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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나는 ‘어른이’다
  • 홍민기/사회대·법 19
  • 승인 2019.04.08 14:19
  • 호수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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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른이다’ 라는 문장은 ‘Im ADULT’로 해석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Im 어른이’로 해석해야 하는 걸까? 무슨 생뚱맞은 질문이냐 할 지 모르지만 이 말장난 같은 물음이 나한테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만 19세 이상의 사람을 성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겹도록 억압받았던 술과 담배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고, 부모님의 허락 없이도 배우자만 있으면 혼인을 할 수 있으며, 선거철이 되면 원하는 후보자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도 있다.

그렇다, 법적으로 나는 일단 어른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다른 사람들과 일과를 같이 한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지금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근데 주변의 어른들을 보면 차도 있고 집도 있고 가족도 있던데, 나는 그런걸 가져본적이 있나? 그럼 난 어른이 아닌건가?

사실, 내가 지금 어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모르게 홀가분해진 것 같은 이 애매한 느낌은 대학교에 와서 더 짙어졌다.

‘근처에 부리또 집 있다던데 여기로 내려가는 거 맞나?’, ‘프린트는 어디서 하지.. 교수님을 찾아갈수도 없고 도서관 가서 하는건가?’ ‘ 저 사람은 무슨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니네… 저거 빌려주는 건가? 나도 탈 수 있는건가?’

어설프긴 하지만 하나하나 몰랐던 것들을 알아갈 때마다 자신감이 차올랐다. 남들이 떠먹여주던 걸 받아먹기만 하던 아기가 처음으로 숟가락질을 했을 때의 기쁨과도 같았다.

그래, 내가 느끼는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은 아기가 느끼는 이 뿌듯함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예전보단 훨씬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성숙한 것은 아닌, 본인은 눈 앞에 일을 해치웠다는 사실에 그저 만족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아직 미숙한 아기가 느끼는 그런 느낌.

그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아기의 숟가락질인지도 모르겠다. 어린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어른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아닌 중간 언저리에 있는 그 무언가. 익숙함을 향한 어색함의 필사적 몸부림이다.

몸뚱이는 커버렸지만 아직 정신은 영글지 못했는데, 앞으로 몇 번을 더 허우적거려야 나는 어른이 되는걸까? 착실히 밟아 나가야 할 이 과정이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막막함을 추억하게 되겠지. 새삼 커버린 나 자신에게 익숙해지는 날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른인가?

아니, 나는 ‘어른이’다. 어른인 척 하며 필사의 숟가락질을 해대는 어린아이. 모든 것이 미숙하기만 한 스무살의 나는 아직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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