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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음의 미학
  • 이은주 수습기자
  • 승인 2018.03.19 08:00
  • 호수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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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선물’하면, 받는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의미한다. 하지만 여기, 조금 색다른 선물이 있다. 바로 ‘쓸모없는 선물 주고받기’이다.

쓸모없는 선물을 준다고?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이는 말 그대로 실용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쓸모없는 물건들을 선물해주는 행위다. 누군가는 ‘쓸모없는 선물’은 그 말 자체가 성립 되지 않는 역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이 선물 등을 받게 되면 신박한 발상이 주는 재미에 푹 빠질 것이다. 비록 쓸모는 없을지언정 유쾌하고 동시에 감동을 주는 물건들, 그 속에 숨겨진 미학을 파헤쳐보자!

 

쓸모없는 선물의 시작은?

 

한 네티즌이 작년 말,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쓸모없는 선물 주고받기글을 올린 게 계기다. 생각 외로 많은 사람이 “유쾌하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점자블록, 날짜가 지난 달력, 인조 잔디와 같은 물건을 선물로 받았다는 글이 연달아 올라오며 그 유행을 입증했다. 단순한 일회성의 화젯거리에 그칠 줄 알았지만 어느덧, 쓸모없는 선물 주고받기는 중요한 날을 맞는 특별한 형태로 자리하고 있다.

 

‘쓸모없음’의 이면

 

‘쓸모없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쓸모없음의 기준은 모호하다.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필요한 재화가 다르기에 ‘이건 쓸모없는 물건이야’라고 명확히 답을 내리기 힘들다. 그렇기에 ‘대체 뭘 줘야 쓸모가 없을까’하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선물을 받을 대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만 그가 도저히 쓰지 않을 만한, 쓸모없는 선물을 안겨줄 수 있다. 그렇기에 사실상 정성이 선행되지 않고는 쓸모없음은 온전히 실현될 수 없다.

 

실용을 이기는 정성의 힘

 

사실 앞서 언급했지만 쓸모없는 물건을 찾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구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는 서울 사는 친구에게 다른 지역 종량제봉투를 주고, 또 누군가는 인터넷에서 생선 모양 슬리퍼를 구매한다. 정성은 가득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실용성은 전혀 없다. 어느샌가 우리는 무언가를 고를 때 얼마나 실용적인지를 따지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자칫 실용성이 없는 것은 가치가 없다는 듯이 여겨질 수 있다. 정말로 이 쓸모없는 선물들이 가치가 없는 걸까?

 

그때 그 시절의 물건들

 

쓸모없는 선물 중에는 별 접기용 종이, 학종이, 지점토와 고무찰흙 등 소위 ‘우리 때’ 가지고 놀았던 것들도 많다. 그때는 분명 재밌게 갖고 놀았는데 이제는 그저 쓸모없는 물건일 뿐이라니, 어쩔 수 없이 씁쓸하다. 허나 동시대를 공유하는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 이런 선물이 아니었다면, 서서히 기억에서 사라지진 않았을까. 쓸모없는 것들은 때로 우리에게 지나온 시간을 다시금 곱씹게 한다. 조금은 슬프지만, 그보다 조금 더 따뜻한 선물에 마음이 울렁거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앞서 쓸모없는 선물에 대해 알아봤다. 혹 누군가에게 이런 선물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뭐야, 왜 이런 걸 선물이라고 줘?’라고 생각하기보단 ‘상대가 나를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을까’라고 질문을 한 번 던져보자. 머리를 골똘히 굴린 채 물건을 찾고 선물을 준비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웃음이 새어 나올 것이다. 굉장히 애썼구나, 하면서 고마운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올지도 모른다. 실용을 이기는 정성의 힘이 통한 거다.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여도, 그걸로 인해 웃을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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