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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빠진다는 것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9.03.04 08:00
  • 호수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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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푹 빠져 헤어 나오기 힘든 적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기자는 어딘가에 쉽게 정이 들고 그것에 빠져 잊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작품이든 사람이든 어떤 것이든 말이다.

기자는 어린 시절에 매주 가던 할머니 댁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쉬워 매번 눈물을 보였다. 키우던 햄스터가 집을 나갔을 때도 며칠 동안 학원까지 빠지며 끙끙 앓았다. 고등학교 땐 공부는 미루고 친구가 추천해준 책에 빠져 잠을 자지 않고 그 책을 몇 번이나 반복해 읽기도 했다. 몇 달 전에는 유명한 중국 드라마를 보고 분위기와 그 주인공들에 빠져 한동안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관심 없던 중국어에도 관심이 생기고 잘 바꾸지 않던 배경화면도 주인공들 사진으로 바꿨다. 같은 드라마를 몇 번이나 다시 찾아 볼 만큼 푹 빠져 있었다.

최근에는 드라마, 책보다 더 깊이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이번 겨울방학에 다녀온 하노이 여행이다. 첫 해외여행인 만큼 많은 준비와 기대를 안고 출발했다. 여행하는 동안 모든 것이 예쁘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첫 날엔 생각과는 다른 환경과 의사소통으로 힘이 들었다. 하지만 적응하는 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하노이를 제대로 즐기고 있었다. 4박 6일이라는 짧은 여행기간동안 부지런히 하노이를 눈에 담고 정신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는 긴장이 풀렸는지 한동안 멍하니 정신이 없는 상태가 유지됐다. 네 달 전부터 준비한 여행이었기에 허무함도 함께했다. 시간이 지나니 돌아온 것이 실감이 나면서 하노이 여행이 꿈만 같았고 그 때의 추억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다 못해 눈물이 났다. 찍었던 사진과 동영상들을 보며 이번 여행을 곱씹었다. 밤 비행기 안에서 본 까만 하늘에 가득한 별들로 시작해서 길을 잃어 수많은 계단들과 함께한 순간, 친구와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걷던 것,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던 것 까지. 힘들었던 순간들도 모두 추억으로 변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다녀오면 현실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 하며 무기력해짐을 느낀다고 한다. 여행 후유증이라고도 부르며 바쁜 일상 속에서 새로움이 가득하고 행복한 추억이 쌓여있는 여행에 빠져 한 동안 잊지 못한다고 한다. 이 후유증은 현실에 익숙해지는 방법 외엔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번 여행으로 여행 후유증을 얻었다. 하지만 이 후유증이 마냥 나쁘게만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쉬움도 남지만 더 행복할 다음 여행의 설렘도 함께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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