렌드 키워드이기도 하다. 필환경 운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제로웨이스트 운동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은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삶을 살자는 운동이다. 이 운동은 우리의 사소한 소비습관을 바꿔 일상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물건들은 재활용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특히 비닐봉투나 일회용품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은 프랑스인 ‘비 존슨(Bea Johnson)’을 들 수 있다. 그녀는 무려 2006년부터 시작해 14년간 쓰레기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비 존슨의 4인 가족은 1년간 작은 병 하나에 담길 정도의 적은 쓰레기를 배출했다.
그녀가 전 세계를 다니며 1년 동안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을 한 병으로 제한하기 위해서 지켜야할 원칙 5가지를 전파하고 있다. 1단계는 ‘거절’이다. 말 그대로 다른 사람들이 주는 것을 거절하는 것이다. 명함이나 비닐봉투, 빨대 등 무료로 나눠주는 것들을 말한다. 2단계는 ‘줄이기’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나 필요하지 않은 것을 내놓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공동체 내의 다른 이들이 사용할 수 있다. 3단계는 ‘재사용’이다. 일회용 물건을 재사용 가능한 물건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또, 물건을 살 때 중고제품을 사는 것이다. 4단계는 ‘재활용’이다. 앞서 말한 거절, 줄이기, 재사용하지 못한 것들을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분해되도록 하는 ‘부패’단계이다. 그녀는 이 다섯 가지 규칙을 지킨다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 존슨의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들여다보면 그녀는 비닐 봉투 대신 천으로 된 주머니를 사용하고, 피부 각질 제거를 위해 베이킹소다를 사용한다. 또, 필요한 생활용품은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생활비가 약 40%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더 많은 정보는 그녀의 유튜브 채널 <Zero Waste Hom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프리사이클링

프리사이클링(Pre-cycling)은 버려진 물건들을 재사용 및 활용한다는 의미의 리사이클링(Recycling)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개념이다. 즉, 어떤 물건을 구매하기 전부터 만들어지는 폐기물의 양을 최대한 줄이자는 의미로, 쓰레기 발생을 애초에 차단하자는 것이다.
2016년 유럽 플라스틱·고무 협회(EUROMAP)가 세계 6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플라스틱 사용량을 보면 한국의 연간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61.97kg(2015년 기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1명이 1년 동안 88.2kg를 사용하는 벨기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심각한 수준이다.
폐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알려지면서 해외 곳곳에서는 ‘포장지 없는 가게’가 등장하고 있다. 독일의 ‘오리지널 운페어팍트’, 미국의 ‘더 필러리’, 영국의 ‘벌크 마켓’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에 서울 성동구에서 국내 최초로 포장지 없는 가게, ‘더피커’가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80% 이상 친환경으로 재배된 100여 가지의 채소, 곡류, 견과류, 파스타면 등을 박스나 투명용기에 담아 진열돼 있다. 이 가게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필요한 식재료를 직접 가져온 포장용기와 장바구니에 담아 구매한다. 미처 챙겨오지 못한 소비자는 가게 안에서 판매하는 자연 분해 용기를 함께 구입한다.
더피커는 식재료 가게뿐만 아니라 음식점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모양이 예쁘지 않거나 흠이 나 있어 고객들에게 판매하지 못하는 식재료들을 활용해 샐러드, 샌드위치, 햄버거, 음료 등을 판매한다. 실제로 매장에서는 일회용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당장 일회용 제품을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지킬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줄이려고노력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컨셔스 패션

지금까지의 패션은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발맞춰 제작되고 유통하는 패스트(Fast) 패션이 주를 이루었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패션산업은 수 많은 자원을 낭비했다. 뿐만 아니라 유행이 지나 버려진 옷들과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진 폐기물들은 오랫동안 환경파괴의 중요한 원인으로 언급됐다.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의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엄 소비자의 91%가 ‘기존 구매 제품보다 사회적으로 좀 더 의미 있는 제품을 구매하겠다’라고 응답했다. 또 미국의 리세일 업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 중 40%가 리세일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엄 세대의 특징은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하고, 경험과 가치를 중시한다. 또, 이 세대들이 시간이 지나 경제활동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대중적인 브랜드보다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려는 제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떠오르는 밀레니엄 세대의 가치관에 의해 새로운 트렌드, 컨셔스 패션이 등장했다. 컨셔스 패션은 Conscious(의식 있는)와 Fashion(패션)의 합성어다. 문제라고 지적됐던 소재 선정부터 제조 공정을 친환경적인 과정을 통해 생산된 의류 제품 및 이런 의류를 소비하고자 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컨셔스 패션은 ▲환경 단체와의 협력으로 플라스틱 폐기물로 운동화나 스포츠 의류 등을 제작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면 조각이나 재생 가능한 나무 등을 활용한 친환경 제품 ▲염색작업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을 줄이는 기법, 만드는 사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제작과정 ▲재고 3년 차 제품이나 군복 등을 분해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로 인해 의류를 만드는 업체들도 친환경이라는 요소를 무시하기 힘들어졌다. 이에 여러 의류업체가 컨셔스 패션에 뛰어드는 추세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에 ‘Don’t buy this jacket(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이라는 광고를 냈다. 옷 하나를 만들 때마다 환경 파괴가 일어나므로 정말 필요할 때 소비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를 본 소비자들은 크게 공감을 했고 파타고니아는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얻음으로써 매출도 올랐다.

 

비거니즘

비거니즘은 육류와 생선은 물론 우유와 같은 동물성 제품을 섭취하지 않는 식습관 및 그러한 철학을 말한다. 비건(Vegan) 식습관에 그치지 않고 가죽 제품, 양모, 오리털, 동물 화학 실험을 하는 제품인 동물성 제품 사용도 피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개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친환경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며 채식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비건 산업의 선두 국가인 독일의 채식주의자 협회는 2016년 독일 채식주의 인구가 8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독일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국 등 선진 유럽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비거니즘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비거니즘은 식생활에만 한정되는 가치관이 아니다. 최근 동물보호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패션과 뷰티 업계에도 비거니즘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비거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크루얼티 프리는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을 말하는데, 크루얼티 프리 제품은 주로 리핑 버니(Leaping Bunny) 마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크를 토끼 모양으로 한 이유는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비슷한 토끼가 화장품 실험에 가장 많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비거니즘 트렌드에 맞춰 여러 회사가 비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영국의 화장품 브랜드 ‘러쉬’는 전체 생산 제품 중 80%가량을 비건으로 제작했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바디 용품으로 유명한 ‘더바디샵’은 동물 실험 금지에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에서 830만 명의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에 대한 서명을 받아 UN에 제출하고 국제 협약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채식 인구는 약 100만~150만 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10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한다. 이에 식물 원료로 만들어진 채식주의 식품과 육류·생선류 대체 식품인 콩고기 판매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비거니즘이 모든 사람이 선택해야 하는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한번 쯤은 크루얼티 프리 로고가 붙은 제품을 구입해보는 것도 좋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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