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씨개명을 강요하는 문서다. 사진출처/네이버

‘숙자, 말자, 미자, 순자, 옥자’ 할머니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름이다. 시골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이름. ‘포근하다’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이름. “숙자야, 말자야”라고 불리는 것이 어쩜 그리 친근하게 들렸을까.

하지만 이러한 친숙한 이름 뒤에 뼈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1900년대 초반, 일제강점기라는 눈물 섞인 시대를 보내왔다. 그 중 30년대에 들어서면서 실시된 ‘민족 말살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선인의 신분을 점점 포기해가야만 했다.

우리말과 글의 사용은 물론이고 조선의 긴 역사의 연구와 교육도 금지됐다. 학교에서는 모든 수업을 우리말이 아닌 일본어로 진행했고, 국사 시간에는 한국사가 아닌 일본사를 배웠다. 정책이름 그대로 우리 민족을 말살시켜 존재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시기였다.

이 속에서 일본은 ‘창씨개명’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름을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라는 명령을 내렸다. 몇몇의 조선인들은 조선의 독립을 주장하며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창씨개명을 하지 않는 사람의 자녀는 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게 했고 식량도 주지 않았으며 강제로 일을 시켰다. 이에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씨개명을 통해 일본식의 이름으로 살아가게 됐다. 통계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에 살던 조선인의 80% 이상이 창씨개명을 했다고 한다.

이 때 여자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됐던 이름은 ‘하나꼬’, ‘나미꼬’ 등 ‘~꼬(子)’로 끝나는 것들이었다. 당시 일본여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이름으로, 우리나라 여자들은 이를 참고해 강제적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1945년 광복 이후, 조선성명복구령에 의해 창씨개명이 무효가 됐다. 이로 인해 사용해 왔던 일본식 이름을 부랴부랴 한글로 바꾸게 되었는데 이때 ‘~꼬(子)’를 한글로 전환하면 ‘~자’가 된다. 즉 일본식 이름인 ‘나미꼬’를 한글로 바꾸면 ‘순자’가 되는 것이다.

단지 친숙하다는 느낌으로 정겹게 불러왔던 할머니들의 이름은 우리나라가 겪어왔던 뼈아픈 역사의 산물이었다. 한 사람의 존재가 바뀌어버리고 그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 시대 사람들의 눈물을 담은 그 이름. 이제 세대가 변함에 따라 이름도 유행처럼 변해가지만 할머니들의 이름 속에 담긴 슬픈 역사는 잊혀지지 않길 소망해본다.

<저작권자 © 창원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