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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린의 구구절절] 여는 글
  • 신혜린 편집국장
  • 승인 2017.12.11 08:00
  • 호수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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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에 빠지면 그것만 파고드는 성격이다. 학교 앞 식당의 카레 맛에 빠져 하루 두 끼를 모두 카레로 해결하기도 했고, 좋아하는 음료수를 발견했을 땐 다 마신 음료수병을 쌓아두기도 했다.

비단 식성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그렇다. 신문사에서의 2년 반은 기자의 대학 생활의 절반, 아니 그 이상을 차지하는 어떤 것이었다. 마냥 좋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많아서 이곳이 특별한 건 아니다. 밤을 지새운 적도 여럿이었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마감 날에는 다른 기자들과 함께 지금 당장 휴학을 신청해야겠다며 우스갯소리를 나누기도 했다.

신문이 좋고 글을 쓰고 싶어서 신문사에 들어왔지만 꼭 좋아하는 일이라고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아하는 일이기에 더 많이 상처받고 더 많이 속이 상했던 날이 많았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문사 생활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기분이 떠난다는 후련함보다 아쉬운 마음이 더 큰 것은 분명히 이 일과 이곳이 너무나도 좋아서다.

어떤 일이든 시작과 끝은 항상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뭣하나 중요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냐만 서도, 시작과 끝은 기억에 가장 오래 남기 때문에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문득 그 순간을 떠올렸을 때 제일 처음 스치는 기억이 바로 시작과 끝이다. 기자 역시 신문사에 처음 들어왔던 날이 선명하다. 그 날은 온통 낯선 것 투성이였다. 낯선 장소와 낯선 사람들. 어느 것 하나 익숙하지 않고 어느 것 하나 편한 것이 없었다. 취재를 하고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러워 몇 번이고 글을 지웠다 쓰기를 반복했다. 앞으로 신문사를 찾을 기자들 역시 처음에는 낯섦에 고민하고 부담감에 버거워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던 처음과 달리 많은 기자들의 도움으로 점차 신문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분명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어느덧 겨울이 찾아왔다. 기자의 신문사 생활 역시 끝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창원대신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년에는 또 다른 이야기들로 한 해의 시작을 알릴 것이고 새로운 기자들로 신문사가 북적거릴 테다. 그러니 아쉬움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끝이라는 말도 잠시 넣어두기로 했다. 대신 이곳의 문을 활짝 열어 두기로 한다. 앞으로 신문을 찾고 신문사를 찾을 사람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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