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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칼럼] 라다크로부터의 배움
  • 이차리 편집국장
  • 승인 2018.05.28 08:00
  • 호수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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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라다크’란 곳에 방문한다. 인도 북부의 지역 라다크는 그녀가 처음 방문했을 때만 해도, 서구문명이 손대지 않은 순수의 상태였다. 주민들의 생활은 그 자체의 규칙에 따라 변함없는 환경 속에서 수 세기 동안 내려온 기초 위에 이뤄져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관광지역 개방 정책 이후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영향력은 어마했고, 곧 라다크 사회에 크고 급격한 붕괴 양상을 가져온다.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우다>는 변화를 겪는 라다크 모습을 직접 본 입장에서 생생하게 전해준다.

라다크는 히말라야의 거대한 산맥들에 둘러싸인 고원지대로 조용한 곳이었다.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으로 더위에 지치고, 겨울에는 8개월가량 지속하는 영하 40도 이하의 추위에 꽁꽁 어는 곳에서 라다크 사람은 어떻게 살았을까. 동물의 배설물을 연료로 사용하고, 관목이나 풀 등 야생에서 자라는 모든 종류의 식물을 모아 실생활에 활용했다. 사람의 배설물에는 흙과 재를 섞어 좋은 퇴비로 사용하며 오랜 세월 모든 것을 재활용하며 살았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보고 완전히 낡아 사용가치도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이들은 어떻게든 사용할 방법을 찾아냈다. 이런 사고가 열악한 자원만 가지고도 농부들로 이뤄진 마을을 이룰 수 있게 했다.

혹독한 기후와 부족한 자원뿐인 곳에서 이들은 생존 이상의 의미를 가진 행복한 생활을 누렸다. 물레방아 정도를 기술이라 부를 만큼 기초적인 작업 도구만으로 살아가며, 힘이 필요한 작업은 동물의 힘을 빌리거나, 협동 작업으로 해결한다. 공존과 여유가 수 세기 라다크를 유지한 비결이다.

하지만 1974년 관광지역 개방 이후 쏟아져 들어오는 외부인을 맞이한다. 관광객이 하루에 쓰는 돈은 라다크 한 가정이 1년을 쓸 수 있는 금액과 맞먹었다. 상대되는 모습에 자신들이 가난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라다크 사회 붕괴의 첫 시작을 맞이한다. 이는 교육에서도 나타났다. 공동체와 자연환경 사이의 친밀한 유대관계로 자연스럽게 얻은 것이, 무시당하게 된 것이다. 현대식 교육이 들어오고 사회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 고유문화에 대한 열등감을 만들어주며 자존심을 빼앗겨버렸다. 학교의 모든 교육 내용은 서양문물이 우월한 것이라 가르치고, 결국 어린 학생들은 고유한 전통을 부끄러워하게 됐다.

라다크의 변화 과정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한편으론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고민했다. 흔히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온고지신이란 말이 있듯, 옛것에서 새것을 알아갈 수도 있다. 급격한 변화를 겪는 라다크가 몇 년 뒤는 어떻게 바뀔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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