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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足者富 <물욕 없는 세계>
  • 이차리 기자
  • 승인 2017.10.30 08:00
  • 호수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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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 10대의 내 방은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었다. 지저분한 방은 항시 청소의 대상이었고, 대청소할 때면 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건들이 버려졌다. 하지만 20대가 되며 무슨 이유에서일까, 스스로 방의 물건들을 정리했다. 지금도 자주 짐 정리를 하며 집에서의 내 짐을 하나씩 줄여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마음은 평안을 얻고 있다.

이제는 정리정돈이 몸에 배어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훤히 꿰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물건이 꼭 필요하지 않았으며, 그저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단지 재물을 탐내는 마음, ‘물욕’에 의해 소비된 허울이었다.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행복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말이 딱 맞았다. ‘비움의 미학’ 법정 스님의 무소유처럼 단지 가지고 있으므로 얻는 이점보다 손해가 더 크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제야 하나씩 치울 수 있었다.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며, 돈은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즉, 물욕을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믿어왔다. 이런 모습을 저자는 20세기의 개념 ‘소유의 쾌락’이라 부른다. 하지만 그 물욕 때문에 우리는 풍요로운 세상에서 빈곤의 삶을 살고 있다. 회사는 하루가 멀다고 신상품을 만들고, 소비자는 제품이 발표될 때마다 사고 싶어 한다. 인간은 하나를 소유하면 둘을 원한다. 끊임없는 물욕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물욕을 충족시켜야만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린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기에 우리가 무엇을 가졌는지가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어떤 마음 준비가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노자>에는 지족자부(知足者富)란 말이 나온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부자다. 바로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음에 만족할 줄 알 때야 행복이 찾아온다.

셔츠 4벌, 맨투맨 2벌, 카디건 1벌, 슬랙스 3벌, 청바지 1벌, 코트 2벌. 현재 속옷을 제외한 옷장 속에 걸려있는 옷 전부다. 남들보다 옷에 욕심이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정말 필요에 의해서만 구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지금 방문을 열고 하나씩 둘러보자. 옷장을 열어 정리를 해보자. 이 물건은 정말 필요한 것인가. 지금은 못 입지만 살 빼서 입을 옷인가. 아니면 단지 물욕에 의해 산 것인가. 하나씩 치워보고, 지금의 상황에 만족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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