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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일언] 언제까지 미룰 거야
  • 이은주 수습기자
  • 승인 2018.03.19 08:00
  • 호수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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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가면, 취업하면…….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들을 미루고 산다. 과연 어느 누가 행복이 그 ‘많은 것들’에 속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적어도 기자에게는 행복도 그중 하나였다.

어릴 때부터 천상 왈가닥에 한 성깔 하던 기자는 하고 싶은 건 곧 죽어도 해야 했다. 하지만 점차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며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살 순 없다는 걸 느꼈다. 인간이란 동물은 적응하는 존재임을 입증하듯, 어느 순간 기자는 학교라는 정형화된 공간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돼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붕 뜨는 엉덩이를 겨우 의자에 붙이며 친구들과 다짐했다. ‘지금 고생하고 대학교 가서 실컷 놀자’, 그런 마음으로 버텼다. 그러던 고등학교 2학년을 얼마 앞두지 않은 2월 말 기자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입원이나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 컸던 사고의 후유증은 길고 깊었다. 존재의 무게가 가볍게만 느껴졌고 허무했다. 물리치료를 받는 동안 흰색 천장을 올려다보며 ‘죽으면?’ 이란 생각을 했다. ‘아, 아까워. 아직 못한 게 너무 많은데’ 그러다 문득 나중을 핑계로 미룬 것들이 떠올랐다.

행복은 산술적인 개념이 아니다. 똑같은 일을 두 번 한다고 행복이 2배가 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나중을 위해 미룬다고, 과연 그게 쌓이고 쌓여 더 큰 행복으로 다가올까?’ 아이러니했다. 미래를 위해 오늘 한발 물러선다니, 무엇보다 그렇게 살아온 나 자신이 가장 슬프고 웃겼다. 사실 ‘나중’이라는 미래도 막연한 건데 말이다.

그때부터 다시 차근차근히 하고 싶은 걸 했다. 언젠가 한 번은 주말 자율학습을 빠지고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영화의 재개봉을 맞아 영화관을 찾았다. ‘Carpe Diem’ 응어리진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현재를 즐겨라. 그래, 거창한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다만 내가 살아야 하는 오늘을 즐기기를 소망할 뿐. 내일은 최소한만 믿자. 결국,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건 딱 하루, 오늘뿐.

지금 기자는 예전처럼 제멋대로에 뭐든 내키는 대로 한다. 물론, 선택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진다. 혼자서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남들이 봤을 때 무모한 행동도 많이 한다. 그런 기자에게 “나도 나중에 꼭 혼자 여행 갈 거야”라는 사람들도 꽤 있다. 눈 한 번만 후딱 감고 생각해보자. ‘지금, 여기’에서 나는 행복한지. 의외로 답은 간단하고 행동은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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